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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한문

이덕무, <춘일우제(春日偶題)>

by !)$@@!$ 2023. 5.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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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

봄날에 우연히 짓다(이덕무)

 

일 년의 봄빛은 모든 나무에 꽃으로 가득 피고

빈 산에 흐르는 물 깨끗이 얼굴에 비치네

향기로운 풀을 오려낸 듯이 나비는 분을 남기고

조용한 선비는 마음씨가 밝아 매인 게 없네

연기 자욱한 언덕에 검은 암소가 울며

자기 마음껏 천진하게 발굽질을 하네

 

■원문

春日偶題(춘일우제), 李德懋(이덕무)

 

一年春光花萬樹(일년춘광화만수)

空山流水淨照面(공산유수정조면)

芳草如剪蜨遺粉(방초여전접유분)

靜土心朗無所罥(정토심랑무소견)

煙坨烏牸牟然吼(연타오자모연후)

自任其眞蹄自遣(자임기진제자견)

 

암소

 

■글자풀이

  • 淨: 깨끗하다
  • 剪: 자르다
  • 蜨: 나비
  • 粉: 분
  • 罥: 얽다, 매다
  • 坨: 비탈진 언덕
  • 烏: 검다
  • 牸: 암컷
  • 牟: 소가 우는 소리
  • 吼: 울다
  • 蹄: 굽

 

■감상

   이덕무(1741-1793)의 자는 무관(懋官), 호는 청장관(靑莊館)이며, 전주가 본관입니다. 어려서 병약하고 빈한하여 정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고 서자라는 신분으로 크게 등용되지는 못했으나 박학다식하고 기문이서(奇文異書)에도 통달하여 문명을 일세에 떨쳤습니다.

 

   조선 정조 때의 실학자로 북학파 실학자인 박지원, 홍대용, 박제가, 유득공 등과 교유하면서 실학에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명말청초(明末淸初)의 고증학 대가들의 저서에도 심취하여 1778년에는 직접 연경에 가서 청나라 석학들과도 교류하였습니다.

 

   항상 소매 속에 책과 필묵을 넣어 다니면서 메모하는 습관이 있었고, 글씨와 그림에도 능했습니다. 특히 시문에 능해 규장경 경시대회(競詩大會)에서 장원도 여러 번 차지했으며, 저서에는 영처시고(嬰處詩稿), 영처문고(嬰處文稿), 이목구심서(耳目口心書), 천애지기서(天涯知己書)16종이 있습니다.

 

   이 시는 제목에 보이는 것처럼 따뜻한 봄날에 우연히 흥취가 일어서 지은 작품입니다. 봄이 되니 모든 나무에는 꽃이 가득 피었고, 빈 산에는 얼굴이 비칠 정도로 깨끗한 물이 흐릅니다. 향기로운 풀을 잘라낸 듯한 그 위로 나비가 날아들고 고요한 선비는 마음씨가 깨끗해 매인 곳이 없습니다. 언덕 너머로 안개가 자욱한데 암소 한 마리가 소리 내어 울면서 천진한 모습으로 발길질을 합니다. 마음의 고요한 안정과 평안함을 불러오는 마치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한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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