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석
달빛 아래서 혼자 술을 마시며(이백)
꽃나무 사이에 한 항아리 술을
친구도 없이 혼자서 술을 마시네
잔을 들어 밝은 달을 맞고
그림자를 마주하니 세 사람이 됐네
달은 술을 마시지 못하니
그림자만 부질없이 나를 따라다니네
잠시 달과 그림자를 벗 삼은 것은
봄이 다 가기 전에 즐기고자 함이네
내가 노래하니 달이 배회하고
내가 춤추니 그림자가 어지럽네
깨어서는 서로가 기뻐하고
취해서는 각자가 나눠서 흩어지네
정에 얽매이지 않는 영원함으로
멀리 은하수에서 만나기를 기약하네
■원문
月下獨酌(월하독작), 李白(이백)
花間一壺酒(화간일호주)
獨酌無相親(독작무상친)
擧杯邀明月(거배요명월)
對影成三人(대영성삼인)
月旣不解飮(월기불해음)
影徒隨我身(영도수아신)
暫伴月將影(잠반월장영)
行樂須及春(행락수급춘)
我歌月徘徊(아가월배회)
我舞影零亂(아무영령난)
醒時同交歡(취시동교환)
醉後各分散(취후각분산)
永結無情遊(영결무정유)
相期邈雲漢(상기막운한)
■글자풀이
- 壺: 병, 단지
- 邀: 맞다, 부르다
- 隨: 따르다
- 暫: 잠시, 잠깐
- 伴: 짝
- 須: 모름지기
- 零: 떨어지다, 내리다
- 邈: 아득하다
- 雲漢: 은하수
■감상
이백(701-762)의 자는 태백(太白), 호는 청련(靑蓮)으로 성당(盛唐) 때의 시인입니다. 두보와 함께 중국의 시종(詩宗)으로 추앙을 받아 '이두(李杜)'로 병칭되며, 방랑생활을 하면서 여행, 음주, 달빛 등의 자연을 소재로 한 작품들을 많이 남겼습니다. 저서에는 ≪이태백집≫ 30권이 있습니다.
이백의 <월하독작>은 모두 4수인데, 이 시는 그중에서 첫 번째 작품입니다. 이 작품을 통해서도 왜 작가를 주선(酒仙)이라고 하는지 가늠케 할 정도로, 술을 좋아하는 시인의 모습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화자는 달빛 아래서 달을 초대해 홀로 술잔을 기울이지만, 달과 그림자까지 모두 셋이 친구가 되었습니다. 그림자는 부질없이 화자만 따라다니고, 달은 술 한 잔 못하므로 화자만 더욱 거나하게 취해갑니다.
이러한 취흥(醉興)도 봄이 다 가면 즐기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화자는 달빛 아래에서 그림자를 벗 삼아 서로 노래하고 춤추며 기뻐하기까지 합니다. 취해서 서로 헤어지면서 정에 얽매이지 않는 영원한 사귐으로 은하수에서 만나자는 기약을 모습에서 화자의 고독과 처량함이 묻어나는 작품입니다.
'교양한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강위, <수춘도중(壽春道中)> (1) | 2023.06.17 |
---|---|
김정희, <추정(秋庭)> (0) | 2023.06.17 |
이백, <하종남산과곡사산인숙치주(下終南山過斛斯山人宿置酒)> (0) | 2023.06.13 |
장구령, <감우(感遇)4> (0) | 2023.05.31 |
장구령, <감우(感遇)3> (0) | 2023.05.3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