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석
산길을 가다(이서구)
가시덤불 황량히 어지러운 돌무더기만 쌓여 있고
석양이 버려진 밭머리에 지려고 하네
들에 팥배나무 열매가 산호처럼 맺혔는데
어디에서 청학이 날아올랐나
■원문
山行(산행), 李書九(이서구)
數棘荒寒堆亂石(수극황한퇴란석)
斜陽欲盡廢田頭(사양욕진폐전두)
野棠結子珊瑚顆(야당결자산호과)
何處飛來黃褐候(하처비래황갈후)
■글자풀이
- 棘: 가시
- 荒: 거칠다
- 堆: 쌓이다, 언덕
- 斜: 비스듬하다, 기울다
- 廢: 폐하다, 그만두다
- 棠: 팥배나무
- 顆: 낟알
- 黃褐候: 청학(靑鶴)
■감상
이서구(1754-1825)의 자는 낙서(洛瑞), 호는 척재(惕齋)·강산(薑山)·석모산인(席帽山人)이며, 전주가 본관입니다. 16세에 박지원을 만나 작문법을 배우기 시작했으며, 21세인 1774년에 병과에 뽑힌 이후 평안도관찰사, 형조판서, 판중추부사 등을 역임하였습니다.
《한객건연집(韓客巾衍集)》 제작에 참여해 이덕무, 박제가 유득공 등과 함께 사가시인(四家詩人) 또는 실학사대가(實學四大家)라는 칭호를 얻었습니다. 이들이 모두 서얼 출신인데 비해서 이서구만 적출이라서 벼슬도 순탄했으나 일생에 많은 영향을 받은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는 은거를 주로 하였습니다.
한자의 구조와 의미를 연구하는데 조예가 깊었고, 서예에도 뛰어났으며, 온화하고 부드러운 사색적 시풍을 즐겼습니다. 사물을 관조하는 높은 정신세계를 보이는 작품들과 고요하고 아름다운 자연의 내면의 깊이를 잘 그려내서 시의 격조를 높이는데 힘쓰고자 했습니다. 문집으로는 《척재집》과 《강산초집》이 전합니다.
이 시는 시인이 산길을 가다가 우연히 보고 느낀 것에 대해서 노래한 작품입니다. 산길을 가다가 황량한 가시덤불과 높이 쌓인 돌무더기를 만나게 됩니다. 석양은 밭머리에 지려고 하고, 팥배나무 열매는 산호처럼 알알이 달려 있는데, 청학 한 마리가 날아와 나뭇가지에 앉았습니다. 전체 시행에 오로지 시각적인 모습만 담아냈고, 화자의 감정은 개입되지 않은 7언절구의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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