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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人災)를 막아야 인재(人才)다 ■멍청한 호랑이는 누구? '노'라는 이름의 원숭이는 몸매가 자그맣고 발톱은 날카로워서 나무에 기어오르기를 잘합니다. 하루는 호랑이가 노에게 머리가 가렵다며 긁어달라고 부탁을 합니다. 호랑이 머리 위로 올라간 노는 머리를 계속 긁어대다가 마침내 구멍을 내고 마는데, 호랑이는 그것도 모르고 연신 시원한 표정만 짓고 있습니다. 반응을 살핀 노는 느긋하게 호랑이의 골을 파먹다가 맛난 것은 같이 먹어야 한다며 남은 것을 호랑이에게 건네기까지 합니다. 이를 고맙게 여긴 호랑이는 다 먹을 때까지 그것이 자신의 골인 것을 몰랐고, 나중에 호랑이가 머리가 아프다고 하자 원숭이는 약을 구해오겠다며 재빠르게 도망가고 맙니다. 원숭이에게 당한 호랑이는 길길이 날뛰다가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다는 이 이야기는 명나라 유원경의 ≪현.. 2022. 10. 6.
실수는 인정할 때 훌륭한 일이 된다 ■누가 잘못이 없겠는가 진나라 영공은 양공의 아들로 13년간 통치를 한 군주입니다. 어린 나이에 즉위하여 조순이 섭정을 했는데, 어려서부터 거칠고 음란한 행동으로 방탕한 행동을 일삼았습니다. 백성들에게 세금을 가혹하게 수탈하여 궁전을 장식하거나 높은 누대 위에 올라가 사람을 향해 활을 쏘면서 그 모습을 즐기는 잔악무도한 모습으로 군왕의 도리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하루는 요리사가 익히지 않은 곰 발바닥 요리를 올리자, 요리사를 죽여 시신을 대나무통에 집어넣은 다음 그 아내가 통을 짊어지고 조정을 지나가게 하는 기행을 저질렀습니다. 대부인 사회는 군왕의 무도함에 근심만 쌓여갔고, 결국 그는 영공에게 간언을 하기 위해 입궐을 하였습니다. 사회를 본 영공은 일부러 못 본 척 딴짓을 하다가 그가 절을 올리자 먼.. 2022. 10. 5.
인성과 인성교육, 그리고 헬퍼스하이 실천적 자극을 통해 행동하는 인재를 위한 인성과 인성교육 ■고전은... 중국 송나라 때 불교 서적인 ≪벽암록≫에 '줄탁동시(啐啄同時)'라는 말이 있습니다.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오기 위해서는 새끼와 어미 닭이 안팎에서 서로 쪼아야 한다는 뜻인데, 병아리가 안에서 쪼는 것을 '줄'이라 하고, 어미가 밖에서 알을 깨는 것을 '탁'이라고 합니다. 이는 병아리가 세상에 잘 나올 수 있도록 어미도 힘을 보태는 것을 말합니다. 또는 이상적인 사제지간을 비유하는 표현인데, '병아리-어미'는 '학생-선생'의 관계에 해당합니다. 중요한 것은 학생들의 재능이나 본성이 잘 발현될 수 있도록 선생은 자극을 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공자는 사람은 누구나 인(仁)한 본성을 지니고 있고, 인(仁) 사상은 모든 사람이 지향해야 할 .. 2022. 10. 5.
가도, <심은자불우> ■해석 은자를 찾았으나 만나지 못했네(가도) 소나무 아래에서 아이에게 물으니 스승은 약초 캐러 가셨다 하네 단지 이 산속에 계시건만 구름 깊어 계신 곳을 알 수 없다네 ■원문 尋隱者不遇(심은자불우), 賈島(가도) 松下問童子(송하문동자) 言師採藥去(언사채약거) 只在此山中(지재차산중) 雲深不知處(운심부지처) ■글자풀이 尋: 찾다 隱者: 세상을 피해 은둔해 사는 사람 遇: 만나다 採: 캐다 只: 다만, 단지 處: (스승이 계신) 곳 ■감상 가도(779-843)는 당나라 때의 시인으로, 잠시 출가하여 승려가 되었던 시인입니다. 후에 한유(韓愈)의 권유로 환속을 하였고, 그에게 시문을 배웠다고도 전해집니다. 평생을 청빈하게 살다가 세상을 떠났고, 세상에 남긴 것은 오로지 병든 말과 거문고뿐이었다고 전해집니다. 작.. 2022. 10. 4.
이건, <걸국화> ■해석 국화를 바라다(이건) 맑고 좋은 계절 중양절 가까우니 바로 술꾼이 취하기 좋은 때로구나 섬돌에 국화꽃이 가득 피어 있거든 향기로운 가지 하나 나누어주시오 ■원문 乞菊花(걸국화), 李建(이건) 淸秋佳節近重陽(청추가절근중양) 正是陶家醉興長(정시도가취흥장) 相見傲霜花滿砌(상견오상화만체) 可能分與一枝香(가능분여일지향) ■글자풀이 乞: 빌다, 바라다 重陽: 양수가 겹친 음력 9월 9일 중양절 陶家: 진나라 도간(陶侃)의 집으로, 여기서는 술을 의미 傲霜: 오상고절(傲霜孤節)을 지닌 국화를 의미 砌: 섬돌 枝: 나뭇가지 香: 향기 ■감상 조선 효종 때의 문신인 해원군 이건(1614-1662)은 할아버지가 선조, 아버지는 선조의 일곱째 아들인 인성군(仁城君) 이공(李珙)입니다. 아버지가 역모 혐의로 제주도에 .. 2022. 10. 4.
정철, <산사야음> ■해석 산사에서 밤에 읊다(정철)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 소리를 성긴 빗소리로 잘못 알고서 스님 불러 문밖에 나가 보라 했더니 시냇가 남쪽 가지에 달이 걸렸다네 ■원문 山寺夜吟(산사야음), 鄭澈(정철) 蕭蕭落葉聲(소소낙엽성) 錯認爲疏雨(착인위소우) 呼僧出門看(호승출문간) 月掛溪南樹(월괘계남수) ■글자풀이 蕭蕭: 나뭇잎이 떨어지는 소리, 의성어 錯認: 잘못 오해하여 알다 疏雨: 성긴 빗소리, 빗방울이 가끔씩 떨어지는 비 爲: ~이다 掛: 걸다 溪: 시내 ■감상 정철(1536-1593)은 조선 중기의 문신으로, 자는 계함(季涵), 호는 송강(松江)입니다. 훈훈한 인간미, 강호 산수의 자연미를 노래한 작품이 많고, 국문학사에서 가사 문학의 대가로 일컬어지고 있습니다. , , , 의 가사 네 작품과 시조 107수.. 2022. 10. 3.
한번 사는 세상, 이름값하며 살자 남이 부르면 부를수록 값어치가 높아지도록 이름값을 합시다 몇 년 전 재야의 실력자들이나 잊힌 비운의 가수들이 실력을 겨루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막을 내렸습니다. 기존의 오디션 방식과는 다른 포맷으로 출연자들을 익명으로 만나고 번호로만 부르는 방식입니다. 익명에 가려져 있다 보니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유발하기에도 충분했고, 출연자들은 최종 TOP10에 올라가거나 탈락이 되고 나서야 본인의 이름을 드러냅니다. 이전까지는 번호가 이름인 무명자(無名者) 상태로만 존재한 것입니다. 순위에 올라서 이름을 달고 부르는 노래는 오롯이 자신의 음악이 되어 시청자들에게 다가갑니다. 무명가수가 아니라 유명가수로 존재를 드러내면서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하고, 보는 이들도 그제야 번호의 존재를 확인해가며 더욱 열렬히 환호하기.. 2022. 10. 3.
임제, <말없이 이별하다> ■해석 말없이 이별하다(임제) 열다섯 아리따운 소녀가 남이 부끄러워 말없이 이별하고 돌아와 중문을 닫아 걸고서 배꽃에 걸린 달을 바라보며 흐느끼네 ■원문 無語別(무어별), 林悌(임제) 十五越溪女(십오월계녀) 羞人無語別(수인무어별) 歸來掩重門(귀래엄중문) 泣向梨花月(읍향이화월) ■글자풀이 越溪女: 아름다운 미녀 상징 羞: 부끄럽다 掩: 닫다 重門: 대문 안에 있는 문 泣: 울다 ■감상 이 시는 임제(1549-1587)의 5언절구 작품으로, 규원(閨怨)이라는 부제로도 불립니다. 임제는 조선 중기의 문인으로 당대 명문장가로 이름을 날렸으며, 시풍이 호방하고 시원해서 후대에도 널리 애송되고 있는 시입니다. 임과 이별하는 열다섯의 아리따운 소녀는 남들의 눈에 띌까 부끄러워서 한마디 말도 제대로 못한 상태로 이별을.. 2022. 10.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