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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운, <대낭군> ■해석 임을 기다리며(능운) 임께서 이르시길 달이 뜨면 오신다더니 달이 떠도 임은 오시지 않네 생각건대 아마도 임이 계신 곳은 산이 높아 달이 뜨는 것도 더딘 것이라네 ■원문 待郞君(대낭군), 凌雲(능운) 郞云月出來(낭운월출래) 月出郞不來(월출낭불래) 想應君在處(상응군재처) 山高月上遲(산고월상지) ■글자풀이 郎: 낭군, 연인이나 남편을 부르는 말 應: 아마도 ~이리라 君: 그대(2인칭대명사) 上: 떠오르다 遲: 더디다 ■감상 능운은 조선 후기 강릉 출신의 기녀로 자세한 생몰은 알 수가 없습니다. 오언절구의 짧은 형식이지만 사랑하는 임을 그리워하는 여인네의 삼정을 잘 묘사한 작품입니다. 임은 달이 뜨면 오겠다고 시적화자에게 약속했지만 달이 높이 떠올랐어도 임의 소식은 없습니다. 화자는 오지 않는 임에 대해.. 2023. 2. 1.
박지원, <연암억선형> ■해석 연암에서 돌아가신 형님을 생각하며(박지원) 우리 형님 모습 일찍이 누구를 닮았던가? 돌아가신 아버님 생각날 때마다 우리 형님을 보았네 오늘 형님을 그리워하니 어디에서 볼까? 스스로 옷차림 갖추고 시내에 비추러 가야겠네 ■원문 燕巖憶先兄(연암악선형), 朴趾源(박지원) 我兄顔髮曾誰似(아형안발증수사) 每憶先君看我兄(매억선군간아형) 今日思兄何處見(금일사형하처견) 自將巾袂映溪行(자장건몌영계행) ■글자풀이 燕巖: 황해도 금천군의 골짜기 憶: 생각하다 顔髮: 얼굴과 머리카락, 모습 曾: 일찍 似: 닮다 先君: 돌아가신 아버지 將: 가지다 巾: 수건 袂: 소매 ■감상 박지원(1737-1805)은 조선 정조 때의 문장가이자 실학자로, 호는 연암(燕巖), 자는 중미(仲美)이며, 본관은 반남(潘南)입니다. 당대 이덕.. 2023. 2. 1.
배움, 평생의 업(業) ■'학'의 의미 사서(四書)의 유교 경전 중에서 단연 으뜸으로 치는 것은 ≪논어≫입니다. 이 책의 핵심은 '사람을 사랑하라[愛人]'는 '인(仁)' 사상이지만, 전체 20장의 구성 중에서 또 하나 눈여겨볼 부분이 1장의 첫 구절입니다. ≪논어≫를 접해 보지 않은 사람도 배우고 익히는 것의 즐거움을 표현한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로 시작하는 문장 정도는 귓등으로 들어서라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중적으로 회자되어 흔히 듣는 문장이지만,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부분이 바로 '학(學)'이라는 글자입니다. ≪논어≫에서 '학'은 모두 63회가 등장하는데, 뒤에 오는 '습(習)'과 합해져서 '학습'이라는 단어가 만들어졌습니다. 공자가 제자들과 나눈 대화들을 엮은 책에서 왜 제일 먼저 '학.. 2023. 2. 1.
이색, <부벽루> ■해석 부벽루에서(이색) 어제 영명사를 지나다가 잠시 부벽루에 올랐네 텅 빈 성엔 조각달 떠 있고 천 년 구름 아래 돌은 늙었네 기린마는 떠나간 뒤에 돌아오지 않으니 천손은 지금 어느 곳에서 노니는가 돌계단에 기대어 길게 휘파람을 부니 산은 오늘도 푸르고 강은 절로 흐르네 ■원문 浮碧樓(부벽루), 李穡(이색) 昨過永明寺(작과영명사) 暫登浮碧樓(잠등부벽루) 城空月一片(성공월일편) 石老雲千秋(석로운천추) 麟馬去不返(인마거불반) 天孫何處遊(천손하처유) 長嘯倚風磴(장소의풍등) 山靑江自流(산청강자류) ■글자풀이 昨: 어제 暫: 잠시, 잠깐 空: 비다 麟馬: 고구려 동명왕이 타고 하늘로 올라갔다는 기린마 返: 돌아오다 嘯: 휘파람 불다 倚: 의지하다 磴: 돌 비탈길 ■감상 이색(1328-1396)은 고려 말의 학자.. 2023. 1. 31.
건곤일척(乾坤一擲) ■의미 ☞'하늘과 땅을 던지다'라는 의미로, 승패(勝敗)와 흥망(興亡) 등 모든 것을 걸고 단판으로 승부나 성패를 겨루는 것을 비유하는 말입니다. 또는 오직 이 한 번에 흥망성쇠가 걸려 있는 일을 말할 때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늘 乾, 땅 坤, 한 一, 던질 擲 ■해설 '건곤'은 '하늘과 땅'이라는 뜻으로 천지(天地)와 같고, '일척'은 한 번 던진다는 의미로, 이기면 하늘과 땅이 내 것으로 되고, 지면 하늘과 땅 모두를 잃게 된다는 뜻입니다. 이 성어는 당나라 문장가인 한유(韓愈)가 항우(項羽)와 유방(劉邦)이 천하를 걸고 싸우던 홍구(鴻溝) 지역을 지나면서 지은 칠언절구의 라는 시 마지막 구절에 나옵니다. 당시는 항우와 유방이 광무 대치(초와 한이 동북의 광무에서 군사를 대치한 사건) 이후 하남.. 2023. 1. 31.
거재두량(車載斗量) ■의미 ☞'수레에 싣고 말래 재다'라는 의미로 수량이 아주 많은 것을 의미하는데, 특히 '인재가 아주 많다'라는 의미로도 많이 사용합니다. 반대의 의미로는 양이 너무 많아서 흔하기 때문에 귀한 줄을 모르거나 쓸모없다는 의미로 비유되기도 합니다. ☞수레 車, 실을 載, 말 斗, 헤아릴 量 ■해설 삼국시대의 촉(蜀)의 장군인 관우(關羽)가 오나라 장수인 여몽(呂蒙)의 술책에 빠져서 죽자 유비(劉備)는 70만 대군을 이끌고 오나라 정벌에 나섰습니다. 이에 오나라 손권(孫權)은 촉의 공격에 놀라 신하들을 불러모아서 대책을 논하고 위(魏)나라에 구원 요청을 하기 위해 조자(趙咨)를 사신으로 보냈습니다. 손권은 원조를 청하면서도 자존심이 상하는 일은 없도록 하라고 조자에게 당부를 하였고, 조자는 "걱정하지 마십시오.. 2023. 1. 31.
최치원, <강남녀> ■해석 강남녀(최치원) 강남 땅은 풍속이 음탕하여 딸자식을 요염하게 키운다네 천성이 요염해서 바느질은 싫어하고 단장하고 거문고 타는 일뿐 우아한 곡조는 배우지 못했으니 춘정에 많이 이끌리네 아름답고 꽃다운 그 맵시는 언제나 청춘일 것으로만 여기네 가난한 이웃집 여자들 온종일 베틀 놀리는 걸 비웃네 아무리 땀을 흘려 비단을 짜도 비단옷은 너에게 돌아가지 않을 걸 ■원문 江南女(강남녀), 崔致遠(최치원) 江南蕩風俗(강남탕풍속) 養女嬌且憐(양녀교차련) 冶性恥針線(야성치침선) 粧成調管絃(장성조관현) 所學非雅音(소학비아음) 多披春心牽(다피춘심견) 自謂芳華色(자위방화색) 長占艶陽年(장점염양천) 却笑隣舍女(각소린사녀) 終朝弄機抒(종조롱기서) 機抒縱勞新(기서종영신) 羅衣不到汝(나의부도여) ■글자풀이 江南: 양자강의 남.. 2023. 1. 31.
최치원, <진정상태위> ■해석 상태위에게 하소연하다(최치원) 당나라의 누가 나를 가엽게 여기리 묻노니 어느 나루가 내가 건널 만한 나루인가 애초에 먹을 것이나 구하고 이익을 구하지 않았으며 다만 부모를 빛내려 했을 뿐 내 몸 위하지 않았다네 나그넷길에 이별의 시름은 강 위의 빗소리요 고향에 돌아가는 꿈에 봄은 아득히 멀구나 냇물 건너다 다행히 은혜로운 물결을 만나서 속된 갓끈의 십 년 먼지를 다 씻어버리고 싶네 ■원문 陳情上太尉(진정상태위), 崔致遠(최치원) 海內誰憐海外人(해내수련해외인) 問津何處是通津(문진하처시통진) 本求食祿非求利(본구식록비구리) 只爲榮親不爲身(지위영친불위신) 客路離愁江上雨(객로이수강상우) 故園歸夢日邊春(고원귀몽일변춘) 濟川幸遇恩波廣(제천행우은파광) 願濯凡纓十載塵(원탁범영십재진) ■글자풀이 陳情: 사정을 아뢰.. 2023. 1.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