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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 팥의 고마움 ■풍이와 팥죽 후한 광무제 때의 장수 풍이(馮異)는 영천 부성 사람입니다. 사람됨이 늘 겸손하여 전쟁의 공을 가릴 때는 홀로 큰 나무에서 쉬면서 자신의 공로를 자랑하지 않았기에, 사람들은 그를 대수장군(大樹將軍)이라 부르기도 하였습니다. 광무제는 왕위에 오르기 전 무루정에서 전쟁을 치를 때 추운 날씨와 허기로 인해 지쳐 있었습니다. 그때 장군 풍이가 팥죽을 만들어 와서 광무제와 병사의 배고픔을 면하게 해 주었습니다. 또한 호타하 강에서 도강(渡江)의 어려움에 처했을 때도 풍이는 보리밥으로 다시 광무제의 허기를 달래주었습니다. 후일 전쟁에 승리하여 왕위에 오른 광무제는 무루정의 팥죽과 호타하의 보리밥을 잊지 못하며 풍이에게 큰 상을 내립니다. 이 글은 ≪후한서≫, 에 전하는 이야기로, 어려움에 처했던 지난.. 2022. 12. 31.
왕창령, <규원> ■해석 규방 여인의 원망(왕창령) 규중의 절은 아낙 근심을 몰라 봄날 짙게 화장하고 취루에 올랐다가 문득 길가 버들잎 빛을 보고 공명을 구하도록 남편 보낸 일 후회하네 ■원문 閨怨(규원), 王昌齡(왕창령) 閨中少婦不知愁(규중소부부지수) 春日凝妝上翠樓(춘일응장상취루) 忽見陌頭楊柳色(홀견맥두양류색) 悔敎夫婿覓封侯(회교부서멱봉후) ■글자풀이 閨怨: 남편과 헤어져 홀로 규방에 있는 여인의 안타까움과 원망 愁: 근심 凝妝: 짙게 화장하다, '妝'은 '粧'과 같은 뜻 翠樓: 푸른색을 칠한 화려하고 아름다운 누각 陌頭: 길가, 길거리 敎: ~로 하여금 ~하게 하다, 사동의 의미 夫婿: 남편 覓: 찾다, 구하다 ■감상 왕창령(696-757)의 자는 소백(少伯)으로 섬서성 서안(西安) 사람입니다. 그의 작품은 청신하고 .. 2022. 12. 30.
정지상, <개성사> ■해석 개성사에서(정지상) 백 걸음에 아홉 번 굽이돌며 가파른 산에 오르니 두어 칸 작은 집이 반공중에 걸려 있네 맑은 영천에선 차가운 물 떨어지고 창연한 옛 벽에는 푸른 이끼 얼룩졌네 바위 끝 늙은 소나무에 한 조각 달 걸려 있고 하늘 끝 구름 아래 점점이 산이로네 속세의 세상만사 이곳에는 못 이르니 은자만이 오랜 세월 한가함을 누리는구나 ■원문 開聖寺(개성사), 鄭知常(정지상) 百步九折登巑岏(백보구절등찬완) 家在半空惟數間(가재반공유수간) 靈泉澄淸寒水落(영천징청한수락) 古壁暗淡蒼苔斑(고벽암담창태반) 石頭松老一片月(석두송로일편월) 天末雲低千點山(천말운저천점산) 紅塵萬事不可到(홍진만사불가도) 幽人獨得長年閒(유인독득장년한) ■글자풀이 開聖寺: 황해도 금천군의 성거산(聖居山)에 있던 절 折: 길이 굽이지다, .. 2022. 12. 29.
주희, <관서유감> ■해석 책을 읽고 감흥이 일어(주희) 반 이랑 네모난 못이 거울처럼 열려 있어 하늘빛과 구름의 그림자가 모두 어른거리네 그에게 묻노니 어찌 이처럼 맑을 수 있는가? 근원이 있어 살아 잇는 물이 흘러나오기 대문이네 ■원문 觀書有感(관서유감), 朱熹(주희) 半畝方塘一鑑開(반무방당일감개) 天光雲影共徘徊(천광운영공배회) 問渠那得淸如許(문거나득청여허) 爲有源頭活水來(위유원두활수래) ■글자풀이 畝: 이랑, 사방 육 척(六尺)이 일보(一步), 백보(百步)가 일무(一畝)임 塘: 못 鑑: 거울 渠: 그, 인칭대명사, 여기서는 '塘'을 의인화하여 가리키는 말 那: 어찌 如許: 이와 같이, 이처럼 爲: ~때문이다 源頭: 샘의 근원 活水: 살아 있는 물, 신선한 물 ■감상 주희(1130-1200)의 자는 원회(元晦), 호는 .. 2022. 11. 25.
최치원, <증금천사주인> ■해석 금천사 주지에게 주다(최치원) 흰 구름 시냇가에 불사를 열었으니 삼십 년 동안 이 절 주지라네 웃으며 가리키네 문 앞의 한 갈래 길 겨우 산 아래 벗어나자 천 갈래가 된다고 ■원문 贈金川寺主人(증금천사주인), 崔致遠(최치원) 白雲溪畔創仁祠(백운계반창인사) 三十年來此住持(삼십년래차주지) 笑指門前一條路(소지문전일조로) 纔離山下有千岐(재리산하유천기) ■글자풀이 畔: 물가 創: 세우다, 창건하다 仁祠: 절 住持: 주지 스님 條: 갈래, 가지 纔: 겨우 岐: 갈래 ■감상 최치원(857-?)은 신라 말의 학자이자 문장가로 자는 고운(孤雲)입니다. 어릴 때부터 천재성을 인정받아 12세에 당나라에 유학 가서 고운, 나은 등의 문인과 교류하면서 문명(文名)을 떨쳤습니다. 귀국 후에도 외교문서 등을 작성하며 문장가.. 2022. 11. 24.
도잠, <음주> ■해석 술을 마시며(도잠) 집을 지어 사람 사는 데 있어도 수레나 말의 시끄러운 소리가 없네 그대에게 묻노니 어찌 그럴 수 있는가? 마음이 속세를 멀리 하니 사는 곳이 저절로 외지다네 동쪽 울타리 아래에서 국화를 따다가 아득히 남산을 바라다보노라 산 기운은 날이 저물어 아름답고 날아갔던 새는 짝을 지어 함께 돌아오네 이 사이에 참뜻이 있으나 말하려다가 이미 말을 잊었네 ■원문 飮酒(음주), 陶潛(도잠) 結廬在人境(결려재인경) 而無車馬喧(이무거마훤) 問君何能爾(문군하능이) 心遠地自偏(심원지자편) 採菊東籬下(채국동리하) 悠然見南山(유연견남산) 山氣日夕佳(산기일석가) 飛鳥相與還(비조상여환) 此間有眞意(차간유진의) 欲辨已忘言(욕변이망언) ■글자풀이 結: 짓다 廬: 초가집 人境: 사람이 사는 곳 喧: 시끄럽다 爾.. 2022. 11. 23.
조식, <잡시> ■해석 잡시(조식) 아득히 먼 길 가는 나그네 집을 떠난 지 천 리쯤이네 나와도 갈 곳 없고 들어가도 머무를 곳 없는데 뜬 구름 햇빛을 가리고 슬픈 바람 땅을 말아올리며 일어나네 ■원문 雜詩(잡시), 曹植(조식) 悠悠遠行客(유유원행객) 去家千里餘(거가천리여) 出亦無所之(출역무소지) 入亦無所止(입역무소지) 浮雲翳日光(부운예일광) 悲風動地起(비풍동지기) ■글자풀이 悠悠: 아득한 모양 所之: 갈 곳 浮雲: 뜬 구름 翳: 가리다 ■감상 조식(192-232)은 중국 위나라의 시인으로, 조조(曹操)의 셋째 아들이며, 조비(曹丕)의 동생입니다. 어려서부터 문학에 재능이 뛰어나서 조조가 소중히 여겼지만, 형과 세자 계승 문제로 다투다가 형이 왕위를 계승하면서 측근들도 죽임을 당하고 자신도 정치적으로 불행을 겪었습니다... 2022. 11. 22.
최치원, <촉규화> ■해석 촉규화(최치원) 거친 밭 언덕 쓸쓸한 곳에 탐스러운 꽃송이 가지를 눌렀네 장맛비 그쳐 향기 날리고 보리 바람에 그림자 흔들리네 수레 탄 사람 누가 보아주리 벌과 나비만 부질없이 찾아드네 천한 땅에 태어난 것 스스로 부끄러워 사람들에게 버림받아도 참고 견디네 ■원문 蜀葵花(촉규화), 崔致遠(최치원) 寂寞荒田側(적막황전측) 繁花壓柔枝(번화압유지) 香輕梅雨歇(향경매우헐) 影帶麥風欹(영대맥풍의) 車馬誰見賞(거마수견상) 蜂蝶徒相窺(봉접도상규) 自慙生地賤(자참생지천) 堪恨人棄遺(감한인기유) ■글자풀이 壓: 누르다 梅雨: 매실이 익을 무렵 내리는 비, 장맛비 麥風: 보리 위를 스치는 바람, 초여름의 훈훈한 바람 車馬: 수레와 말을 탄 사람, 곧 고관대직 蜂蝶: 벌과 나비 窺: 엿보다, 찾다 慙: 부끄럽다 賤地.. 2022. 11.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