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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빈왕, <역수송별(易水送別)> ■해석 역수에서 이별하며(낙빈왕) 이곳에서 연 태자와 헤어질 때 장사의 머리털이 관을 찔렀네 옛날의 그 사람은 죽고 없지만 오늘까지 강물은 아직 차구나 ■원문 易水送別(역수송별), 駱賓王(낙빈왕) 此地別燕丹(차지별연단) 壯士髮衝冠(장사발충관) 昔時人已沒(석시인이몰) 今日水猶寒(금일수유한) ■글자풀이 易水: 중국 하북성 이현(易縣) 경계에서 발원하여 서남쪽으로 흐르는 강 別: 이별하다 燕丹: 연나라 태자 髮: 머리카락 衝: 찌르다 沒: 죽다 猶: 오히려 ■감상 낙빈왕(622-684)은 중국 당나라 초기의 시인으로, 왕발, 양형, 노조린과 어깨를 나란히 하여 초당사걸(初唐四傑)로도 불립니다. 성품이 호방하고 거만하며 강직한 모습이라고 전해지며, 이러한 기상이 시에서도 잘 전달된다는 평을 받습니다. 일곱 살 .. 2023. 7. 1.
이의부, <부미인(賦美人)> ■해석 미인을 노래하다(이의부) 달을 새겨 노래 부채를 만들고 구름을 재단하여 춤옷을 지었네 곱구나, 날리는 백설과 같은 자태 낙양 땅으로 잘 돌아가시기를 ■원문 賦美人(부미인), 李義府(이의부) 鏤月成歌扇(누월성가선) 裁雲作舞衣(재운작무의) 自憐廻雪影(자련회설영) 好取洛川歸(호취낙천귀) ■글자풀이 鏤: 새기다 扇: 부채 裁: 재단하다, 마름질하다 憐: 어여삐 여기다, 사랑하다 廻: 돌다 影: 그림자 洛川: 황하의 지류이자 낙양을 돌아흐르는 낙수(洛水) ■감상 이의부(614-666)는 영주 요양현(현재 허베이성 헝수이시의 일부) 사람으로, 당나라 고종 때 허경종과 함께 양대 간신으로 언급되던 인물입니다. 외모는 온화하고 공손하였지만, 편협한 성격과 음험하고 잔인한 성품을 지닌 인물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 2023. 6. 28.
사내와 남자의 차이점을 아시나요? ■예문 아래 문장에서 어떤 단어가 적당할까요?(정답은 제일 아래에 있습니다) 1) 우리 누나는 아직 (남자/사내) 친구가 없다. 2) 직장을 잃은 후로는 (남자/사내) 구실도 못한다는 소리를 듣는다. ■설명 인류는 태초에 일단 남자와 여자로 나뉘었습니다. 사전적인 의미로 ‘남자’는 ‘남성의 성을 지닌 사람’, ‘사내’는 ‘남자나 남편을 얕잡아 이르는 말’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생물학적으로 여자가 아닌 사람을 우리는 ‘남자’ 또는 ‘사내’라고 합니다. 이 두 말은 같은 듯하지만 의미나 어감이 다르게 쓰일 때도 있습니다. 먼저 ‘아이’라는 말과 같이 쓰일 때는 ‘남자’와 ‘사내’가 모두 가능합니다. ‘남자아이’, ‘사내아이’처럼 거의 같은 의미로 사용이 되기 때문입니다. 두 말은 교체해서 바꿔써도 차이가 없.. 2023. 6. 25.
허경종, <강령어장안, 귀양주, 구일부(江令於長安, 歸揚州, 九日賦)> ■해석 강령이 장안에서 양주로 돌아갈 때 중양절에 짓다(허경종) 마음은 남쪽으로 구름을 따라가고 몸은 북쪽에 기러기 따라 왔다네 고향의 울타리 아래 국화는 오늘 몇 송이의 꽃을 피웠는가 ■원문 江令於長安, 歸揚州, 九日賦(강령어장안, 귀양주, 구일부), 許敬宗(허경종) 心逐南雲逝(심축남운서) 身隨北鴈來(신수북안래) 故鄕籬下菊(고향리하국) 今日幾花開(금일기화개) ■글자풀이 逐: 쫓다, 따르다 逝: 가다, 죽다 隨: 따르다 鴈: 기러기 籬: 울타리 幾: 몇 ■감상 허경종(592-672)은 자가 연족(延族)이며, 향주 신성현 사람입니다. 회양군 사법서좌로 관직을 시작하여 태자빈객, 우상, 광록대부, 태자소사 등을 역임하였습니다. 《신당서》 권223, 에 보면, 이의부와 함께 당나라 고종 시기의 양대 간신으로 .. 2023. 6. 25.
왕적, <과주가(過酒家)> ■해석 술집을 지나며(왕적) 이날에 저물도록 술을 마시니 성정의 수양과는 상관없는 일이라네 보이는 사람마다 모두 취하였는데 차마 나 홀로 깨어 있을 수가 없다네 ■원문 過酒家(과주가), 王績(왕적) 此日長昏飮(차일장혼음) 非關養性靈(비관양성령) 眼看人盡醉(안간인진취) 何忍獨爲醒(하인독위성) ■글자풀이 昏: 어둡다, 저물다 關: 상관, 관계 盡: 다하다 醉: 취하다 醒: 술이 깨다 ■감상 왕적(590?-644)은 당나라 때의 시인으로, 자는 무공(無功), 호는 동고자(東皐子)이며, 산서성 하진 사람입니다. 진(陳), 수(隋), 당(唐) 삼대를 거치면서 활동하였고, 18세에 자신의 묘지(墓誌)를 지어서 문장만큼 삶에 대한 울분도 컸던 학자입니다. 질박한 자연미와 술을 노래한 시들이 많았고, 지금은 《동고자집.. 2023. 6. 24.
우세남, <선(蟬)> ■해석 매미(우세남) 주둥이를 늘려 맑은 이슬을 마시니 울음소리가 성긴 오동 숲에서 퍼지네 높은 곳에 있어서 저절로 소리가 먼 것이니 다만 가을바람 때문만은 아니라네 ■원문 蟬(선), 虞世南(우세남) 垂緌飮淸露(수유음청로) 流響出疎桐(유향출소동) 居高聲自遠(거고성자원) 非是藉秋風(비시자추풍) ■글자풀이 垂: 드리우다 緌: 매미의 부리 露: 이슬 響: 울음 疎: 성기다 桐: 오동나무 藉: 빌다, 깔다 ■감상 우세남(558-638)의 자는 백시(伯施), 시호는 문의(文懿)이며, 월주 여요현 사람입니다. 진(陳)과 수(隋)를 거쳐 중국 당나라 시대에 활동했던 정치가이자 서예가로, 서예가로서의 업적이 뛰어났기에 중국 초당사대가(初唐四大家)로 일컬어집니다. 고야왕에게 10년 동안 공부하면서 오로지 학업에만 열중하.. 2023. 6. 24.
인성교육진흥법에 대한 관견(管見) ■재주만 강조하는 현실 “소인은 군자와 비교해서 재주도 뛰어나고 언변도 좋고 힘도 세며 일도 잘한다. 무슨 일이든지 맡기면 해내니, 윗사람이라면 누군들 그에게 일을 맡기려고 한다. 그러나 살펴야 할 것은 그의 마음 씀씀이[心術]인데, 자취가 드러나기 전에는 가늠하기가 어렵다. 그 죄악이 드러나면 나랏일은 이미 그르치게 되니, 형벌로 죽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러므로 군자는 인재를 쓸 때 신중하게 써야[愼用於始]만 한다.” 이 이야기는 조선 후기의 학자 성대중의 《청성잡기》에 있는 라는 글로, 소인의 얄팍한 재주를 잘못 알고 중용했다가 차후에 큰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뜻입니다. 항상 고위 공직자나 위정자들의 막말 논란으로 요즘도 세상이 시끄럽습니다. 매체들은 막말의 당사자를 비판하는 것을 넘어서 정부.. 2023. 6. 20.
호우(好雨)주의보를 바라며 1. 계곡 장유의 석 달 가뭄보다도 사흘 비가 견디기 힘든 법인데, 열흘 넘게 굵은 장맛비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심신은 지칠 대로 지쳤고, 벽장엔 푸른 이끼꽃마저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간밤에는 초가집이 들썩들썩할 정도로 천둥이 쳤고, 아침 하늘은 아직도 노기(怒氣)를 잔뜩 머금은 상태입니다. 음기가 발동한 용 한 마리가 제멋대로 까불면서 물속에 가증스럽게 똬리를 틀어 비를 뿌린다는 유언(流言)이 떠오를 정도로 계곡물은 무섭게 차오르고 있습니다. 천제(天帝)에게 호소하고 싶어도 주재자가 하는 일을 모두 알 수도 없는 노릇, 이 비를 맞으며 힘겹게 부역하는 백성들의 모습만이 스쳐 지나갑니다. 진흙탕 길에 메고 지며 고생하는 백성들을 생각하니 창가에 누운 자신의 한가로움이 마냥 미안한 심정입니다. 이는 조선 .. 2023. 6.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