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교양한문

유호인, <등조령(登鳥嶺)>

by !)$@@!$ 2023. 4. 4.
반응형

■해석

조령에 올라(유호인)

 

이른 새벽 눈 내린 고개에 오르니

봄뜻이 참으로 흐릿하구나

북쪽을 바라보니 군신이 막히었고

남쪽으로 오니 모자가 함께 하네

흐릿한 밤 지난 안개에 헷갈리고

높고도 험한 층층 하늘에 기대고 있네

다시 편지를 쓰려 하지만

시름 가에 북으로 가는 기러기 있네

 

■원문

登鳥嶺(등조령), 俞好仁(유호인)

 

凌晨登雪嶺(능신등설령)

春意正濛濛(춘의정몽몽)

北望君臣隔(북망군신격)

南來母子同(남래모자동)

蒼茫迷宿霧(창망미숙무)

迢遞倚層空(초체의층공)

更欲裁書札(갱욕재서찰)

愁邊有北鴻(수변유북홍)

 

눈 내린 고개

 

■글자풀이

  • 凌晨: 이른 새벽
  • 濛: 흐릿하다
  • 蒼茫: 흐릿한 모양
  • 迷: 헤매다
  • 霧: 안개
  • 迢: 높은 모양
  • 遞: 번갈아, 교대로
  • 倚: 의지하다
  • 層: 층층이
  • 更: 다시
  • 愁: 근심
  • 邊: 가장자리
  • 鴻: 기러기

 

■감상

   유호인(1445-1494)의 자는 극기(克己), 호는 임계(林溪)이며, 고령이 본관입니다. 1462년에 생원이 되고, 1475년에 식년문과에 급제하였습니다. 의성현령, 공조좌랑 등을 역임하였고, 동국여지승람편찬에도 참여하였습니다.

 

   1490년에 ≪유호인시고(俞好仁詩藁)≫를 편찬하여 왕이 신하에게 내리는 옷인 표리(表裏)를 하사 받기도 했습니다. 김종직의 문인이며, 성종의 총애를 받을 정도로 본래 글을 좋아하여 문장으로 이름이 높았습니다. 장수의 창계서원(蒼溪書院)과 함양의 남계서원(藍溪書院)에 제향 되어 있습니다.

 

   이 시는 조령에 올라 임금에 대한 충성과 부모에 대한 효도의 마음을 노래한 작품입니다. 조령은 새재라고도 불리며 경북 문경과 충북 괴산 사이에 있는 고개 이름으로, 이곳을 넘어야 한양을 갈 수 있었다고 합니다. 시인은 높은 조령에 오르면 멀리 임금과 부모님을 향한 답답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해소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스스로에 대한 위로의 행위일지도 모릅니다.

 

   두련에서는 이른 새벽 눈 내린 아침에 조령을 오른 화자가 아직 봄기운은 멀게만 느껴져 봄은 아득하기만 하다고 말하며, 함련에서는 임금과 부모를 향한 충효의 마음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후반부에서는 임금이 계신 한양으로 가는 길도 안개에 싸여 보이지도 않고, 편지를 써보려 하지만 편지를 전해줄 기러기도 제대로 보이지가 않는다며 시름에 겨워합니다.

 

반응형

'교양한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여창, <두견(杜鵑)>  (0) 2023.04.05
정여창, <안령대풍(鞍嶺待風)>  (0) 2023.04.05
김시습, <고목(枯木)>  (0) 2023.04.03
이항복, <야좌(夜坐)>  (0) 2023.04.02
차천로, <강야(江夜)>  (0) 2023.04.02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