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석
산길을 가다 즉석으로 짓다(김시습)
아이는 잠자리 잡고 늙은이는 울타리 고치는데
작은 시내 봄물에 가마우지가 목욕하네
푸른 산 끝나는 곳에 돌아갈 길은 멀지만
등나무 한 가지 꺾어 비스듬히 메고 가네
■원문
山行卽事(산행즉사), 金時習(김시습)
兒捕蜻蜓翁補籬(아포청정옹보리)
小溪春水浴鸕鶿(소계춘수욕로자)
靑山斷處歸程遠(청산단처귀정원)
橫擔鳥藤一箇枝(횡담조등일개지)
■글자풀이
- 捕: 잡다
- 蜻蜓: 잠자리
- 補: 보수하다
- 籬: 울타리
- 鸕鶿: 가마우지
- 橫: 가로
- 擔: 메다
- 藤: 등나무
■감상
김시습(1435-1493)의 자는 열경(悅卿), 호는 매월당(梅月堂)으로 강릉이 본관입니다. 절의를 지킨 생육신의 한 사람으로, 방랑의 천재 시인이자 문학가입니다. 선비 출신이면서도 승려가 되어 기행(奇行)을 보인 기인(奇人)으로 손꼽히기도 하며, 설잠(雪岑)이라는 법호를 지닐 정도로 유교를 근본으로 하고 불교의 교리를 좋아하여 유가와 접목시킨 사상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저서로는 ≪금오신화(金鰲新話)≫ 5편과 ≪매월당집(梅月堂集)≫, ≪탕유관서록(宕遊關西錄)≫ 등이 있습니다.
이 시는 작가가 산길을 가다가 즉흥적으로 지은 작품으로, ≪매월당집≫에는 <도점(陶店)>이라는 작품명으로 되어 있습니다. 화자는 산길을 가다가 아이는 잠자리를 잡는 모습과 노인은 울타리를 고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봄 시냇물에는 가마우지가 목욕을 하고 있는 모습까지 보게 되면서 산속의 한가로운 분위기를 더해주고 있습니다.
저 멀리 길이 끝나는 곳에 가야 할 길이 멀리 뻗어 있지만, 방랑자의 습벽(習癖)을 지닌 화자에게는 그 길이 그리 멀지 않고 급하지도 않기에 등나무 한 가지를 꺾어 비스듬히 메고 유유히 걸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산수 자연을 벗삼아 즐기고자 하는 은일자(隱逸者)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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