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석
도중에(이수광)
언덕 위 버들은 사람 맞아 춤을 추고
숲 속에 꾀꼬리는 나그네 읊조림에 화답하네
비 개니 산은 활기를 띠고
바람 따스하니 풀은 마음을 돋게 하네
경치는 시 속에 든 그림이고
샘물 소리는 악보 밖의 거문고네
길은 멀어 가도 끝이 없는데
서산의 해는 아득한 봉우리를 물들이네
■원문
途中(도중), 李睟光(이수광)
岸柳迎人舞(안류영인무)
林鶯和客吟(임앵화객음)
雨晴山活態(우청산활태)
風暖草生心(풍난초생심)
景入詩中畵(경입시중화)
泉鳴譜外琴(천명보외금)
路長行不盡(노장행부진)
西日破遙岑(서일파요잠)
■글자풀이
- 岸: 언덕
- 鶯: 꾀꼬리
- 晴: 개다
- 譜: 악보
- 盡: 다하다
- 遙: 아득하다, 멀다
- 岑: 봉우리
■감상
이수광(1563-1628)의 자는 윤경(潤卿), 호는 지봉(芝峯)이며, 전주가 본관입니다. 1578년 초시에 합격, 1582년에 진사가 되었고, 이후 공조참판, 대사헌, 이조판서 등을 역임하였습니다. 임진왜란과 정묘호란, 광해군 당시 정치적 갈등, 인조 때의 이괄의 난 등을 겪으면서도 강직하고 온화한 성품을 유지하였습니다. 또한 당대 사회변화와 더불어 실학파의 선구적 인물로서 우리 사상사와 철학사에서 중요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이 시는 따뜻한 봄날에 중국으로 사행 가는 도중에 지은 작품입니다. 언덕에 있는 버들가지는 사람이 반가운 듯 춤을 추며 맞이하고 숲 속의 꾀꼬리는 나그네의 읊조림에 화답을 해주고 있습니다. 비 개인 산에는 생기가 돌고 바람 또한 따스하여 풀이 잘 돋아날 듯합니다.
경치는 시 속에 든 그림과 같고 흐르는 샘물 소리는 악보에도 없는 거문고 소리와 같습니다. 중국으로 사행 가는 길은 아득하고 멀어서 끝이 보이지 않는데, 벌써 서산에 해가 지며 봉우리에 물들고 있습니다. 자연과 인간의 조화(造化)와 합일(合一)을 잘 보여주고 있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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