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석
춘천에서 길을 가다가(강위)
발 밑에 강빛은 하늘에 잠겨서 푸르고
소양강 방초에 지팡이를 두고 자네
뜬 인생이 긴 둑의 버들에 미치지 못해
봄이 다 가도록 솜옷을 벗지 못하는구나
■원문
壽春道中(수춘도중), 姜瑋(강위)
襪底江光綠浸天(말저강광록침천)
昭陽芳艸放笻眠(소양방초방공면)
浮生不及長堤柳(부생불급장제류)
過盡東風未脫綿(과진동풍미탈면)
■글자풀이
- 壽春: 춘천의 옛 이름
- 襪: 버선
- 底: 밑
- 艸: 풀
- 放: 놓다
- 笻: 지팡이
- 堤: 둑
- 綿: 솜
■감상
강위(1820-1884)의 자는 중무(仲武)·위옥(韋玉), 호는 추금(秋琴)·자기(慈屺)이며, 진양이 본관입니다. 가계(家系)가 문관과는 거리가 멀었고, 강위의 대에 와서는 완전히 무반신분이 되었으며, 문신이 될 수 없는 현실을 인식하고 과거시험 대신 학문과 문학에만 전념하였습니다.
과거를 포기한 뒤 민노행(민노행閔魯行)의 문하에서 4년, 제주도에 귀양가 있는 김정희(金正喜)를 찾아가 5년 동안 사사하였습니다. 스승인 김정희를 하직한 뒤에는 방랑생활을 하며 시작 활동에만 전념하였습니다. 시를 지을 때는 고심하며 짓거나 고치는 일이 없었고, 관습적 표현을 배격한 개성이 뚜렷한 시풍을 짓는 데에 힘썼습니다.
1862년 전국적으로 확산한 민란으로 인해 방외인적 삶을 버리고 현실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실학자에서 개화사상가로 전향하게 된 것은 두 번의 중국 여행을 통해서였습니다. 《경위합벽》, 《손무자주》와 같은 고증학의 업적을 드러내주는 저술은 모두 산일되었고, 지금은 《동문자모분해》, 《강위전집》 등이 남아 있습니다.
이 시는 춘천에 있는 소양강의 버들 둑길을 걷다가 지은 작품입니다. '수춘'은 춘천의 옛 지명으로, 발 밑 소양강의 강빛은 하늘에 잠겨 푸르고 시인은 소양강 방초에 지팡이를 두고 잠을 청합니다. 부평초 같은 화자의 인생은 긴 둑에 자란 버들에도 미치지 못하여 봄이 다 지나가는데도 아직 겨울옷인 솜옷을 벗지 못하고 있습니다. 시인이 처한 신분과 연관해 보면, 시인은 학문을 하는 문인이기를 원했지만 무인이라는 신분적 한계로 인한 울분의 마음도 느껴지는 듯한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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