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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말하는 마따호쉐프 수업 ■말하는 공부 노벨상 수상자의 22%, 하버드생의 30%가량이 유대인이라는 통계가 있습니다. 이들이 전 세계 인구의 0.2%에 불과하면서도 각계의 다양한 분야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것은 예사롭지 않은 일일 것입니다. 유대인과 공부의 상관성을 파악하려면 3천 5백 년 동안 이어져 온 전통적 교육방식의 문화코드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 학교 수업을 들여다보면 특이한 장면이 눈에 띕니다. 우리의 여느 수업 분위기와는 다르게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끊임없이 무슨 말인가를 외치고, 학생들은 쉬지 않고 자신들의 생각을 말하는 모습입니다. 수업 내내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건네는 이 말은 "네 생각은 무엇이니?"라는 뜻의 '마따호쉐프'입니다. 이 수업은 학생들이 늘 호기심을 가지고 질문과 토론을 통.. 2022. 10. 20.
이인로, <산거> ■해석 산에 살다(이인로) 봄이 지났어도 여전히 꽃이 있고 하늘이 맑아도 골짜기는 그늘졌네 밤에 우는 두견새가 대낮에도 울어대니 비로소 내 사는 집이 깊은 줄을 알겠네 ■원문 山居(산거), 李仁老(이인로) 春去花猶在(춘거화유재) 天晴谷自陰(천청곡자음) 杜鵑啼白晝(두견제백주) 始覺卜居深(시각복거심) ■글자풀이 猶: 아직도, 여전히 晴: 맑다, 개다 陰: 그늘이 지다 杜鵑: 두견새 啼: 울다 卜居: 살만한 곳을 정함 ■감상 이인로(1152-1220)는 고려 중기의 문신으로, 죽림고회의 한 사람입니다. 한유와 소동파의 시문학을 좋아하였고, 최초의 시화집인 ≪파한집≫을 저술하여 한국문학사에 본격적인 비평 문학의 길을 열었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5언 절구의 이 시는 깊은 산속의 그윽한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작품.. 2022. 10. 19.
욕 먹어야 오래 산다(?), 손가락을 조심하자 ■손가락의 경고 전한의 13대 황제인 효애황제는 재위 당시 실권은 외척에게 빼앗겼으며, 미소년인 동현을 사랑하며 동성애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황제는 비위를 맞춰가며 복종하는 동현을 무척 사랑한 나머지, 자신의 팔베개를 하고 자는 그를 깨우지 않기 위해 스스로 팔까지 잘랐다고 전해질 정도로 총애한 것입니다. 동현에게 수많은 벼슬과 녹봉을 내리려 하자 안 좋은 소문이 사방에 자자하였고, 이러한 상황을 우려한 신하 왕가는 "천인소지, 무병이사(千人所指, 無病而死)"라는 말로 왕을 경계하였습니다. 이는 "천명(많은 사람)이 손가락질을 하면 병이 없어도 죽는다."라는 뜻으로, ≪한서≫, 에 전하는 이야기입니다. 음성이 아닌 몸짓이나 손짓으로 표현하는 것을 우리는 비언어적 표현이라고 합니다. 이 또한 의미를 전달하.. 2022. 10. 18.
돼지에게 바라는 것은 삼겹살이 아니다 ■서러운 돼지 ≪주역≫, 를 설명하는 글에는 돼지를 물고기와 함께 무지한 동물의 대표로 묘사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돼지는 조급하고 물고기는 사리에 어두워서 이러한 돼지와 물고기에게까지 감동을 전달할 수만 있다면, 사람의 신의가 그만큼 진실하다는 것입니다. ≪산림경제≫, 의 기록에도 물에 뜨는 돼지고기는 먹으면 안 되고, 메밀과 함께 하면 머리가 빠지며, 쇠고기와 같이 먹으면 촌백충(寸白蟲)이 생긴다고 하였습니다. 여타의 문헌에서도 돼지의 용도는 가장 미천하고 하찮은 것이나 소인을 의미하는 것에서부터 불순한 탐욕을 부리는 대상, 왜적과 오랑캐를 빗대어 쓰는 부정적 이미지가 다수를 이루고 있습니다. 관상학에서도 돼지가 마냥 좋은 대접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심술이 올바르지 않고 탐욕스러운 인상을 시시(豕視).. 2022. 10. 17.
미꾸라지의 꿈 ■고전 속 미꾸라지의 모습 여름철만 되면 생각나는 보양식 중에 하나가 추어탕입니다. 영양가가 풍부하다는 것은 둘째치더라도 만원 지폐 한 장으로 여름철 무더위를 식혀줄 수 있으므로, 누구나 편하게 즐기는 서민 음식입니다. 인기를 증명이나 하듯 요즘은 탕뿐만이 아니라 전골, 튀김, 만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메뉴를 개발하여 국민들의 입맛을 사로잡았습니다. 이처럼 음식으로서의 진가는 증명했지만, 미꾸라지에 대한 이미지는 예전부터 그리 호의적이지는 않았습니다. 추어(鰌魚)는 미꾸라지를 가리키는 한자어입니다. 중국 청나라의 서가가 쓴 ≪청패류초≫, 편에 의하면 '미꾸라지는 추어(鰍魚)로도 쓰는데, 먹을 수가 있고, 모양은 뱀장어와 비슷하며, 길이는 서너치 정도가 된다. 몸은 둥글지만 꼬리는 넓적하고, 색은 청흑색이.. 2022. 10. 15.
한문으로 배우는 수학 ■해석 어떤 사람이 물건을 사는데 사람마다 돈을 7냥씩 내면 14냥이 부족하고 사람마다 9냥씩 내면 딱 맞았다. 질문: 사람과 돈은 각각 얼마인가? 정답: 사람은 7명, 돈은 63냥이다 ■원문 有人買物(유인매물)에 人出錢七兩(인출전칠냥)이면 不足一十四兩(부족일십사냥)이요 人出錢九兩(인출전구냥)이면 適足(적족)이라. 問(문): 人(인)과 錢(전)은 各幾何(각기하)오? 答曰(답왈): 人(인)은 七(칠)이요, 錢(전)은 六十三兩(육십삼냥)이라. ■글자풀이 有人: 어떤 사람 買: 사다 兩: 엽전을 세는 단위 適足: 정확하게 딱 맞음 幾何: 얼마인가? ■해설 이 글은 조선 후기의 실학자인 홍대용(1731-1783)의 ≪주해수용≫에 실린 글입니다. 홍대용은 지전설, 무한우주론 등의 독창적인 과학 이론을 주장했던 과.. 2022. 10. 14.
반려견, 정서를 교감하는 가족 ■역사 속 개의 모습들 17세기 문인 이응희는 이웃집에서 개를 얻은 뒤에 라는 시를 썼습니다. 개는 무심한 동물이 아니라서 닭과 돼지와는 비교할 수도 없고, 예전에 집에 묵었던 손님은 잘도 기억해 내며, 어두운 밤이라도 지나가는 낯선 손님을 잘 가려서 여지없이 짖어댄다는 내용입니다. 또한 짐승을 잡는 재주도 매우 민첩하고 청력도 뛰어나서 작은 소리도 귀신같이 잘 듣는 영리한 동물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역사 속 이야기에서도 개는 다양한 모습들로 묘사됩니다. 들불을 끄거나 맹수를 물리쳐서 주인을 구하기도 하고, 독약이나 귀신으로부터 주인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며, 주인을 보호하고 목숨을 구하는 충견(忠犬)을 넘어서서 의견(義犬)의 모습으로까지 형상화되기도 합니다. 인간도 못하는, 인간보다 나은 동물.. 2022. 10. 14.
옥봉이씨, <자술> ■해석 스스로 짓다(옥봉이씨) 근래 안부를 물으니 어떠하신지요? 달 밝은 비단 창가에 저의 한이 많네요 만약 꿈속의 혼령이 다닐 때 자취 있다면 문 앞의 돌길이 이미 모래가 되었겠지요 ■원문 自述(자술), 玉峰李氏(옥봉이씨) 近來安否問如何(근래안부문여하) 月白紗窓妾恨多(월백사창첩한다) 若使夢魂行有跡(약사몽혼행유적) 門前石路已成沙(문전석로이성사) ■글자풀이 近來: 요즘 紗窓: 비단 창가, 여인의 방에 있는 창 妾: 여인이 자신을 낮춘 1인칭 대명사 若使: 만약 ~라면 已: 이미 沙: 모래 ■감상 이 시는 본관은 전주, 호는 옥봉이며, 왕실 종친인 이봉지(李逢之)의 서녀 옥봉이씨(?-?)의 7언 절구 작품입니다. 옥봉은 모두 32편의 시를 남겼는데, 어려서부터 시문에 뛰어나 허균과 신흠에 의해 문학성을 인정.. 2022. 10.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