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327 강위, <수춘도중(壽春道中)> ■해석 춘천에서 길을 가다가(강위) 발 밑에 강빛은 하늘에 잠겨서 푸르고 소양강 방초에 지팡이를 두고 자네 뜬 인생이 긴 둑의 버들에 미치지 못해 봄이 다 가도록 솜옷을 벗지 못하는구나 ■원문 壽春道中(수춘도중), 姜瑋(강위) 襪底江光綠浸天(말저강광록침천) 昭陽芳艸放笻眠(소양방초방공면) 浮生不及長堤柳(부생불급장제류) 過盡東風未脫綿(과진동풍미탈면) ■글자풀이 壽春: 춘천의 옛 이름 襪: 버선 底: 밑 艸: 풀 放: 놓다 笻: 지팡이 堤: 둑 綿: 솜 ■감상 강위(1820-1884)의 자는 중무(仲武)·위옥(韋玉), 호는 추금(秋琴)·자기(慈屺)이며, 진양이 본관입니다. 가계(家系)가 문관과는 거리가 멀었고, 강위의 대에 와서는 완전히 무반신분이 되었으며, 문신이 될 수 없는 현실을 인식하고 과거시험 대신 .. 2023. 6. 17. 김정희, <추정(秋庭)> ■해석 가을 정원(김정희) 노인이 기장 자리를 바라보는데 집안 가득 가을볕이 밝구나 닭은 풀벌레를 따라가서 국화밭 깊은 곳에서 울고 있네 ■원문 秋庭(추정), 金正喜(김정희) 老人看黍席(노인간서석) 滿屋秋陽明(만옥추양명) 鷄逐草蟲去(계축초충거) 菊花深處鳴(국화심처명) ■글자풀이 黍: 기장 逐: 쫓다 蟲: 벌레 鳴: 울다 ■감상 김정희(1786-1856)의 호는 추사(秋史)·완당(阮堂)·예당(禮堂), 자는 원춘(元春)이며, 경주가 본관입니다. 조선후기의 조선 금석학파를 성립하고 추사체라는 독보적인 서체를 완성한 문신, 실학자, 서화가이기도 합니다. 1819년 문과에 급제하여 암행어사, 예조참의 시강원 보덕 등을 지냈으며, 1830년에는 생부의 옥사에 연루되어 고금도에 유배를 가기도 했습니다. 순조의 특별 .. 2023. 6. 17. 봉사, 탐(探)해서 탐(貪)하라 1. 손숙오 이야기 중국 춘추시대 초나라의 명재상이었던 손숙오가 어렸을 때, 놀다가 집에 돌아와서는 밥도 먹지 않고 울고 있었습니다. 어머니가 그 까닭을 물으니 밖에서 머리 둘 달린 뱀을 봤다면서 당시에는 머리가 둘 달린 뱀을 보면 죽는다는 속설이 유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언제 죽게 될지 몰라 두려워서 운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머니는 지금 뱀이 어디 있는지를 물으니, 다른 사람들이 보면 또 화가 미칠지 몰라서 죽여 땅에 묻었다고 답했습니다. 어머니는 아들에게 남몰래 덕을 베풀면 하늘이 복을 주기 때문에 너는 죽지 않을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을 시켰고, 후일에 손숙오의 어짊을 알고 재상이 된 그를 나라 사람들 모두가 신뢰하였다고 전합니다. 2. 음덕양보의 실천 이는 한나라 가의가 쓴 『신서』에 ‘음덕양보.. 2023. 6. 17. 이백, <월하독작(月下獨酌)> ■해석 달빛 아래서 혼자 술을 마시며(이백) 꽃나무 사이에 한 항아리 술을 친구도 없이 혼자서 술을 마시네 잔을 들어 밝은 달을 맞고 그림자를 마주하니 세 사람이 됐네 달은 술을 마시지 못하니 그림자만 부질없이 나를 따라다니네 잠시 달과 그림자를 벗 삼은 것은 봄이 다 가기 전에 즐기고자 함이네 내가 노래하니 달이 배회하고 내가 춤추니 그림자가 어지럽네 깨어서는 서로가 기뻐하고 취해서는 각자가 나눠서 흩어지네 정에 얽매이지 않는 영원함으로 멀리 은하수에서 만나기를 기약하네 ■원문 月下獨酌(월하독작), 李白(이백) 花間一壺酒(화간일호주) 獨酌無相親(독작무상친) 擧杯邀明月(거배요명월) 對影成三人(대영성삼인) 月旣不解飮(월기불해음) 影徒隨我身(영도수아신) 暫伴月將影(잠반월장영) 行樂須及春(행락수급춘) 我歌月徘.. 2023. 6. 13. 이백, <하종남산과곡사산인숙치주(下終南山過斛斯山人宿置酒)> ■해석 종남산에서 내려와 곡사산인의 집에서 술을 마시며(이백) 날이 저물어 푸른 산에서 내려오니 산 위의 달도 나를 따라오네 문득 지나온 길 돌아보니 무성한 산기운이 길게 뻗어 있네 다정하게 손잡고 농가에 이르니 어린아이가 사립문을 열어주네 녹색 대나무가 그윽한 길로 들어와 청라 덩굴이 내 옷을 잡아당기네 쉴 곳 찾아서 신나게 얘기하고 맛있는 술 잠시 함께 마시네 길게 을 읊조리고 노래 끝나니 은하수 별빛도 희미하네 나는 취하고 그대 또한 즐거워하니 거나하게 취해서 세상 근심 다 잊었다네 ■원문 下終南山過斛斯山人宿置酒(하종남산과곡사산인숙치주), 李白(이백) 暮從碧山下(모종벽산하) 山月隨人歸(산월수인귀) 卻顧所來徑(각고소래경) 蒼蒼橫翠微(창창횡취미) 相攜及田家(상휴급전가) 童稚開荊扉(동치개형비) 綠竹入幽徑.. 2023. 6. 13. 장구령, <감우(感遇)4> ■해석 느낀 바가 있어(장구령) 강남의 붉은 귤은 겨울이 지나도 푸른 숲을 이루네 어찌 이곳 땅이 따뜻하기 때문일까 스스로 추위를 이겨내는 마음 때문이라네 귀한 손님에게 드리고 싶지만 길이 험하고 머니 어찌할 것인가 운명은 우연히 만나는 것일 뿐 돌고 돌아서 좇을 수 있는 게 아니라네 부질없이 복숭아와 자두나무 심으라 말하지만 이 나무에도 어찌 쉴 만한 그늘이 없을까 ■원문 感遇(감우), 張九齡(장구령) 江南有丹橘(강남유단귤) 經冬猶綠林(경동유록림) 豈伊地氣暖(기이지기난) 自有歲寒心(자유세한심) 可以薦嘉客(가이천가객) 奈何阻重深(내하조중심) 運命惟所遇(운명유소우) 循環不可尋(순환불가심) 徒言樹桃李(도언수도리) 此木豈無陰(차목기무음) ■글자풀이 橘: 귤 豈: 어찌 伊: 이, 그 薦: 천거하다 嘉客: 귀한 .. 2023. 5. 31. 장구령, <감우(感遇)3> ■해석 느낀 바가 있어(장구령) 깊은 숲에 홀로 은거하면서 속세의 잡념 씻어내니 마음이 깨끗하네 이 심정 높이 나는 새에게 알려 내 마음이 세상에 널리 전해지길 바라네 밤낮으로 빈 뜻을 품고 사니 지극한 이 정성을 누가 알겠는가 날고 가라앉는 이치 절로 멀어지니 어디서 이 정성을 위로받을까 ■원문 感遇(감우), 張九齡(장구령) 幽林歸獨臥(유림귀독와) 滯慮洗孤淸(체려세고청) 持此謝高鳥(지차사고조) 因之傳遠情(인지전원정) 日夕懷空意(일석회공의) 人誰感至精(인수감지정) 飛沈理自隔(비침리자격) 何所慰吾誠(하소위오성) ■글자풀이 感遇: 일이 지난 후에 느낀 바를 적다 滯慮洗: 속세의 잡념을 씻다 日夕: 조석(朝夕) 飛沈: 날고 가라앉음, 현달과 은퇴 隔: 멀어지다 誠: 임금을 그리워하는 정성 ■감상 장구령(678.. 2023. 5. 31. 이서구, <산행(山行)> ■해석 산길을 가다(이서구) 가시덤불 황량히 어지러운 돌무더기만 쌓여 있고 석양이 버려진 밭머리에 지려고 하네 들에 팥배나무 열매가 산호처럼 맺혔는데 어디에서 청학이 날아올랐나 ■원문 山行(산행), 李書九(이서구) 數棘荒寒堆亂石(수극황한퇴란석) 斜陽欲盡廢田頭(사양욕진폐전두) 野棠結子珊瑚顆(야당결자산호과) 何處飛來黃褐候(하처비래황갈후) ■글자풀이 棘: 가시 荒: 거칠다 堆: 쌓이다, 언덕 斜: 비스듬하다, 기울다 廢: 폐하다, 그만두다 棠: 팥배나무 顆: 낟알 黃褐候: 청학(靑鶴) ■감상 이서구(1754-1825)의 자는 낙서(洛瑞), 호는 척재(惕齋)·강산(薑山)·석모산인(席帽山人)이며, 전주가 본관입니다. 16세에 박지원을 만나 작문법을 배우기 시작했으며, 21세인 1774년에 병과에 뽑힌 이후 평안도.. 2023. 5. 29. 이전 1 2 3 4 5 6 ··· 4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