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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한문

이건, <걸국화>

by !)$@@!$ 2022. 10.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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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

국화를 바라다(이건)

 

맑고 좋은 계절 중양절 가까우니

바로 술꾼이 취하기 좋은 때로구나

섬돌에 국화꽃이 가득 피어 있거든

향기로운 가지 하나 나누어주시오

 

■원문

乞菊花(걸국화), 李建(이건)

 

淸秋佳節近重陽(청추가절근중양)

正是陶家醉興長(정시도가취흥장)

相見傲霜花滿砌(상견오상화만체)

可能分與一枝香(가능분여일지향)

 

■글자풀이

  • 乞: 빌다, 바라다
  • 重陽: 양수가 겹친 음력 9월 9일 중양절
  • 陶家: 진나라 도간(陶侃)의 집으로, 여기서는 술을 의미
  • 傲霜: 오상고절(傲霜孤節)을 지닌 국화를 의미
  • 砌: 섬돌
  • 枝: 나뭇가지
  • 香: 향기

 

 

■감상

 

  조선 효종 때의 문신인 해원군 이건(1614-1662)은 할아버지가 선조, 아버지는 선조의 일곱째 아들인 인성군(仁城君) 이공(李珙)입니다. 아버지가 역모 혐의로 제주도에 함께 유배되기도 했으며, 이후 1657년 해원군에 봉해졌습니다. 시와 그림에 능하다는 평을 받았으며, 시호는 충효(忠孝)입니다.

 

  이 시는 중양절을 얼마 남기지 않은 시기에 지은 7언절구의 한시입니다. 중양절은 중구일(重九日)이라고도 하며, 홀수인 9가 두 번 겹치면 복이 온다고 해서 유래된 말입니다. 이날은 붉은 산수유를 머리에 꽂고 산에 오르며, 국화를 감상하고 국화전과 국화주를 마시면서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는 시기입니다.

 

  섬돌 위에 곱게 피어있는 국화 향기가 진동하고 있으니, 화자는 이 향기를 본인만 맡는 것에 너무 안타까워합니다. 아마 이 꽃은 진노랑색의 황국(黃菊)일 것으로 추측됩니다. 그리고 그 향기를 주변의 이웃들에게도 공유해서 가을이 주는 향기로움을 공유하고자 하는 시인의 넉넉한 마음이 나타나 있습니다. 가을의 한가로우면서도 풍성한 시인의 정서를 읽을 수 있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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