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석
종이연(박제가)
들이 좁고 바람도 약해 뜻을 얻지 못하는데
햇빛에 흔들리며 서로가 끌고 있네
천하의 홰나무를 모두 쳐서 평평하게 하면
새도 없고 구름도 흩어져서 마음이 확 트이리라
■원문
紙鳶(지연), 朴齊家(박제가)
野小風微不得意(야소풍미부득의)
日光搖曳故相牽(일광요예고상견)
削平天下槐花樹(삭평천하괴화수)
鳥沒雲飛乃浩然(조몰운비내호연)
■글자풀이
- 搖: 흔들리다
- 曳: 끌다
- 牽: 끌다
- 削: 깎다
- 槐: 홰나무
- 沒: 없어지다
■감상
박제가(1750-1805)의 자는 차수(次修)·재선(在先), 호는 초정(楚亭)이며, 밀양이 본관입니다. 어릴 때부터 시·서·화에 뛰어났고 20세 전후에 박지원, 이덕무, 유득공 등의 북학파들과 교유하였습니다. 1778년에는 채제공, 이덕무와 함께 청나라에 가서 이조원, 반정균 등의 학자들과 교유하였고, 《북학의》라는 책을 통해 청나라에서 보고 들은 것을 바탕으로 사회의 모순과 개혁방안을 담아내기도 했습니다.
서얼출신이지만 중세적 신분질서를 혁파하고자 했던 정조의 은덕으로 규장각의 여러 벼슬을 지내면서 학문연구에 몰두할 수 있었습니다. 말년에는 당쟁에 휘말렸고, 문체반정에 걸려 규제를 받았으며, 1801년에는 동남성문 흉서사건으로 인해 유배를 가기도 했습니다.
1776년에 이덕무, 유득공, 이서구 등과 함께 《건연집(巾衍集)》이라는 《사가시집(四家詩集)》을 내어 청나라에까지 문명을 떨쳤고, 글씨는 추사체 형성에 선구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그림은 간결한 필치와 맑고 옅은 채색으로 산수화, 인물화, 꿩과 물고기 등의 그림을 잘 그렸다고 합니다. 저서에는 《북학의》, 《정유집》, 《정유시고》 등이 있으며, 묘는 현재 경기도 광주 암현(庵峴)에 있습니다.
이 시는 종이연을 바라보면서 자신의 처지와는 대조적인 현실적 갈등을 노래한 작품입니다. 들이 좁고 바람도 약하면 연을 날리기가 힘든 상황일 것입니다. 햇빛에 흔들리며 서로가 끌고 가는 연들을 홰꽃나무를 모두 쳐서 평평하게 한다면 새와 구름도 흩어진 하늘을 잘 날아갈 것이라고 합니다.
이는 조선의 조그만 땅에서도 서로가 자신들의 이익만을 생각하며 다투는 모습들을 떠올리며, 화자가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삼공(三公)의 무리들을 모두 제거해야만 가능할 것이라고 합니다. 답답한 조선의 현실에서 자신의 호연지기를 펴고자 하는 지식인의 고뇌를 잘 엿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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