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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습, <산행즉사(山行卽事)> ■해석 산길을 가다 즉석으로 짓다(김시습) 아이는 잠자리 잡고 늙은이는 울타리 고치는데 작은 시내 봄물에 가마우지가 목욕하네 푸른 산 끝나는 곳에 돌아갈 길은 멀지만 등나무 한 가지 꺾어 비스듬히 메고 가네 ■원문 山行卽事(산행즉사), 金時習(김시습) 兒捕蜻蜓翁補籬(아포청정옹보리) 小溪春水浴鸕鶿(소계춘수욕로자) 靑山斷處歸程遠(청산단처귀정원) 橫擔鳥藤一箇枝(횡담조등일개지) ■글자풀이 捕: 잡다 蜻蜓: 잠자리 補: 보수하다 籬: 울타리 鸕鶿: 가마우지 橫: 가로 擔: 메다 藤: 등나무 ■감상 김시습(1435-1493)의 자는 열경(悅卿), 호는 매월당(梅月堂)으로 강릉이 본관입니다. 절의를 지킨 생육신의 한 사람으로, 방랑의 천재 시인이자 문학가입니다. 선비 출신이면서도 승려가 되어 기행(奇行)을 보인 기인.. 2023. 3. 29.
서거정, <독좌(獨坐)> ■해석 홀로 앉아(서거정) 홀로 앉아 찾는 손님도 없이 빈 뜰에는 비 기운만 어둑하네 물고기 요동쳐 연잎이 움직이고 까치가 밟아 나무 끝이 출렁대네 거문고 젖었어도 줄은 아직 소리 나고 화로는 차가워도 불은 여전히 남아 있네 진흙길이 출입을 방해하니 하루종일 문 닫아 두려 하네 ■원문 獨坐(독좌), 徐居正(서거정) 獨坐無來客(독좌무래객) 空庭雨氣昏(공정우기혼) 魚搖荷葉動(어요하엽동) 鵲踏樹梢翻(작답수초번) 琴潤絃猶響(금윤현유향) 爐寒火尙存(로한화상존) 泥途妨出入(니도방출입) 終日可關門(종일가관문) ■글자풀이 昏: 어둡다 搖: 흔들리다 荷: 연꽃 鵲: 까치 踏: 밟다 梢: 나무 끝 翻: 날다 潤: 젖다 絃: 줄 響: 소리 爐: 화로 泥: 진흙 妨: 방해하다 ■감상 서거정(1420-1488)의 자는 강중(剛.. 2023. 3. 29.
서거정, <하일즉사(夏日卽事)> ■해석 여름날에 짓다(서거정) 잠시 날이 개니 주렴과 휘장에 햇빛이 반짝반짝 짧은 모자 홑적삼에 더위가 사라지네 껍질 벗은 죽순은 유심이 비를 맞아 자라고 지는 꽃은 힘없이 바람 따라 날아가네 성명을 감춘 문자는 버린 지 오래되었고 시비를 일으키는 벼슬도 일찌감치 싫었다네 보압 향 다 타들어갈 때 잠이 막 깨니 손님은 적게 오고 제비만 자주 날아드네 ■원문 夏日卽事(하일즉사), 徐居正(서거정) 小晴簾幕日暉暉(소청렴막일휘휘) 短帽輕衫署氣微(단모경삼서기미) 解籜有心因雨長(해탁유심인우장) 落花無力受風飛(낙화무력수풍비) 久拚翰墨藏名姓(구반한묵장명성) 已厭簪纓惹是非(이염잠영야시비) 寶鴨香殘初睡覺(보압향잔초수각) 客曾來少燕頻歸(객증래소연빈귀) ■글자풀이 晴: 날이 개다 簾: 주렴, 발 幕: 휘장, 막 暉: 빛나다 .. 2023. 3. 28.
최경창, <초조(楚調)> ■해석 초나라 노래(최경창) 초나라에서 참소로 슬퍼하던 날 로 원망하며 죽은 굴원아 상강의 물은 흘러서 마르지 않는데 천 년 동안 남긴 원혼만 붙어 있구나 ■원문 楚調(초조), 崔慶昌(최경창) 楚國傷讒日(초국상참일) 懷沙怨屈原(회사원굴원) 湘江流不歇(상강류불헐) 千載寄遺魂(천재기유혼) ■글자풀이 傷: 해치다 讒: 참소하다, 해치다 歇: 쉬다 寄: 부치다 遺: 남기다 ■감상 최경창(1539-1583)의 자는 가운(嘉雲), 호는 고죽(孤竹)이며 해주가 본관입니다. 최충(崔沖)의 18대손이자, 최자(崔滋)의 13대 손이며, 아버지는 최수인(崔守仁)으로 문장가 집안의 명맥을 이어온 인물입니다. 백광훈(白光勳), 이후백(李後白)과 함께 양응정(梁應鼎)의 문하에서 수학하였으며, 학문과 문장에 뛰어나 이이(李珥), .. 2023. 3. 28.
최경창, <영월루(映月樓)> ■해석 영월루(최경창) 옥을 새긴 난간에 가을이 오니 이슬 기운은 맑은데 수정 발은 차갑고 계수나무 꽃은 밝네 난새가 끄는 수레 오지 않고 은빛 다리마저 끊어졌으니 슬프구나, 선랑은 흰머리만 자라나네 ■원문 映月樓(영월루), 崔慶昌(최경창) 玉檻秋來露氣淸(옥함추래로기청) 水晶簾冷桂花明(수정렴랭계화명) 鸞驂不至銀橋斷(난참부지은교단) 惆悵仙郞白髮生(추창선랑백발생) ■글자풀이 檻: 난간, 우리 露: 이슬 簾: 발, 주렴 桂: 계수나무 鸞: 난새 驂: 곁마(네 필의 말이 끄는 마차에서 바깥의 두 말) 惆悵: 슬퍼하는 모양 ■감상 최경창(1539-1583)의 자는 가운(嘉雲), 호는 고죽(孤竹)이며 해주가 본관입니다. 최충(崔沖)의 18대손이자, 최자(崔滋)의 13대 손이며, 아버지는 최수인(崔守仁)으로 문장가 .. 2023. 3. 27.
서거정, <춘일(春日)> ■해석 봄날(서거정) 금빛은 실버들에 들어오고 옥빛은 매화를 떠나는데 작은 연못의 새로운 물은 이끼보다 푸르네 봄 시름과 봄의 흥취 어느 것이 깊고 옅은가 제비가 오지 않아 꽃이 피지 않았네 ■원문 春日(춘일), 徐居正(서거정) 金入垂楊玉謝梅(금입수양옥사매) 小池新水碧於苔(소지신수벽어태) 春愁春興誰深淺(춘수춘흥수심천) 燕子不來花未開(연자불래화미개) ■글자풀이 垂: 드리우다 楊: 버드나무 謝: 물러나다, 떠나다 梅; 매화 池: 연못 碧: 푸르다 苔: 이끼 深: 깊다 淺: 얕다 燕: 제비 ■감상 서거정(1420-1488)의 자는 강중(剛中), 호는 사가정(四佳亭) 또는 정정정(亭亭亭)으로, 대구가 본관입니다. 조수(趙須)와 유방선(柳方善) 등에게 배웠으며, 천문(天文)과 지리(地理), 의약(醫藥)과 복서(卜.. 2023. 3. 27.
백광훈, <홍경사(弘慶寺)> ■해석 홍경사(백광훈) 가을 풀과 전 왕조의 절 남아 있는 비석엔 한림학사의 글이라네 천 년 동안 흘러온 물이 있어 지는 해에 돌아가는 구름을 보네 ■원문 弘慶寺(홍경사), 白光勳(백광훈) 秋草前朝寺(추초전조사) 殘碑學士文(잔비학사문) 千年有流水(천년유류수) 落日見歸雲(낙일견귀운) ■글자풀이 殘: 남다 碑: 비석 學士: 한림학사 ■감상 백광훈(1537-1582)의 호는 옥봉(玉峯), 자는 창경(彰卿)이며, 해미가 본관입니다. 형 백광안(白光顔)과 백광홍(白光弘), 사촌 동생인 백광성(白光城)과 함께 모두 문장으로 칭송을 받았으며, 삼당파(三唐派) 시인(이달, 최경창, 백광훈)의 한사람입니다. 이후백(李後白)과 박순(朴淳)에게 수학했으며, 28세에 진사시에 합격했으나 과거를 포기하고 정치 참여도 포기하면서.. 2023. 3. 25.
정철, <산사야음(山寺夜吟)> ■해석 산사에서 밤에 읊조리다(정철) 우수수 낙엽 지는 소리에 비가 내리는 것이라 착각했네 스님 불러 문을 나가 보게 했더니 달이 시내 남쪽 나무에 걸려 있다네 ■원문 山寺夜吟(산사야음), 鄭澈(정철) 蕭蕭落木聲(소소낙목성) 錯認爲疎雨(착인위소우) 呼僧出門看(호승출문간) 月掛溪南樹(월괘계남수) ■글자풀이 蕭蕭: 나무가 흔들리는 모양 錯: 착각하다 認: 인지하다 疎: 성기다 呼: 부르다 掛: 걸다 ■감상 정철(1536-1593)은 자는 계함(季涵), 호는 송강(松江)이며, 본관은 연일(延日)입니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윤선도, 박인로와 함께 국문학에서 3대 시인으로 손꼽힐 정도로, 그 이름이 높습니다. 1562년에 문과에 급제했고, 정적의 모함으로 유배생활을 하다가 임진왜란 때 풀려나기도 했습니다. 이 시.. 2023. 3.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