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327

박제가, <지연(紙鳶)> ■해석 종이연(박제가) 들이 좁고 바람도 약해 뜻을 얻지 못하는데 햇빛에 흔들리며 서로가 끌고 있네 천하의 홰나무를 모두 쳐서 평평하게 하면 새도 없고 구름도 흩어져서 마음이 확 트이리라 ■원문 紙鳶(지연), 朴齊家(박제가) 野小風微不得意(야소풍미부득의) 日光搖曳故相牽(일광요예고상견) 削平天下槐花樹(삭평천하괴화수) 鳥沒雲飛乃浩然(조몰운비내호연) ■글자풀이 搖: 흔들리다 曳: 끌다 牽: 끌다 削: 깎다 槐: 홰나무 沒: 없어지다 ■감상 박제가(1750-1805)의 자는 차수(次修)·재선(在先), 호는 초정(楚亭)이며, 밀양이 본관입니다. 어릴 때부터 시·서·화에 뛰어났고 20세 전후에 박지원, 이덕무, 유득공 등의 북학파들과 교유하였습니다. 1778년에는 채제공, 이덕무와 함께 청나라에 가서 이조원, 반정.. 2023. 5. 29.
이덕무, <춘일우제(春日偶題)> ■해석 봄날에 우연히 짓다(이덕무) 일 년의 봄빛은 모든 나무에 꽃으로 가득 피고 빈 산에 흐르는 물 깨끗이 얼굴에 비치네 향기로운 풀을 오려낸 듯이 나비는 분을 남기고 조용한 선비는 마음씨가 밝아 매인 게 없네 연기 자욱한 언덕에 검은 암소가 울며 자기 마음껏 천진하게 발굽질을 하네 ■원문 春日偶題(춘일우제), 李德懋(이덕무) 一年春光花萬樹(일년춘광화만수) 空山流水淨照面(공산유수정조면) 芳草如剪蜨遺粉(방초여전접유분) 靜土心朗無所罥(정토심랑무소견) 煙坨烏牸牟然吼(연타오자모연후) 自任其眞蹄自遣(자임기진제자견) ■글자풀이 淨: 깨끗하다 剪: 자르다 蜨: 나비 粉: 분 罥: 얽다, 매다 坨: 비탈진 언덕 烏: 검다 牸: 암컷 牟: 소가 우는 소리 吼: 울다 蹄: 굽 ■감상 이덕무(1741-1793)의 자는 무.. 2023. 5. 27.
장구령, <감우(感遇)2> ■해석 느낀 바가 있어(장구령) 난초 잎은 봄에 무성하고 계수나무 꽃은 가을에 희고 깨끗하네 기쁜 이 생의 뜻이 절로 아름다운 시절이 되네 누가 알까 숲에 사는 자의 삶을 바람에 묻은 향내 자연과 하나가 되네 난초와 계수나무도 본심이 있는데 어찌해 미인이 꺾어주기만을 바라겠는가 ■원문 感遇(감우), 張九齡(장구령) 蘭葉春葳蕤(난엽춘위유) 桂華秋皎潔(계화추교결) 欣欣此生意(흔흔차생의) 自爾爲佳節(자이위가절) 誰知林棲者(수지림서자) 聞風坐相悅(문풍좌상열) 草木有本心(초목유본심) 何求美人折(하구미인절) ■글자풀이 葳: 초목이 무성한 모양 蕤: 초목의 꽃이 드리워진 모양 皎: 희다, 밝다 潔: 깨끗하다 欣欣: 기뻐하는 모양 自: 저절로 棲: 살다, 깃들다 坐: ~로 인해 草木: 난초와 계수나무 美人: 임금 ■감.. 2023. 5. 26.
장구령, <감우(感遇)1> ■해석 느낀 바가 있어(장구령) 외로운 기러기 북해에서 날아와 연못과 물웅덩이를 쳐다볼 생각도 않네 언뜻 보니 물새 한 쌍이 삼주수 위에 둥지를 틀었네 높고도 높은 진귀한 나무의 꼭대기지만 쇠 탄환이 두렵지 않을 리 있겠는가 화려한 옷은 남의 손가락질이 걱정되고 높은 벼슬은 신의 질투가 두렵다네 지금 나는 아득한 하늘에서 노닐고 있으니 주살 사냥꾼이 어찌 나를 잡겠는가 ■원문 感遇(감우), 張九齡(장구령) 孤鴻海上來(고홍해상래) 池潢不敢顧(지황불감고) 側見雙翠鳥(측견쌍취조) 巢在三珠樹(소재삼주수) 矯矯珍木巓(교교진목전) 得無金丸懼(득무금환구) 美服患人指(미복환인지) 高明逼神惡(고명핍신오) 今我遊冥冥(금아유명명) 弋者何所慕(익자하소모) ■글자풀이 感遇: 일이 지난 후에 느낀 바를 적다 鴻: 기러기 池: 연.. 2023. 5. 26.
이이, <화석정(花石亭)> ■해석 화석정(이이) 숲 속의 정자에는 가을 이미 깊어 시인의 뜻이 끝이 없구나 먼 물줄기는 하늘에 닿아 푸르르고 서리를 맞은 단풍은 해를 향해 붉구나 산은 외로운 보름달을 토해놓고 강은 만 리의 바람을 머금었네 변방 기러기는 어디로 가는가 저물어가는 구름 속에서 소리가 끊어지네 ■원문 花石亭(화석정), 李珥(이이) 林亭秋已晩(임정추이만) 騷客意無窮(소객의무궁) 遠水連天碧(원수연천벽) 霜楓向日紅(상풍향일홍) 山吐孤輪月(산토고륜월) 江含萬里風(강함만리풍) 塞鴻何處去(새홍하처거) 聲斷暮雲中(성단모운중) ■글자풀이 亭: 정자 晩: 늦다 騷客: 시인(=騷人) 楓: 단풍나무 吐: 토하다 輪月: 보름달 含: 머금다 塞: 변방 鴻: 기러기 斷: 끊어지다 ■감상 이이(1536-1584)의 자는 숙헌(叔獻), 호는 율곡.. 2023. 5. 25.
강세황, <노상유견(路上有見)> ■해석 길 위에서 보다(강세황) 사뿐사뿐 비단 버선을 신은 아낙네 한 번 중문으로 들어가고 자취가 묘연해졌네 오직 다정한 잔설만 남아 있어 나막신 자국만 뚜렷이 낮은 담장 가에 찍혀 있네 ■원문 路上有見(노상유견), 姜世晃(강세황) 凌波羅襪去翩翩(능파라말거편편) 一入重門便杳然(일입중문편묘연) 惟有多情殘雪在(유유다정잔설재) 屐痕留印短墻邊(극흔류인단장변) ■글자풀이 凌波: 여인의 가벼운 발걸음 羅: 비단 襪: 버선 翩翩: 사물이 나부끼는 모양 杳: 묘하다 殘: 남다 屐: 나막신 痕: 자국, 흔적 墻: 담 ■감상 강세황(1713-1791)의 자는 광지(光之), 호는 첨재(添齋)·산향재(山響齋)·의산자(宜山子)·표암(豹菴) 등이며, 진주가 본관입니다. 8세에 시를 짓고 10대 때 쓴 글씨도 인정을 받을 정도로 .. 2023. 5. 24.
이옥봉, <자술(自述)> ■해석 스스로 진술하다(이옥봉) 근래의 안부는 어떠신지요 달빛이 사창을 비추니 저는 한이 많네요 만약 꿈속의 혼이 다니며 자취를 남긴다면 임의 집 앞 돌길이 반은 모래가 되었을 텐데 ■원문 自述(자술), 李玉峯(이옥봉) 近來安否問如何(근래안부문여하) 月到紗窓妾恨多(월도사창첩한다) 若使夢魂行有跡(약사몽혼행유적) 門前石路半成沙(문전석로반성사) ■글자풀이 到: 이르다 紗窓: 얇은 비단으로 바른 창, 여자의 방 妾: 나(1인칭) 若: 만약, 만일 跡: 자취, 흔적 沙: 모래 ■감상 이옥봉(?-?)은 조선 중기의 여류 시인으로, 선조 때 이봉의 서녀(庶女)로 조원의 첩이 되었습니다만, 남편에게 버림받으며 비극적이고 아픈 삶을 살았다고 전해집니다. 그녀의 문학성은 중국 명나라까지 이름이 알려질 정도였으며, 임에 대.. 2023. 5. 24.
이옥봉, <규정(閨情)> ■해석 안방에서 그리워하는 여인의 정(이옥봉) 돌아온다는 약속을 하고 어찌 늦으시는지 뜰의 매화가 시들려고 하네 나뭇가지 위로 까치소리 문득 들리고 부질없이 거울 보면서 눈썹만 그리네 ■원문 閨情(규정), 李玉峯(이옥봉) 有約來何晩(유약래하만) 庭梅欲謝時(정매욕사시) 忽聞枝上鵲(홀문지상작) 虛畵鏡中眉(허화경중미) ■글자풀이 閨: 안방, 규방 晩: 늦다 謝: 시들다 忽: 갑자기 枝: 가지 鵲: 까치 虛: 부질없이 畵: 그리다 鏡: 거울 眉: 눈썹 ■감상 이옥봉(?-?)은 조선 중기의 여류 시인으로, 선조 때 이봉의 서녀(庶女)로 조원의 첩이 되었습니다만, 남편에게 버림받으며 비극적이고 아픈 삶을 살았다고 전해집니다. 그녀의 문학성은 중국 명나라까지 이름이 알려질 정도였으며, 임에 대한 그리움이나 슬픔을 형.. 2023. 5.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