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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한문

서거정, <독좌(獨坐)>

by !)$@@!$ 2023. 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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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

홀로 앉아(서거정)

 

홀로 앉아 찾는 손님도 없이

빈 뜰에는 비 기운만 어둑하네

물고기 요동쳐 연잎이 움직이고

까치가 밟아 나무 끝이 출렁대네

거문고 젖었어도 줄은 아직 소리 나고

화로는 차가워도 불은 여전히 남아 있네

진흙길이 출입을 방해하니

하루종일 문 닫아 두려 하네

 

■원문

獨坐(독좌), 徐居正(서거정)

 

獨坐無來客(독좌무래객)

空庭雨氣昏(공정우기혼)

魚搖荷葉動(어요하엽동)

鵲踏樹梢翻(작답수초번)

琴潤絃猶響(금윤현유향)

爐寒火尙存(로한화상존)

泥途妨出入(니도방출입)

終日可關門(종일가관문)

 

진흙길

 

■글자풀이

  • 昏: 어둡다
  • 搖: 흔들리다
  • 荷: 연꽃
  • 鵲: 까치
  • 踏: 밟다
  • 梢: 나무 끝
  • 翻: 날다
  • 潤: 젖다
  • 絃: 줄
  • 響: 소리
  • 爐: 화로
  • 泥: 진흙
  • 妨: 방해하다

 

■감상

   서거정(1420-1488)의 자는 강중(剛中), 호는 사가정(四佳亭) 또는 정정정(亭亭亭)으로, 대구가 본관입니다. 조수(趙須)와 유방선(柳方善) 등에게 배웠으며, 천문(天文)과 지리(地理), 의약(醫藥)과 복서(卜筮), 성명(性命)과 풍수(風水) 등 다양한 학문세계를 이루었습니다.

 

   문장과 시에 뛰어나 서거정의 학풍은 15세기 관학(官學)의 분위기를 대변해 주었고,, 정치적으로도 훈신(勳臣)의 입장을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동문선(東文選)을 편찬하여 우리나라 한문학의 독자성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형조판서, 좌참찬, 좌찬성 등을 역임하였으며, 시문집으로 사가집(四佳集)이 전해집니다.

 

   이 시는 가을비가 내리는 날 홀로 앉아 떠오르는 상념을 옮긴 작품입니다. 찾아오는 손님도 없이 홀로 앉아 있노라니. 텅 빈 뜰에는 금세라도 비가 올 기미를 보이고 있습니다. 연못에는 고기가 요동치면서 연잎을 흔들고, 나뭇가지는 까치가 밟아서 출렁댑니다. 비로 인한 습함에 거문고 줄은 눅눅해졌지만 아직 소리는 나고, 화로의 불은 식긴 했어도 아직 잔불이 남아 있다고 말합니다.

 

   비도 내려 진흙길이 되었으니, 더 이상 찾아올 손님도 없을 것이기 때문에 시인은 오늘은 하루종일 문을 닫아두겠다고 하며 시상을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미련의 진흙길(泥途)’이 작가의 앞에 놓인 현실을 말하는 듯하여 더욱 안타까운 마음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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