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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의 씨앗으로 우정의 결실을 맺는 정신적 벗 친구, 신뢰의 씨앗으로 우정의 결실을 맺는 정신적 벗 초나라에 사는 어떤 사람이 자기의 코 끝에 파리 크기 정도의 아주 작은 석회 덩어리를 바르고, 석수장이 친구에게 도끼로 그것을 깎아내도록 하였습니다. 석수장이는 재빠르게 도끼를 휘둘러 석회 덩어리를 깎아냈지만, 그 사람은 전혀 겁내거나 동요하지 않았고 상처도 없었습니다. 송나라 임금이 이 이야기를 듣고 석수장이를 불러 시범을 보여달라고 했지만, 석수장이는 지금은 그 친구가 죽어서 시범을 보일 수 없다고 말합니다. 이는 ≪장자≫, 에 나오는 이야기로, 장자가 벗인 혜자의 묘 옆을 지나면서 말한 일화입니다. 보통 최고의 경지를 지닌 빼어난 기술자를 비유할 때 사용하는 '운근성풍(運斤成風)'의 고사로도 쓰이지만, 다른 각도로 보면 신뢰가 쌓인 진정한 벗과의.. 2022. 9. 15.
진정한 고수 자만을 경계하라 중국 주나라의 선왕은 닭싸움 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왕은 당대 최고의 투계 조련사인 기성자에게 싸움닭의 조련을 부탁합니다. 열흘 정도가 지난 뒤 왕은 닭이 잘 훈련하고 있는지를 묻습니다. 그러자 기성자는 닭이 아직 허세를 부리고 교만하여 자신의 기운만을 믿고 있다고 말하였고, 열흘이 지나자 왕은 다시 물었습니다. 이에 기성자는 아직도 다른 닭을 노려보고 공격적이라서 자신의 감정을 잘 드러낸다고 답합니다. 조련을 시작한 지 한 달이 지나서야 기성자는 만족함을 보이며 왕에게 닭을 바치며 말합니다. 이제는 다른 닭들이 싸움을 걸거나 울어도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아서 마치 나무로 만든 닭과 같이 완전한 덕을 갖추었다[木鷄之德]는 것입니다. ≪장자≫, 편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목계지덕'이 현대.. 2022. 9. 14.
김정희, <추정> 가을 농촌의 한가로운 정경 ■해설 가을 마당(김정희) 노인은 기장 멍석을 지켜보고 있는데 집안 가득 가을 햇볕이 밝구나 닭은 풀벌레를 뒤쫓아가서 국화꽃 깊은 곳에서 울어대네 ■원문 秋庭(추정), 金正喜(김정희) 老人看黍席(노인간서석) 滿屋秋陽明(만옥추양명) 鷄逐草蟲去(계축초충거) 菊花深處鳴(국화심처명) ■글자풀이 -黍: 기장 -秋陽: 가을 햇볕 -鷄: 닭 -逐: 쫓다, 물리치다 -鳴: 울다 ■감상 작가인 김정희(1789-1856)는 조선 후기의 문인이자 서화가로, 추사와 완당의 호를 사용하는 학자입니다. 자신만의 독특한 추사체라는 서체를 완성하였고, 금석문에도 조예가 깊었습니다. 5언 절구의 이 시는 시간적 배경은 가을이고, 공간적 배경은 시골 농촌입니다. 따스한 햇볕 아래에서 멍석을 지키는 노인과 풀벌.. 2022. 9. 13.
견공(犬公)의 충성 충견(忠犬)과 주구(走狗) 이유원의 ≪임하필기≫에 보면 전라도 남원에 사는 김개인이란 사람은 개를 몹시 사랑한 인물입니다. 하루는 그가 술에 취하여 길에서 잠이 들고 말았는데, 갑자기 들불이 번지면서 주인이 위험에 처하자 개는 몸에 물을 젹서서 주인을 살린 뒤 죽고 말았습니다. 술이 깨어 자초지종을 알게 된 주인은 개를 좋은 곳에 묻어주었는데, 그곳에서 나무가 자라나 후에 그 지역을 오수(獒樹)라고 명하였습니다. 현재 전북 임실에 있는 오수역을 배경으로 전해지는 충견(忠犬)의 이야기입니다. 반면 ≪사기≫에는 제나라 책사인 괴통이라는 신하가 나오는데, 그는 왕 한신에게 한나라를 배반하고 천하를 삼분(三分)하자고 제안했지만 거절당했습니다. 이후 유방이 천하를 통일하고 모반을 꾀한 괴통을 삶아 죽이려 하니, .. 2022. 9. 13.
돈, 욕망으로 쩐 세상 돈, 누구나 원하지만 쉽게 가질 수는 없는 것 진나라 왕연은 고상한 인품을 지닌 인물입니다. 재능이 뛰어나 요직을 두루 거치고 용모도 출중하였으며, 세속의 속된 것들에 대한 거부감이 아주 심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돈'을 가장 속된 것으로 치부하여 돈이라는 말은 입에 담는 것조차 꺼렸습니다. 하루는 아내가 왕연의 입에서 돈이라는 말이 나오게 하도록 시험하고자 여종을 시켜서 그가 잠든 사이에 동전을 침상 주변에 가득 쌓아놓게 하였습니다. 다음날 잠에서 깬 왕연은 침상 주변에 가득한 동전들을 가리키면서 "거각아도물"이라고 외쳤습니다. 이 말은 "이것들을 모두 집어치워라"라는 의미로, 이때 '아도(阿堵)'는 당시의 속어로 '이것'이라는 의미입니다. 이후로 '이 물건'을 의미하는 '아도물'이 돈의 별칭으로 .. 2022. 9. 13.
검소함과 사치함 검소함과 사치함 해석 검소하면 쓰는 것이 넉넉하고, 검소하면 구하는 것이 적으며, 검소하면 집안을 이룰 수 있고, 검소하면 사회적 지위를 얻을 수 있으며, 검소하면 자손에게 성취한 것을 물려줄 수 있다. 사치하면 쓰는 것이 넉넉하지 못하고, 사치하면 구하기를 탐하게 되며, 사치하면 집안을 망치게 되고, 사치하면 하찮은 존재로 떨어지게 되며, 사치하면 자손을 훈육할 수 없다. 이해가 상반됨이 이와 같다. 원문 서유구, ≪임원경제지≫ 儉則足用, 儉則寡求, 儉則可以成家, 儉則可以立身, 儉則可以傳子孫. 奢則用不給, 奢則貪求, 奢則破家, 奢則揜身, 奢則不可以訓子孫. 利害相反, 如此. 해설 어릴 때부터 우리는 절약을 생활화, 습관화해야 한다고 배워 왔습니다. TV 예능에서도 모 연예인들의 짠돌이성(?) 절약 정신에.. 2022. 9. 12.
신독과 무자기 자신이 가장 어려운 존재 후한의 양진은 청렴결백한 관리입니다. 일전에 동래 태수로 있을 때에 왕밀이란 자를 천거한 일이 있었는데, 그가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밤중에 금 열 근을 가지고 양진을 찾아왔습니다. 금을 양진에게 바치면서 지금은 한밤중이라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으니 안심하고 받으라 청합니다. 그러자 양진은 하늘이 알고(天知), 땅이 알고(地知), 그대가 알고(爾知), 내가 아는데(我知) 어찌 아무도 모른다고 하냐며 단번에 거절합니다. 양진의 이러한 반응에 당황한 왕밀은 자신의 행동을 부끄럽게 여기며 돌아갔습니다. 밤이 깊어서 아무도 모른다는 의미의 '모야무지(暮夜無知)'와 '양진사지(楊震四知)'라는 고사로, ≪후한서≫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인간에게는 두 가지의 모습이 존재합니다. 남과 함께 있는.. 2022. 9.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