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327

맹호연, <숙건덕강> ■해석 건덕강에 묵다(맹호연) 안개 낀 물가에 배를 대니 저물녘 나그네 시름이 새롭네 들판의 하늘은 나직이 나무에 걸리고 맑은 강물 위로 달은 사람에게 가깝네 ■원문 宿建德江(숙건덕강), 孟浩然(맹호연) 移舟泊烟渚(이주박연저) 日暮客愁新(일모객수신) 野曠天低樹(야광천저수) 江淸月近人(강청월근인) ■글자풀이 泊: 배를 대다 烟: 안개 渚: 물가 暮: (날이)저물다 愁: 근심 曠: 밝다 低: 낮다 ■감상 맹호연(689-740)은 중국 당나라의 시인으로, 자도 이름과 같은 호연이며, 호는 녹문거사(鹿門居士)입니다. 녹문산에 살면서 자연을 노래한 시들을 많이 지었습니다. 왕유, 장구령 등과 사귀었으며, 시풍이 비슷한 왕유와 함께 산수 시인의 대표자로 불리기도 합니다. 저서에는 ≪맹호연집≫ 4권이 전해지고 있습니.. 2023. 2. 6.
이양연, <야설(野雪)> ■해석 들판의 눈(이양연) 눈을 뚫고 들판을 걸을 때 모름지기 그 발걸음 어지러이 하지 마라 오늘 아침 내가 걸어간 발자국이 마침내 뒷사람의 이정표가 될 것이니 ■원문 野雪(야설), 李亮淵(이양연) 穿雪野中去(천설야중거) 不須胡亂行(불수호란행) 今朝我行跡(금조아행적) 遂作後人程(수작후인정) ■글자풀이 穿: 뚫다 不須: 모름지기 ~하지 않는다 胡亂: 거칠고 어지럽다 跡: 발자취, 발자국 遂: 마침내, 드디어 程: 이정표 ■감상 이양연(1771-1853)은 조선 후기의 문신으로, 자는 진숙(晋叔), 호는 임연(臨淵)이며, 본관은 전주(全州)입니다. 1830년에 음보(蔭補)로 선공감에 제수되었고, 이후 공조참의, 호조참판 등을 역임했습니다. 성리학에 정통하였고, 시문학에도 뛰어났으며, 사대부로서 농민들의 참상.. 2023. 2. 6.
이색, <독두시> ■해석 두보의 시를 읽고(이색) 금리 선생이 어찌 가난하리오 두릉 뽕밭 삼밭에 또 봄이 돌아왔네 발 드리우고 환약 지으니 몸에 병은 없고 종이에 바둑판 그리고 긴 바늘을 두드려 낚시 만드니 천진하기도 하구나 우연히 난리를 만나 절의를 더할망정 쇠하고 늙었어도 정신이야 손상하겠는가 고금의 절창을 누가 이으리 남은 향기와 기름을 후인들에게 남겨주는구나 ■원문 讀杜詩(독두시), 李穡(이색) 錦里先生豈是貧(금리선생기시빈) 桑麻杜曲又回春(상마두곡우회춘) 鉤簾丸藥身無病(구렴환약신무병) 畵紙敲針意更眞(화지고침의갱진) 傀値亂雜增節義(괴치난잡증절의) 肯因衰老損精神(긍인쇠로손정신) 古今絶唱誰能繼(고금절창수능계) 勝馥殘膏丐後人(승복잔고개후인) ■글자풀이 豈: 어찌 桑: 뽕나무 麻: 삼 簾: 발 敲: 두드리다 針: 바늘 傀:.. 2023. 2. 5.
이제현, <사리화> ■해석 사리화(이제현) 참새야 어디서 오가며 나느냐 일 년 농사는 아랑곳하지 않고 늙은 홀아비는 홀로 갈고 맸는데 밭의 벼와 기장을 다 없애다니 ■원문 沙里花(사리화), 李齊賢(이제현) 黃雀何方來去飛(황작하방래거비) 一年農事不曾知(일년농사부증지) 鰥翁獨自耕耘了(환옹독자경운료) 耗盡田中禾黍爲(모진전중화서위) ■글자풀이 黃雀: 참새 方: 방향, 향방 鰥: 홀아비 耕: 밭 갈다 耘: 김매다 了: 마치다 耗: 다하다, 없애다 禾: 벼 黍: 기장 ■감상 이제현(1287-1367)은 고려 후기 관리이자 유학자로, 자는 중사(仲思), 호는 익재(益齋)·역옹(櫟翁)이며, 본관은 경주(慶州)입니다. 1314년에 백이정의 문하에서 정주학을 공부했고, 연경에 가서 원나라의 학자인 요수, 조맹부 등과 고전을 연구했습니다. 성.. 2023. 2. 2.
허난설헌, <강남곡> ■해석 강남의 노래(허난설헌) 남들은 강남의 즐거움을 말하지만 나는 강남의 근심을 본다네 해마다 모래 포구에서 애타게 돌아오는 배만 바라보네 ■원문 江南曲(강남곡), 許蘭雪軒(허난설헌) 人言江南樂(인언강남락) 我見江南愁(아견강남수) 年年沙浦口(연년사포구) 腸斷望歸舟(장단망귀주) ■글자풀이 江南: 중국 양쯔강 이남 지역 愁: 근심 年年: 해마다 腸: 창자 斷: 끊어지다, 몹시 슬픈 모습 望: 바라보다 ■감상 허난설헌(1563-1589)은 조선 중기의 시인이자 화가로, 자는 경번(景樊), 호는 난설헌(蘭雪軒)이며, 본명은 초희(楚姬)입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의 작가인 허균의 누이로, 어렸을 때부터 뛰어난 시재(詩才)를 보였고, 서화에도 능했으나 여성이라는 이유로 불운한 삶을 살았습니다. 결혼생활의 불.. 2023. 2. 1.
이하곤, <독서유감> ■해석 독서유감(이하곤) 집이 가난해 겨우 다섯 수레 책만 있을 뿐 이 밖에는 도무지 한 물건도 남은 것이 없네 살아서나 죽어서나 누런 책 속을 벗어나지 못하니 전생에는 마땅히 좀벌레였으리라 ■원문 讀書有感(독서유감), 李夏坤(이하곤) 家貧只有五車書(가빈지유오거서) 此外都無一物餘(차외도무일물여) 生死不離黃卷裏(생사불리황권리) 前身應是食仙魚(전신응시식선어) ■글자풀이 貧: 가난하다 五車書: 다섯 수레에 실을 만큼의 책 都: 도무지 餘: 남다 黃卷: 누렇게 변한 책 裏: 속, 안 是: ~이다 食仙魚: 좀벌레의 별명 ■감상 이하곤(1677-1724)은 조선후기에 화가이자 평론가로, 자는 재대(載大), 호는 담헌(澹軒)이며, 경주(慶州)가 본관입니다. 좌의정 이경억(李慶億)의 손자이며, 문형(文衡)이었던 이인엽.. 2023. 2. 1.
이산해, <율> ■해석 밤(이산해) 한 배에서 세 자식을 낳으니 가운데 놈은 양 얼굴이 평평하네 가을이 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떨어지니 아우라 하기 어렵고 또 형이라 하기도 어렵구나 ■원문 栗(율), 李山海(이산해) 一腹生三子(일복생삼자) 中者兩面平(중자양면평) 秋來先後落(추래선후락) 難弟又難兄(난제우난형) ■글자풀이 栗: 밤 平: 평평하다 難: 어렵다 ■감상 이산해(1539-1609)는 목은 이색의 7대손으로, 자는 여수(汝受), 호는 아계(鵝溪)이며, 한산(韓山)이 본관입니다. '산해'라는 이름은 아버지가 중국 산해관(山海關)에서 태몽을 꾸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1561년 관직에 나가 우의정과 영의정 등을 지냈고, 1592년에 탄핵되어 유배갔다가 영돈녕부사로 복직했습니다. 김시습의 문집 서문을 지었고,.. 2023. 2. 1.
정도전, <방김거사야거> ■해석 김거사의 집을 방문하다(정도전) 가을 구름은 아득하고 사방의 산은 비었는데 낙엽은 소리도 없이 온 땅을 붉게 하네 시냇가 다리에 말을 세우고 돌아갈 길 물으니 내 몸이 그림 속에 있는 줄을 알지 못했구나 ■원문 訪金居士野居(방김거사야거), 鄭道傳(정도전) 秋陰漠漠四山空(추음막막사산공) 落葉無聲滿地紅(낙엽무성만지홍) 立馬溪橋問歸路(입마계교문귀로) 不知身在畵圖中(부지신재화도중) ■글자풀이 漠漠: 아주 멀어서 아득한 모양 四山; 사방의 산, 온 산 滿地: 온 땅 溪: 시내 橋: 다리 畵圖: 그림 ■감상 정도전(1342-1398)은 이성계를 도와서 제도를 개혁하고 조선을 개국한 핵심 주역 중에 한 명인 정치가이자 학자입니다. 자는 종지(宗之), 호는 삼봉(三峰)이며, 봉화(奉化)가 본관입니다. 고려 말기.. 2023. 2.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