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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한문

이옥봉, <규정(閨情)>

by !)$@@!$ 2023. 5.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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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

안방에서 그리워하는 여인의 정(이옥봉)

 

돌아온다는 약속을 하고 어찌 늦으시는지

뜰의 매화가 시들려고 하네

나뭇가지 위로 까치소리 문득 들리고

부질없이 거울 보면서 눈썹만 그리네

 

■원문

閨情(규정), 李玉峯(이옥봉)

 

有約來何晩(유약래하만)

庭梅欲謝時(정매욕사시)

忽聞枝上鵲(홀문지상작)

虛畵鏡中眉(허화경중미)

 

까치

 

■글자풀이

  • 閨: 안방, 규방
  • 晩: 늦다
  • 謝: 시들다
  • 忽: 갑자기
  • 枝: 가지
  • 鵲: 까치
  • 虛: 부질없이
  • 畵: 그리다
  • 鏡: 거울
  • 眉: 눈썹

 

■감상

   이옥봉(?-?)은 조선 중기의 여류 시인으로, 선조 때 이봉의 서녀(庶女)로 조원의 첩이 되었습니다만, 남편에게 버림받으며 비극적이고 아픈 삶을 살았다고 전해집니다. 그녀의 문학성은 중국 명나라까지 이름이 알려질 정도였으며, 임에 대한 그리움이나 슬픔을 형상화한 작품들이 많았습니다. 여성이면서도 시에서는 강직함도 드러났다는 평가를 받으며, <자술(自述)>을 포함하여 32편이 수록된 옥봉집(玉峯集)이 전해집니다.

 

   이 시는 임을 기다리는 마음을 5언절구로 표현한 작품입니다. 전반부에서는 임이 떠나갈 때는 매화꽃이 한창 필 무렵이었는데, 매화가 시들어 떨어지려고 하는데 아직도 임은 돌아오지 않는 상황을 말하고 있습니다. 후반부에서는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는 민간의 속설을 믿으며, 혹시라도 오실지 모르는 임을 위해 예쁘게 화장을 합니다.

 

   중요한 것은 까치가 운다고 임이 오는 것도 아니고 과거에도 비슷한 경험으로 화장을 했지만, 화자는 오늘도 혹시나 하는 기대의 마음으로 ‘부질없이[虛]’ 또 눈썹을 그리고 있는 것입니다. 안방에서 임을 그리워하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거나 원망하기보다는 기다림의 정서를 재치 있게 밝은 웃음으로 승화하려는 표현이 잘 드러낸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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