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석
독서유감(이하곤)
집이 가난해 겨우 다섯 수레 책만 있을 뿐
이 밖에는 도무지 한 물건도 남은 것이 없네
살아서나 죽어서나 누런 책 속을 벗어나지 못하니
전생에는 마땅히 좀벌레였으리라
■원문
讀書有感(독서유감), 李夏坤(이하곤)
家貧只有五車書(가빈지유오거서)
此外都無一物餘(차외도무일물여)
生死不離黃卷裏(생사불리황권리)
前身應是食仙魚(전신응시식선어)
■글자풀이
- 貧: 가난하다
- 五車書: 다섯 수레에 실을 만큼의 책
- 都: 도무지
- 餘: 남다
- 黃卷: 누렇게 변한 책
- 裏: 속, 안
- 是: ~이다
- 食仙魚: 좀벌레의 별명
■감상
이하곤(1677-1724)은 조선후기에 화가이자 평론가로, 자는 재대(載大), 호는 담헌(澹軒)이며, 경주(慶州)가 본관입니다. 좌의정 이경억(李慶億)의 손자이며, 문형(文衡)이었던 이인엽(李寅燁)의 아들입니다. 당시 시인인 이병연, 서예가인 윤순, 화가인 정선 등과 교유하였고, 당대 조선과 중국의 화가들의 그림에 대한 평도 활발하게 한 평론가였습니다. 문집으로는 ≪두타초(頭陀草)≫ 18권이 남아 있습니다.
이 시는 독서에 대한 시인의 감회를 나타낸 칠언절구의 한시입니다. 조선의 선비들에게 독서는 삶의 전부이자 하루 대부분의 일과였습니다. 독서를 통해서 수신(修身)을 했고 선현의 가르침이 책 속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시인은 집은 비록 가난해도 다섯 수레의 책을 소장하고 있었으며, 그 외에는 변변한 살림살이가 없었습니다. 평생을 책 속에 묻혀 살고 있으니, 스스로가 전생에는 좀벌레였을 것이라고 가벼운 자조의 모습까지 보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자조적인 표현의 '좀벌레'가 아니라 평생 독서에 힘쓰는 선비의 올곧은 모습인 '책벌레'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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