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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여창, <두견(杜鵑)> ■해석 두견새(정여창) 두견은 무슨 일로 산꽃에 눈물을 뿌렸나 남은 한이 분명 옛일인 것을 원한이나 충성의 마음이 어찌 너 혼자이겠는가 충신지사 또한 결코 딴 마음이 없다네 ■원문 杜鵑(두견), 鄭汝昌(정여창) 杜鵑何事淚山花(두견하사루산화) 遺恨分明託古査(유한분명탁고사) 淸怨丹衷胡獨爾(청원단충호독이) 忠臣志士矢靡他(충신지사시미타) ■글자풀이 淚: 눈물 古査: 오래된 뗏목 丹衷: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충성 胡: 어찌 爾: 너(2인칭) 矢: 맹세하다 靡: 쏠리다, 복종하다 ■감상 정여창(1450-1504)의 자는 백욱(伯勗), 호는 일두(一蠹)이며, 하동이 본관입니다.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혼자 독서에 힘쓰다가 김굉필(金宏弼), 김일손(金馹孫)과 함께 김종직(金宗直)의 문하에서 수학하였습니다. ≪논어≫에 밝았.. 2023. 4. 5.
정여창, <안령대풍(鞍嶺待風)> ■해석 안령에서 바람을 기다리며(정여창) 바람을 기다리나 바람은 오지 않고 뜬구름만이 푸른 하늘을 가리고 있네 어느 날에 시원한 회오리바람이 불어와 모든 음기를 쓸어 내고 다시 하늘을 볼 수 있을까 ■원문 鞍嶺待風(안령대풍), 鄭汝昌(정여창) 待風風不至(대풍풍부지) 浮雲藏靑天(부운장청천) 何日凉飆發(하일량표발) 掃却群陰更見天(소각군음갱견천) ■글자풀이 鞍嶺: 함경도 종성에 있는 고개 이름 待: 기다리다 藏: 감추다 凉: 시원하다, 서늘하다 飆: 회오리바람, 폭풍 掃: 쓸다 却: 물리치다 群: 무리, 떼 陰: 음기 更: 다시 ■감상 정여창(1450-1504)의 자는 백욱(伯勗), 호는 일두(一蠹)이며, 하동(河東)이 본관입니다.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혼자 독서에 힘쓰다가 김굉필(金宏弼), 김일손(金馹孫)과.. 2023. 4. 5.
유호인, <등조령(登鳥嶺)> ■해석 조령에 올라(유호인) 이른 새벽 눈 내린 고개에 오르니 봄뜻이 참으로 흐릿하구나 북쪽을 바라보니 군신이 막히었고 남쪽으로 오니 모자가 함께 하네 흐릿한 밤 지난 안개에 헷갈리고 높고도 험한 층층 하늘에 기대고 있네 다시 편지를 쓰려 하지만 시름 가에 북으로 가는 기러기 있네 ■원문 登鳥嶺(등조령), 俞好仁(유호인) 凌晨登雪嶺(능신등설령) 春意正濛濛(춘의정몽몽) 北望君臣隔(북망군신격) 南來母子同(남래모자동) 蒼茫迷宿霧(창망미숙무) 迢遞倚層空(초체의층공) 更欲裁書札(갱욕재서찰) 愁邊有北鴻(수변유북홍) ■글자풀이 凌晨: 이른 새벽 濛: 흐릿하다 蒼茫: 흐릿한 모양 迷: 헤매다 霧: 안개 迢: 높은 모양 遞: 번갈아, 교대로 倚: 의지하다 層: 층층이 更: 다시 愁: 근심 邊: 가장자리 鴻: 기러기 ■감.. 2023. 4. 4.
세계 금연의 날 ■조선의 담배 1616년 광해군 때, ‘남쪽에서 들여온 신령스러운 풀’은 조선에 빠르게 정착하여 뿌리를 내립니다. 남령초(南靈草)로 불리는 이 풀은 들어온 지 5년도 안된 사이에 일파만파로 조선 팔도 백성의 마음을 사로잡고 말았습니다. 풀을 태워 연기를 흡입하면 아프던 몸도 개운하게 만들어서 하얀 연기는 17세기 조선 의학의 구세주가 된 것입니다. 이익의 ≪성호사설≫에서 ‘이것’은 일본에서 생산되는 풀로, 가래침이 목구멍에 붙어서 뱉어도 나오지 않을 때, 구역질이 나면서 침이 뒤끓을 때, 소화가 안 될 때 탁월한 효능을 보인다고 하였습니다. 또한 가슴이 조이면서 신물이 올라올 때나 한겨울에 추위를 막는 데도 유익하다며 만병통치의 신약(神藥)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조선의 4대 문장가인 장유는 “구절초처럼.. 2023. 4. 3.
부부의 날 ■금슬의 의미 ≪삼국사기≫에 의하면 진(晉)나라 사람이 칠현금(七絃琴)을 고구려로 보내오면서 통일신라 시대 음악을 주도한 악기는 거문고였습니다. 이전의 악기에 비해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여백이 있고 아정(雅正)한 기품을 지녔기에 여러 가지 악기 가운데 으뜸인 백악지장(百樂之丈)이 된 것입니다. 반면 비파는 왕소군이 장안을 떠나 흉노로 갈 때 구슬픈 이별의 마음을 악기에 실어 기러기까지 홀린 악기라서 손가락으로 줄을 타는 발현(拔弦) 악기 중 최고봉으로 일컬어집니다. 이 두 악기에 가야금이 합해지면 우리가 말하는 삼현(三絃)이라는 악기가 되는 것입니다. 조선 전기 학자 권호문은 에서 청량산의 맑은 시냇물을 비파소리에 비유했고, 조선 중기 휴정스님은 이라는 시에서 거문고 가락이 주는 여운에 심취해 있었습니다... 2023. 4. 3.
스승의 날을 기념하며 ■조선의 교육 아홉 명의 아이들이 중앙의 한 아이를 응시하고 있습니다. 8명은 댕기머리를 했는데, 개중에 한 명은 갓을 쓴 어른의 행색입니다. 이들은 모두 중앙의 학동을 바라보고 있으며, 앞에 놓인 책들은 『천자문』이나 『동몽선습』정도 되었음직합니다. 학동은 무엇이 서러운지 왼손으로 눈물을 훔치고 있고, 소년의 뒤에서 조금은 난처한 얼굴빛을 띤 훈장님의 모습이 보입니다. 왼편에 놓인 회초리를 통해서 분위기가 대략 짐작이 갑니다. 학동이 훈장님께 혼나는 상황인데도, 이를 바라보는 아이들의 표정은 너무나 대조적입니다. 아이들의 익살스러운 얼굴 표정이 그림에 그대로 전해지면서 서당의 분위기뿐만 아니라 이면에 감춰진 사제의 정까지 오롯이 전달되는 듯합니다. 이는 우리들에게 너무나도 친숙한 18세기 김홍도의 이란.. 2023. 4. 3.
세계 책의 날, 독서하는 나라 ■조선의 책 거간꾼, 책쾌 조선후기 조생(曹生)이라는 인물은 항상 소매에 많은 책을 넣고 다녔으며, 붉은 수염에 빛이 나는 눈빛으로 우스갯소리도 잘하였습니다. 그의 직업은 한양에서 책을 파는 중간 상인으로, 당시 ‘책벌레’들은 그를 모르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누구든지 조생을 통하면 희귀본이나 금서를 비롯하여 원하는 책 모두를 구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에 책을 아는 사람은 오직 나뿐이라는 자부심과 책을 보는 안목, 신출귀몰한 행적으로 인해 그는 ‘조신선’이라 불리기도 하였습니다. 조생에 대한 정보를 아는 이는 없었지만, 당대 문장가들의 글에서는 자주 오르내리며 유명세를 탔습니다. 다산 정약용은 『여유당전서』에서 책을 보는 안목이 뛰어난 그를 ‘박아한 군자와 같다(博雅君子)’라고 극찬을 하기도 하.. 2023. 4. 3.
김시습, <고목(枯木)> ■해석 마른 나무(김시습) 긴 가지는 감아 굽고 작은 가지는 기울어졌는데 곧은 줄기는 곧게 푸른 하늘에 솟아 있네 몇 해 동안 바위에 기대 비와 눈 맞으면서 어느 해 뛰고 달려 용과 뱀이 되려는가 혹이 난 껍질이 장자 나무인 듯하고 기이한 모습 우뚝하니 한나라 사신 뗏목이네 봄이 와도 무심하여 하늘마저 애석한데 등나무로 잎 만들고 이끼로 꽃 피웠네 ■원문 枯木(고목), 金時習(김시습) 長枝蟠屈小枝斜(장지반굴소지사) 直幹亭亭聳碧霞(직간정정용벽하) 幾歲倚巖排雨雪(기세의암배우설) 何年趠走化龍蛇(하년탁주화룡사) 瘤皮擁腫莊生木(류피옹종장생목) 奇狀巃嵷漢使槎(기상롱종한사사) 春至無心天亦惜(춘지무심천역석) 敎藤爲葉蘇爲花(교등위엽소위화) ■글자풀이 蟠: 두르다 屈: 굽다 斜: 비끼다, 비스듬하다 幹: 줄기 亭亭: 곧게.. 2023. 4.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