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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한문

김시습, <산행즉사(山行卽事)>

by !)$@@!$ 2023. 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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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

산길을 가다 즉석으로 짓다(김시습)

 

아이는 잠자리 잡고 늙은이는 울타리 고치는데

작은 시내 봄물에 가마우지가 목욕하네

푸른 산 끝나는 곳에 돌아갈 길은 멀지만

등나무 한 가지 꺾어 비스듬히 메고 가네

 

■원문

山行卽事(산행즉사), 金時習(김시습)

 

兒捕蜻蜓翁補籬(아포청정옹보리)

小溪春水浴鸕鶿(소계춘수욕로자)

靑山斷處歸程遠(청산단처귀정원)

橫擔鳥藤一箇枝(횡담조등일개지)

 

잠자리

 

■글자풀이

  • 捕: 잡다
  • 蜻蜓: 잠자리
  • 補: 보수하다
  • 籬: 울타리
  • 鸕鶿: 가마우지
  • 橫: 가로
  • 擔: 메다
  • 藤: 등나무

 

■감상

   김시습(1435-1493)의 자는 열경(悅卿), 호는 매월당(梅月堂)으로 강릉이 본관입니다. 절의를 지킨 생육신의 한 사람으로, 방랑의 천재 시인이자 문학가입니다. 선비 출신이면서도 승려가 되어 기행(奇行)을 보인 기인(奇人)으로 손꼽히기도 하며, 설잠(雪岑)이라는 법호를 지닐 정도로 유교를 근본으로 하고 불교의 교리를 좋아하여 유가와 접목시킨 사상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저서로는 금오신화(金鰲新話)5편과 매월당집(梅月堂集), 탕유관서록(宕遊關西錄)등이 있습니다.

 

   이 시는 작가가 산길을 가다가 즉흥적으로 지은 작품으로, 매월당집에는 <도점(陶店)>이라는 작품명으로 되어 있습니다. 화자는 산길을 가다가 아이는 잠자리를 잡는 모습과 노인은 울타리를 고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봄 시냇물에는 가마우지가 목욕을 하고 있는 모습까지 보게 되면서 산속의 한가로운 분위기를 더해주고 있습니다.

 

   저 멀리 길이 끝나는 곳에 가야 할 길이 멀리 뻗어 있지만, 방랑자의 습벽(習癖)을 지닌 화자에게는 그 길이 그리 멀지 않고 급하지도 않기에 등나무 한 가지를 꺾어 비스듬히 메고 유유히 걸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산수 자연을 벗삼아 즐기고자 하는 은일자(隱逸者)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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