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석
연암에서 돌아가신 형님을 생각하며(박지원)
우리 형님 모습 일찍이 누구를 닮았던가?
돌아가신 아버님 생각날 때마다 우리 형님을 보았네
오늘 형님을 그리워하니 어디에서 볼까?
스스로 옷차림 갖추고 시내에 비추러 가야겠네
■원문
燕巖憶先兄(연암악선형), 朴趾源(박지원)
我兄顔髮曾誰似(아형안발증수사)
每憶先君看我兄(매억선군간아형)
今日思兄何處見(금일사형하처견)
自將巾袂映溪行(자장건몌영계행)
■글자풀이
- 燕巖: 황해도 금천군의 골짜기
- 憶: 생각하다
- 顔髮: 얼굴과 머리카락, 모습
- 曾: 일찍
- 似: 닮다
- 先君: 돌아가신 아버지
- 將: 가지다
- 巾: 수건
- 袂: 소매
■감상
박지원(1737-1805)은 조선 정조 때의 문장가이자 실학자로, 호는 연암(燕巖), 자는 중미(仲美)이며, 본관은 반남(潘南)입니다. 당대 이덕무, 이서구, 유득공 등과 교류했으며, 1780년(정조4)에 진하사 박명원의 수행원으로 청나라에 다녀와서 접한 청의 문물은 그의 사상체계에 큰 영향을 주었고, 그 결과물이 바로 ≪열하일기≫입니다. 이 책은 유려한 문장뿐만 아니라당시 인륜 위주의 사고에서 이용후생 위주의 진보적 사고로 전환하게 된 계기가 되었고, 이후 북학론(北學論)과 이용후생(利用厚生)의 실학을 강조하였습니다.
이 시는 돌아가신 형님을 그리워하며 지은 칠언절구의 한시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차별 없이 죽음을 맞이하게 되고, 누구나 걸어가야 하는 길과 같아서 '공도(公道)'라고도 합니다. 연암도 형님이 돌아가신 아버님과 외모가 비슷하기 때문에 아버님이 그리울 때는 형님의 모습을 보면서 아버님을 그리워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형님마저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형님이 그리울 때면 혹시라도 자신의 모습을 통해 형님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을까 싶어서 시냇가로 얼굴을 비추러 간다고 합니다. 짧은 형식의 작품이지만, 형님에 대한 연암의 그리움이 절절히 묻어나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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