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석
사리화(이제현)
참새야 어디서 오가며 나느냐
일 년 농사는 아랑곳하지 않고
늙은 홀아비는 홀로 갈고 맸는데
밭의 벼와 기장을 다 없애다니
■원문
沙里花(사리화), 李齊賢(이제현)
黃雀何方來去飛(황작하방래거비)
一年農事不曾知(일년농사부증지)
鰥翁獨自耕耘了(환옹독자경운료)
耗盡田中禾黍爲(모진전중화서위)
■글자풀이
- 黃雀: 참새
- 方: 방향, 향방
- 鰥: 홀아비
- 耕: 밭 갈다
- 耘: 김매다
- 了: 마치다
- 耗: 다하다, 없애다
- 禾: 벼
- 黍: 기장
■감상
이제현(1287-1367)은 고려 후기 관리이자 유학자로, 자는 중사(仲思), 호는 익재(益齋)·역옹(櫟翁)이며, 본관은 경주(慶州)입니다. 1314년에 백이정의 문하에서 정주학을 공부했고, 연경에 가서 원나라의 학자인 요수, 조맹부 등과 고전을 연구했습니다. 성리학 발전에도 많은 기여를 했고, 문학에서는 도(道)와 문(文)을 본말(本末)의 관계로 파악하는 문학관을 지녔습니다. 저서로는 ≪익재난고≫ 10권과 ≪역옹패설≫ 2권이 있습니다.
이 작품은 고려시대 당시에 구전되던 민요를 7언절구의 한시로 한역한 작품입니다. 본래의 가사는 전해지지 않으며, ≪익재난고≫에만 한역시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제목인 '사리화'는 '농부들이 목이 쉬고 근심하면서 얻은 꽃'이라는 의미로, 탐관오리들의 농민에 대한 수탈과 횡포를 풍자하고 비판한 작품입니다.
당시는 대외적으로 명나라의 간섭과 홍건적, 왜구의 침입으로 나라가 혼란스러웠고, 국내도 권문세적의 발호로 인한 왕권 악화, 백성들의 궁핍 등, 한마디로 내우외환의 시대였습니다. 백성들은 부역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애써 농사를 짓지만, 권력층에게 모두 빼앗기는 현실에 처해 있었던 것입니다.
작품에서 '참새'는 백성들에게 수탈을 일삼는 권력자(탐관오리), '늙은 홀아비'는 탐관오리들에게 수탈을 당하는 당대 힘없고 가난한 백성들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애써 농사지은 농작물들을 권력자들이 모두 빼앗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작품의 겉으로는 참새가 벼와 기장을 다 먹어가는 것을 원망하고 있지만, 내면적으로는 권력자들로 인한 농민 수탈과 횡포가 만연했던 당대 현실을 풍자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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