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석
안령에서 바람을 기다리며(정여창)
바람을 기다리나 바람은 오지 않고
뜬구름만이 푸른 하늘을 가리고 있네
어느 날에 시원한 회오리바람이 불어와
모든 음기를 쓸어 내고 다시 하늘을 볼 수 있을까
■원문
鞍嶺待風(안령대풍), 鄭汝昌(정여창)
待風風不至(대풍풍부지)
浮雲藏靑天(부운장청천)
何日凉飆發(하일량표발)
掃却群陰更見天(소각군음갱견천)
■글자풀이
- 鞍嶺: 함경도 종성에 있는 고개 이름
- 待: 기다리다
- 藏: 감추다
- 凉: 시원하다, 서늘하다
- 飆: 회오리바람, 폭풍
- 掃: 쓸다
- 却: 물리치다
- 群: 무리, 떼
- 陰: 음기
- 更: 다시
■감상
정여창(1450-1504)의 자는 백욱(伯勗), 호는 일두(一蠹)이며, 하동(河東)이 본관입니다.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혼자 독서에 힘쓰다가 김굉필(金宏弼), 김일손(金馹孫)과 함께 김종직(金宗直)의 문하에서 수학하였습니다. ≪논어≫에 밝았고 지리산에 들어가 오경(五經)과 성리학의 근원을 탐구하는 학문에 힘썼으며, 예문관검열, 시강원설서, 안음현감 등을 역임하였습니다. 무오사화(戊午士禍)에 연루되어 유배지에서 죽었고, 갑자사화(甲子士禍) 때 부관참시(剖棺斬屍)를 당하기도 하였습니다. 저서에는 ≪일두유집(一蠹遺集)≫이 있으며, 시호는 문헌(文獻)입니다.
이 시는 작가가 무오사화에 연루되어 함경도 종성으로 유배되어 안령이라는 고개에서 지은 작품으로, 억울하게 유배당한 시인의 절의가 잘 드러나 있습니다. 좋은 세상을 의미하는 바람을 기다려보지만 바람은 불어오지 않고, 해를 가리는 뜬구름들만 하늘에 가득합니다. 이때 해는 군주(君主), 구름은 권신(權臣)을 의미한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어느 날인가 시원하게 회오리바람 같은 광풍(狂風)이 불어와서 온갖 음기(陰氣)들을 모두 쓸어버리고 푸른 하늘을 다시 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암울한 현실을 좋은 기운의 바람이 불어와서 모두 제거하기를 바라는 시인의 간절한 마음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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