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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이, <송도회고> ■해석 송도를 회고하며(황진이) 눈 속의 저 달은 전 왕조의 빛이고 차가운 저 종소리도 옛 나라의 소리라네 남루에 시름 겨운 채 홀로 서 있으니 남은 옛 성터에 저녁연기 피어오르네 ■원문 松都回顧(송도회고), 黃眞伊(황진이) 雪月前朝色(설월전조색) 寒鐘故國聲(한종고국성) 南樓愁獨立(남루수독립) 殘郭暮烟生(잔곽모연생) ■글자풀이 松都: 고려의 수도인 개성 朝: 왕조 寒鐘: 차가운 날씨에 들리는 종소리 故國: 옛 나라, 즉 고려 愁: 근심 殘: 남다 郭: 성곽 烟生: 연기가 (피어)나다 ■감상 황진이(1506-1567)는 조선 중기의 명기(名妓)로, 기명(妓名)은 명월(明月)입니다. 시서(詩書)와 음률(音律)에 모두 뛰어났고, 서경덕, 박연포포와 아울러 송도삼절(松都三絶)로 불렸습니다. 이 시는 고려의 수도.. 2022. 10. 27.
이달, <산사> ■해석 산사(이달) 흰구름 속에 절이 있는데 흰구름을 스님을 쓸지 않네 손님이 와서야 비로소 문을 여니 온 골짜기에 송홧가루 날리고 있네 ■원문 山寺(산사), 李達(이달) 寺在白雲中(사재백운중) 白雲僧不掃(백운승불소) 客來門始開(객래문시개) 萬壑松花老(만학송화로) ■글자풀이 僧: 스님 掃: 쓸다 萬壑: 온 골짜기 松花老: 송화(소나무 꽃가루)가 늙었다(시들어 떨어진다), 즉 벌써 봄이 다 갔다 ■감상 이달(1539-1612)은 최경창, 백광훈과 더불어 삼당시인(三唐詩人)으로 일컬어지는 시인입니다. 서자의 신분에 자유분방한 성격으로, 맑고 아담하고 고운 시풍을 지닌 시인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산속에 있는 절은 높고도 깊은 곳에 있어서 항상 구름 속에 파묻혀 있습니다. 구름에 잠겨서 인적도 드물기에 산사에.. 2022. 10. 27.
광경과 장면 ■예문 아래 문장에서 어떤 단어가 적당할까요.(정답은 제일 아래에 있습니다.) 학살 (장면/광경)을 삭제하지 않고 영화를 상영했다. 하늘에서 바라본 갈대밭은 천지를 뒤덮은 (장면/광경)이었다. ■설명 어떤 일이 벌어지는 모양이나 형편이 우리 눈에 보일 때, 우리는 그것을 '광경', 또는 '장면'이라고 말합니다. 사전적인 의미로 '광경'은 '벌어진 일의 상태와 모양'을 의미하고, '장면'은 '어떤 장소에서 벌어지는 광경'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둘의 사전적인 의미만 비교해봐도 많이 비슷하다는 것을 느낄 것입니다. 그럼 좀 더 자세히 들어가 보겠습니다. '장면'은 상황이나 작품 전체로부터 얼마든지 잘라내서 사건 전개 과정의 일부분이나 특정한 일이 벌어지는 장소나 모습을 보여줍니다. 즉, 시간의 흐름을 끊어낸.. 2022. 10. 27.
이백, <대주부지> ■해석 기다리는 술은 오지 않고(이백) 아름다운 술병에 푸른 실 매어 술 사러 보냈는데 왜 이리 늦는가 산꽃은 날 향해 웃고 있으니 바로 지금이 술 마시기 좋은 때라네 해 저문 동쪽 창가에서 술을 따르니 아름다운 꾀꼬리 소리 함께 하네 봄바람과 더불어 취한 나그네 오늘 서로 정답게 어울리누나 ■원문 待酒不至(대주부지), 李白(이백) 玉壺繫靑絲(옥호계청사) 沽酒來何遲(고주래하지) 山花向我笑(산화향아소) 正好銜盃時(정호함배시) 晩酌東窓下(만작동창하) 流鷪復在玆(유앵부재자) 春風與醉客(춘풍여취객) 今日乃相宜(금일내상의) ■글자풀이 壺: 병 繫: 매다 沽: 팔다, 사다 遲: 더디다, 늦다 銜盃: 술을 마시다 晩: 저녁 酌: 술을 따르다 鷪: 꾀꼬리 玆: 이, 여기 相宜: 양쪽이 서로 잘 어울리다 ■감상 이 시는.. 2022. 10. 26.
조식, <칠보시> ■해석 칠보시(조식) 콩을 삶으려고 콩깍지를 태우니 콩이 솥 안에서 울고 있네 본래 한 뿌리에서 태어났거늘 지저대는 것이 어찌 이다지도 급한가 ■원문 七步詩(칠보시), 曹植(조식) 煮豆燃豆萁(자두연두기) 豆在釜中泣(두재부중읍) 本是同根生(본시동근생) 相煎何太急(상전하태급) ■글자풀이 煮: 삶다 燃: 태우다 萁: 콩깍지 釜: 솥, 가마 本是: 본래, 본디 煎: 지지다 太: 심하다 ■감상 조식(192-232)은 중국 위나라의 시인으로, 조조(曹操)의 셋째 아들이며, 조비(曹丕)의 동생입니다. 어려서부터 문학에 재능이 뛰어나서 조조가 소중히 여겼지만, 형과 세자 계승 문제로 다투다가 형이 왕위를 계승하면서 측근들도 죽임을 당하고 자신도 정치적으로 불행을 겪었습니다. 이 시는 형인 조비가 왕위에 오른 뒤에도 아.. 2022. 10. 26.
예(禮), 사람다움의 실천 ■배려하는 인간관계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답다'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합니다. '그것이 지니는 성질이나 특징, 긍정적인 속성이 있다'는 뜻을 더해 주는 이 말은 보통 사람이 자신의 소임을 다해서 칭찬하거나 인정해 주는 상황에서 사용합니다. 자신의 일이나 책임을 충실하게 해낼 때 사람다움이 형성되는 것입니다. 이천 년 전에 공자도 임금과 신하, 아버지와 아들(君君臣臣, 父父子子)이 모두 그 '다움'을 주장하며 각자의 직분을 충실히 해야 한다는 것을 말했습니다. 사회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맺어진 집단입니다. '사람 인(人)' 자의 자형(字形)을 보더라도 작대기가 서로를 받쳐주고 의지하며 서 있는 것처럼 인간도 타인과 소통하면서 서로 부둥켜 살아가야 하는 존재입니다. 김광규 시인이 에서 말한 것처럼 '오직 하.. 2022. 10. 26.
법무부장관 VS 법대로장관 ■이리복검 춘추시대 진나라 문공 때에 이리라는 법무부 장관이 있었습니다. 그는 공평하고 엄정하게 법을 집행하는 장관이라고 소문이 났습니다. 하루는 지나간 재판의 기록들을 재검토하다가 본인의 잘못된 판결로 사람을 죽게 만들었다는 것을 뒤늦게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그는 곧 관복을 벗어던지고 죄인의 형상을 한 다음에 문공에게 나아가 자신을 사형에 처해달라고 자청하였습니다. 문공은 "관직에는 높고 낮음이 있고, 형벌에도 가볍고 무거움이 있기 마련이오. 이 사건은 아랫사람이 잘못한 것으로 그대가 책임질 일이 아니오."라며 이리를 위로하였습니다. 그러자 이리는 "제가 장관이라는 높은 자리에 있으면서 자리를 아랫사람에게 양보한 일이 없으며, 남보다 많은 월급을 받으면서도 아랫사람에게 나누어 준 적이 없었습니다.. 2022. 10. 25.
언로, 언론과 권력을 잇는 소통의 길 대간(臺諫)은 어사대의 관원이라는 의미의 '대관(臺官)'과 사간원의 '간관(諫官)'을 합해서 부르는 명칭으로, 임금에게 간쟁(諫諍)하는 관리를 말합니다. 오로지 임금 옆에서 왕을 비롯하여 관료들의 잘못을 간하거나 탄핵하고 인사의 역할을 수행하는 직책입니다. 지존에게 껄끄럽고 불편한 말을 올리는 것이 임무라서 자리의 긴장감은 더욱 클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왕과 대간과의 의사소통을 '언로(言路)'라고 합니다. ≪경제문감≫에서 말한 "대간이 비록 직책은 낮으나 역할은 재상과 동등하다. 궁궐에서 왕과 더불어 시비를 다툴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대간뿐이다."라고 했을 정도로, 왕의 의사와 배치될지라도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내놓아야 하는 자리입니다. 우리가 흔히 사극에서 본 적이 있는 "전하, 아니되옵니다."라.. 2022. 10.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