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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인재(人災)를 막아야 인재(人才)다

by !)$@@!$ 2022. 10.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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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청한 호랑이는 누구?

 

   '노'라는 이름의 원숭이는 몸매가 자그맣고 발톱은 날카로워서 나무에 기어오르기를 잘합니다. 하루는 호랑이가 노에게 머리가 가렵다며 긁어달라고 부탁을 합니다. 호랑이 머리 위로 올라간 노는 머리를 계속 긁어대다가 마침내 구멍을 내고 마는데, 호랑이는 그것도 모르고 연신 시원한 표정만 짓고 있습니다. 반응을 살핀 노는 느긋하게 호랑이의 골을 파먹다가 맛난 것은 같이 먹어야 한다며 남은 것을 호랑이에게 건네기까지 합니다.

 

   이를 고맙게 여긴 호랑이는 다 먹을 때까지 그것이 자신의 골인 것을 몰랐고, 나중에 호랑이가 머리가 아프다고 하자 원숭이는 약을 구해오겠다며 재빠르게 도망가고 맙니다. 원숭이에게 당한 호랑이는 길길이 날뛰다가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다는 이 이야기는 명나라 유원경의 ≪현혁편≫에 실린 우언입니다.

 

   우언은 다른 사물에 빗대어 교훈을 우회적을 전달하는 글입니다. 우리는 이 글에서 호랑이와 원숭이가 비유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원숭이는 차치하더라도 우리가 아는 호랑이의 모습과는 사뭇 거리가 멀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골이 파여서 죽음에 이를 때까지 아무것도 모르는 호랑이는 '호가호위(狐假虎威)'에서 여우의 꾀에 놀아난 호랑이보다도 우매함의 극치가 한 수 위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이 글이 빗대어 드러내고자 한 내용은 원숭이는 나라를 망하게 하는 간신에 비유되고, 반면 호랑이는 인재 선발의 자격을 지닌 군주나 리더를 의미합니다. 좋은 인재를 선발하지 못하고 잘못된 인재-원숭이-로 인해 조직이나 나라, 결국은 자신-호랑이-까지 파국으로 몰아넣는 어리석은 리더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호랑이와 원숭이

 

■인재를 알아보는 리더는?

 

   중국 인재 관리 최고의 경전이라고 일컬어지는 ≪변경≫에서는 5천 년 역사 속에서 명멸해 간 영웅들의 인재 식별법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역사가 기억하는 영웅들 곁에는 항상 훌륭한 인재가 있었는데, 유방과 한신, 유비와 제갈량의 관계가 그러합니다. 세상에 천리마는 항상 있지만, 천리마를 알아볼 수 있는 백락의 안목이 있어야 가능한 조합입니다.

 

   어느 시대나 인재는 존재하지만, 그를 알아보는 리더의 지혜도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좋은 인재를 만나면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지만,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이 증명하듯 좋은 인재와 리더가 맺어지는 매칭은 고금을 막론하고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적재적소에 쓰임 받는 인재를 발탁하는 것이 성공의 관건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결과는 항상 '망사(亡事)'로 끝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정치권에서도 항상 선거가 끝나고 나면 한족은 패배의 후유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정작 패배의 원인이 무엇인지는 모른 채 오직 패인(敗因)을 남탓과 외부로 돌리는 모습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패배의 결정적 원인이 인재의 잘못된 등용에서 기인했다는 것을 본인들만 모르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T'자형 인재를 바라며

 

   인재의 기준이야 자리와 쓰임새에 따라 다르겠지만, 중요한 것은 좋은 인재를 변별하는 기준과 식별력이 가장 중요합니다. 정치는 사람에 따라 좌우되고 사람 때문에 사단이 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인재(人災)를 막기 위해서는 인재(人才)의 진가를 구별해내는 안목이 절실한 것입니다. 친소나 귀천, 출신에 관계 없이 입현무방(立賢無方)해야 하며, 겸덕(兼德)과 겸재(兼才)의 능력을 지닌 인재를 가려서 유재시용(惟才是用)해야 좋은 정치가 가능합니다.

 

   미래사회에서 필요한 인재의 유형은 자기 분야만 아는 외골수의 'I'자형 인재가 아니라 'T'자형 인재라고 합니다. 종(I)으로는 특정 분야의 깊이를 지니고 횡(ㅡ)으로는 지식과 역량·인품을 보유한 인재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에도 천리마의 능력과 백락의 혜안을 두루 겸비한 어진 인재(人才)가 많이 나타나기를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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