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석
매미(우세남)
주둥이를 늘려 맑은 이슬을 마시니
울음소리가 성긴 오동 숲에서 퍼지네
높은 곳에 있어서 저절로 소리가 먼 것이니
다만 가을바람 때문만은 아니라네
■원문
蟬(선), 虞世南(우세남)
垂緌飮淸露(수유음청로)
流響出疎桐(유향출소동)
居高聲自遠(거고성자원)
非是藉秋風(비시자추풍)
■글자풀이
- 垂: 드리우다
- 緌: 매미의 부리
- 露: 이슬
- 響: 울음
- 疎: 성기다
- 桐: 오동나무
- 藉: 빌다, 깔다
■감상
우세남(558-638)의 자는 백시(伯施), 시호는 문의(文懿)이며, 월주 여요현 사람입니다. 진(陳)과 수(隋)를 거쳐 중국 당나라 시대에 활동했던 정치가이자 서예가로, 서예가로서의 업적이 뛰어났기에 중국 초당사대가(初唐四大家)로 일컬어집니다.
고야왕에게 10년 동안 공부하면서 오로지 학업에만 열중하였으며, 문장이 화려하여 서릉(徐陵)의 문풍을 얻었다고 평가받습니다. 당나라 태종의 신임을 받아 홍문관학사가 되어 방현령(房玄齡)과 함께 문한(文翰)을 관장했습니다. 글씨로 <공자묘당비(孔子廟堂碑)>, 행서에 <여남공주묘지고(汝南公主墓誌稿)>가 유명합니다. 당시 궁정시단의 중심에 있었고, 시문집인 《우비감집(虞秘監集)》과 편저 《북당서초(北堂書鈔)》 등이 전합니다.
이 시는 매미에 빗대어 세상을 풍자하고 있습니다. ‘맑은 이슬’은 깨끗한 삶을 의미하고, 오동나무는 군자의 나무로 인식되기도 했기 때문에 높은 곳에서 울어야 그 소리가 멀리까지 들리게 된다는 인생의 깨달음을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시인은 매미를 통해 남에게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삶의 충고를 하고 싶었고, 이 표현은 《진서》에 “매미는 높은 곳에 거하면서 맑은 이슬을 마신다(蟬居高飮淸)”라는 표현을 인용하였습니다.
이 작품이 정조 때에는 시의 시구를 제목으로 검서관(檢書官)의 시험을 보았다는 기록이 《일성록》에 보이고, 철종 때에는 화원(畫員)을 뽑는 시험에서도 이 시를 올린 바가 있을 정도로, 조선시대에도 유명했던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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