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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한문

김시습, <고목(枯木)>

by !)$@@!$ 2023. 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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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

마른 나무(김시습)

 

긴 가지는 감아 굽고 작은 가지는 기울어졌는데

곧은 줄기는 곧게 푸른 하늘에 솟아 있네

몇 해 동안 바위에 기대 비와 눈 맞으면서

어느 해 뛰고 달려 용과 뱀이 되려는가

혹이 난 껍질이 장자 나무인 듯하고

기이한 모습 우뚝하니 한나라 사신 뗏목이네

봄이 와도 무심하여 하늘마저 애석한데

등나무로 잎 만들고 이끼로 꽃 피웠네

 

■원문

枯木(고목), 金時習(김시습)

 

長枝蟠屈小枝斜(장지반굴소지사)

直幹亭亭聳碧霞(직간정정용벽하)

幾歲倚巖排雨雪(기세의암배우설)

何年趠走化龍蛇(하년탁주화룡사)

瘤皮擁腫莊生木(류피옹종장생목)

奇狀巃嵷漢使槎(기상롱종한사사)

春至無心天亦惜(춘지무심천역석)

敎藤爲葉蘇爲花(교등위엽소위화)

 

고목

 

■글자풀이

  • 蟠: 두르다
  • 屈: 굽다
  • 斜: 비끼다, 비스듬하다
  • 幹: 줄기
  • 亭亭: 곧게 서 있는 모양
  • 聳: 솟다
  • 倚: 의지하다
  • 排: 밀치다
  • 趠: 뛰다, 멀다
  • 龍蛇: 용과 뱀, 훌륭한 인물을 비유
  • 瘤: 혹
  • 擁: 안다, 들다
  • 腫: 부스럼
  • 巃: 가파르다
  • 嵷: 산이 우뚝하다
  • 槎: 뗏목
  • 惜: 아깝다, 애석하다
  • 藤: 등나무
  • 蘇: 풀

 

■감상

   김시습(1435-1493)의 자는 열경(悅卿), 호는 매월당(梅月堂)으로 강릉이 본관입니다. 절의를 지킨 생육신(生六臣)의 한 사람으로,, 방랑하는 천재 시인이자 문학가이기도 합니다. 선비 출신이면서도 승려가 되어 기행(奇行)을 보인 기인(奇人)으로 손꼽히기도 하며, 설잠(雪岑)이라는 법호를 지닐 정도로 유교를 근본으로 하고 불교의 교리를 좋아하여 유가와 접목시킨 사상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저서로는 금오신화(金鰲新話)5편과 매월당집(梅月堂集), 탕유관서록(宕遊關西錄)등이 있습니다.

 

   이 시는 마른 나무를 읊은 영물시(詠物詩)입니다. 영물시는 자연이나 구체적 사물을 대상으로 집중적으로 묘사한 시를 말하며, 화자는 고목에 자신을 의탁해서 시상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고목의 긴 가지는 굽었으며 작은 가지들은 기울어져 있는데, 곧은 줄기는 하늘로 시원하게 솟아 있습니다.

 

   수많은 시간을 바위에 기댄 채 풍상을 겪었을 것이며, 화자는 어느 해에 용과 뱀이 되려는 지를 묻기도 합니다. 장자의 무용지용(無用之用)한 나무인 듯 혹이 나 있고, 흉노족에 잡혀 포로생활을 했던 장건(張騫)의 뗏목인 것처럼 하늘로 우뚝 솟아 있습니다.

 

   새 생명을 싹 틔우는 봄이 왔건만 잎을 피우지 못하는 고목도 하늘을 애석하게 생각했는지 등나무로 잎을 만들고 이끼로 대신 꽃을 피웠다면서 시상을 마무리합니다. 과거의 길고 곧았던 고목처럼 자신도 영화로웠던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은 이제 하늘마저 애석하게 여기고 마는 처지가 되었다면서 자신의 삶을 고목에 비유하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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