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석
상태위에게 하소연하다(최치원)
당나라의 누가 나를 가엽게 여기리
묻노니 어느 나루가 내가 건널 만한 나루인가
애초에 먹을 것이나 구하고 이익을 구하지 않았으며
다만 부모를 빛내려 했을 뿐 내 몸 위하지 않았다네
나그넷길에 이별의 시름은 강 위의 빗소리요
고향에 돌아가는 꿈에 봄은 아득히 멀구나
냇물 건너다 다행히 은혜로운 물결을 만나서
속된 갓끈의 십 년 먼지를 다 씻어버리고 싶네
■원문
陳情上太尉(진정상태위), 崔致遠(최치원)
海內誰憐海外人(해내수련해외인)
問津何處是通津(문진하처시통진)
本求食祿非求利(본구식록비구리)
只爲榮親不爲身(지위영친불위신)
客路離愁江上雨(객로이수강상우)
故園歸夢日邊春(고원귀몽일변춘)
濟川幸遇恩波廣(제천행우은파광)
願濯凡纓十載塵(원탁범영십재진)
■글자풀이
- 陳情: 사정을 아뢰어 부탁하다
- 問津: 공자와 관련한 고사로, 나루터가 있는 곳을 묻다, 학문의 길을 묻다 등의 의미
- 食祿: 봉록
- 離: 떠나다, 헤어지다
- 愁: 근심
- 濟川: 내를 건너다, 임금을 보좌하다
- 恩波: 임금이 주신 커다란 은혜
- 凡纓: 필부의 갓
■감상
최치원(857-?)은 신라 말의 학자이자 문장가로 자는 고운(孤雲)입니다. 어릴 때부터 학문을 좋아하여 천재성을 인정받았고, 12살에 당나라에 유학을 가서 빈공과에 급제하였습니다. 그의 부친은 "10년 안에 과거에 급제하지 않으면 내 아들이 아니다"라는 매정한 말로 자식을 유학 보낼 정도로 엄격해서 고운은 6년 만에 시험에 합격을 하였습니다. 귀국 후에는 외교문서 등을 작성하며 문장가로 주목받았고, 유교와 불교, 도교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경주의 6두품 출신으로 신분의 한계를 지니고 있었지만, <토황소격문>, <추야우중> 등의 작품과 저서인 ≪계원필경≫을 지으며 우리나라 한문학의 비조로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최치원은 당나라 유학시절에 많은 고민을 겪습니다. 고변(高駢)의 종사관으로 있으면서 많은 활동을 하였으나 당나라에서 그는 외국인이었기 때문에 성공에 일정한 한계가 있었고, 당시 세계제국의 모순에 대한 갈등과 번민에 휩싸이고, 그러한 심정을 드러낸 작품이 이 시입니다.
자신이 외국인이라는 신분의 한계를 절감하면서 고민에 빠지게 되고, 부모를 영화롭게 하고자 했다는 변명으로도 그의 고민은 해결되지 않습니다. 고변의 휘하에서 황소의 난 평정을 보좌하고, 10여 년 동안 헌신한 모든 일들이 부질없이 느껴지면서 타국에서 느끼는 지식인의 외로움과 절망감을 느낄 수 있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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