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석
소학을 읽고(김굉필)
글을 읽어도 아직 천기를 알지 못했는데
≪소학≫ 속에서 어제의 잘못을 깨달았다네
이제부터 마음을 다해 자식의 직분을 하고자 하니
구차하게 어찌 잘 살기만을 부러워하겠는가
■원문
讀小學(독소학), 金宏弼(김굉필)
業文猶未識天機(업문유미식천기)
小學書中悟昨非(소학서중오작비)
從此盡心供子職(종차진심공자직)
區區何用羨輕肥(구구하용선경비)
■글자풀이
- 業: 과업(학문하는 일)
- 猶: 오히려, 아직
- 天機: 하늘의 기밀
- 悟: 깨닫다
- 昨: 어제
- 供: 이바지하다
- 區區: 구차하다
- 羨: 부러워하다
- 輕肥: 경구마비(輕裘馬肥, 가벼운 갖옷과 살찐 말)의 줄임말로, 부귀한 사람들의 차림새
■감상
김굉필(14541504)의 자는 대유(大猷), 호는 사옹(蓑翁)·한훤당(寒暄堂)이며, 서흥이 본관입니다. 어려서부터 호방하고 거리낌이 없어 한때는 불성실한 행실을 보이기도 하였으나 성장하면서 더욱 학문에 힘을 썼다고 합니다.
김종직의 문인으로 들어가 ≪소학≫에 심취해서 스스로를 ‘소학동자(小學童子)’라 일컬었고, 소학을 통해 자신의 잘못을 깨달았다고도 했습니다. 사헌부감찰, 형조좌랑 등을 역임하였으며, 정몽주·길재·김종직으로 이어지는 유학사의 정통을 계승하였습니다. 저서로는 ≪경현록(景賢錄)≫, ≪한훤당집(寒暄堂集)≫, ≪가범(家範)≫ 등이 있으며, 시호는 문경(文敬)입니다.
작가는 평생토록 ≪소학≫을 깊고도 성실하게 심취해 있었으며, ≪소학≫에 입각하여 처신(處身)이나 복상(服喪)을 대하는 자세를 익혀서 당대 사대부들의 귀감을 보였다고도 합니다. 이 작품 또한 ≪소학≫을 읽고 쓴 시입니다. 항상 다양한 글을 읽어도 천기에 대해서 알지를 못했는데, ≪소학≫을 통해서 과거의 잘못을 깨닫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부모에게 마음을 다해서 자식 된 도리와 구실을 하고, 가볍고 따스한 가죽 옷이나 살찐 말을 부러워하는 호화스럽고 잘 사는 삶을 부러워하지 않겠다고 말합니다. 작가는 ≪소학≫의 화신답게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으며, 이 책을 통해서 집안의 가범(家範)까지 이룰 정도로 을 이루었을 정도로 다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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