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주만 강조하는 현실
“소인은 군자와 비교해서 재주도 뛰어나고 언변도 좋고 힘도 세며 일도 잘한다. 무슨 일이든지 맡기면 해내니, 윗사람이라면 누군들 그에게 일을 맡기려고 한다. 그러나 살펴야 할 것은 그의 마음 씀씀이[心術]인데, 자취가 드러나기 전에는 가늠하기가 어렵다. 그 죄악이 드러나면 나랏일은 이미 그르치게 되니, 형벌로 죽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러므로 군자는 인재를 쓸 때 신중하게 써야[愼用於始]만 한다.” 이 이야기는 조선 후기의 학자 성대중의 《청성잡기》에 있는 <재주만 있으면 뭐하나>라는 글로, 소인의 얄팍한 재주를 잘못 알고 중용했다가 차후에 큰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뜻입니다.
항상 고위 공직자나 위정자들의 막말 논란으로 요즘도 세상이 시끄럽습니다. 매체들은 막말의 당사자를 비판하는 것을 넘어서 정부와 공무원들의 인식과 의식을 성토해가며 정부의 책임론으로까지 번지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취중 실언이나 농담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 강한 상대(?)를 건드린 것입니다. 아울러 순간의 말실수가 아니라 그 사람의 뇌리를 지배하는 가치관과 공무원의 인성 문제로까지 확대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성교육진흥법의 시행’과 문제점
2015년 7월 21일은 ‘인성교육진흥법’이 처음 닻을 올린 해입니다. 인성교육을 법으로 정하는 과정은 반년 만에 일사천리로 진행되었습니다. 국회의장의 발의로부터 출석 의원 199명의 만장일치 통과, 곧바로 법이 제정․시행된 것은 극히 이례적인 경우라고도 합니다. 그만큼 인성을 국가 차원에서 중요하게 다뤄야 한다는 절실한 현실이 반영된 것이라 생각됩니다. 국회의장도 “지구촌 시대는 개인의 시민의식과 인성이 국가 발전에 영향을 미치는 시대”라고 역설하였습니다. 이렇듯 인성교육을 법으로 시행한다는 것에 대해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를 붙이고는 있지만, 아직까지도 ‘축하’와 ‘개탄’ 속에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 온 것이 사실입니다.
인성교육진흥법 제4조, <국가 등의 책무>에서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인성을 갖춘 국민을 육성하기 위하여 인성교육에 관한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정책을 수립하여 시행하여야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교육을 받아야 하는 대상을 국민으로 설정하고 있지만, 국가와 지자체는 여기서 자유로울 수 있는가라는 것입니다. 해이해진 기강을 바로잡기 위해 중앙부처와 공무원들의 인성교육을 강화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실상 그 속을 들여다 보면 ‘양질호피(羊質虎皮)’에 지나지 않습니다. 법 시행 후 수년 동안 정책과 활동을 펼치고는 있지만, 그 효과는 아직도 미미합니다.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고 올바른 인성을 갖춘 시민을 육성하겠다는 것이 ‘인성법’입니다. 그러나 정작 법으로 만들어 중요하다고 큰소리친 계층이 오만한 욕망을 드러내며 온 국민의 원성을 사고 있는 것입니다.
사회 곳곳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인성을 강조하며 인성교육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인성이 법으로 시행되기도 전부터 수많은 인성 관련 자격증이 우후죽순격으로 난립하고 있었고, 검증되지도 않은 기관들이 짧은 기간에 ‘속성 지도사’들을 양산해내고 있는 것입니다. 모두가 자신들이 가장 검증된 기관, 훌륭한 교수진이라며 등록을 부추기고 있었지만, 서로가 비슷한 커리큘럼으로 회비만 착실하게 내면 자격증을 취득하는 현실인 것입니다. 과연 이런 기관들이 인성교육의 핵심덕목(예, 효, 정직, 책임, 존중, 배려, 소통, 협동)을 제대로 인지하고 법이 지향하는 올바른 교육을 할 수 있을지 우려가 되는 게 사실입니다.
■체계화된 인성교육이 필요
‘지식은 누구나 가르칠 수 있지만, 인성은 아무나 가르칠 수 없다’라고 합니다. 그만큼 인성을 손쉽게 단정짓고 가볍게 교육현장에 투입될 성격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현대사회의 모든 문제의 원인을 인성의 결핍에서 찾고 있고, 모든 교육에 ‘인성~’이라는 말을 붙이고 있습니다. 그 중요성은 날로 부각되어 가고 있는데, 정부조차도 교육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허둥대는 모양새입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법 제정이 아니라, 이를 잘 시행하고 실천하는 것에 목적이 있습니다. 인성은 이론이 아니라 실천입니다. 사각형의 공간에서 칠판 두드리며 하는 교육이 전부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빨리 가려고 할 것이 아니라 천천히 가더라도 제대로 가야만 합니다. 우리는 조그만 생각의 변화가 운명을 바꿀 수 있다는 마음으로 내 자신부터 변화하는 ‘반구저기(反求諸己)’의 자세가 필요합니다. 올바른 언행의 시작은 바른 마음에서 출발합니다. 선현들의 ‘마음공부’가 그리워지는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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