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교양한문

정희량, <우서(寓書)>

by !)$@@!$ 2023. 4. 7.
반응형

■해석

편지를 보내며(정희량)

 

근래 압록강 가에서 삭막하게 지내다가

모래 먼지에 멀리 돌려 나루터를 물으려 하네

객지에서 우연히 한식의 비를 맞으니

꿈속에서는 아직도 고향의 봄을 기억하네

일생의 시름과 병에 흰머리만 늘어나는데

만 리의 시내와 산은 쫓겨난 신하를 정착하게 하네

바로 등한하고 게으름으로 곤궁하게 되었으니

운명이 시인을 곤궁하게 만든 것이 아니라네

 

■원문

寓書(우서), 鄭希良(정희량)

 

年來索寞鴨江濱(연래삭막압강빈)

回首塵沙欲問津(회수진사욕문진)

客裏偶逢寒食雨(객리우봉한식우)

夢中猶憶故園春(몽중유억고원춘)

一生愁病添衰鬢(일생수병첨쇠빈)

萬里溪山著放臣(만리계산착방신)

直以疏慵成落魄(직이소용성락백)

非關時命滯詩人(비관시명체시인)

 

나루터(출처: 국립중앙박물관)

 

■글자풀이

  • 濱: 물가
  • 津: 나루터
  • 偶: 우연히
  • 愁: 근심
  • 衰: 쇠하다
  • 鬢: 귀밑털
  • 著: 붙다
  • 放: 쫓겨나다
  • 直: 바로
  • 疏慵: 등한하고 게으르다
  • 落: 영락하다
  • 時命: 운명
  • 滯: 막히다, 빠지다

 

■감상

   정희량(1469-1502)의 자는 순부(淳夫), 허는 허암(虛庵)이며, 해주가 본관입니다. 1492년에 생원시에 장원으로 합격했으나, 성종이 죽었을 때 올린 상소가 문제가 되어 유배를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김종직의 문인으로, 권지부정자, 예문관대교, 예문관봉교 등을 역임하였습니다. 총명하고 학문에 박식하여 문예에 대한 조예가 깊었고, 음양학에도 밝았으며, 저서에는 허암집이 있습니다.

 

   이 시는 작가가 무오사화 때 사초문제로 탄핵을 받았는데 난언(亂言)을 알면서도 고하지 않았다는 죄명으로 의주에 유배 갔을 때 유배지에서 지은 작품입니다. 작가는 압록강 변에서 유배생활을 하다가 벌판에 모래 먼지가 일고 있는 진사(塵沙)에서 고향을 떠올리며 돌아가는 나루터를 묻고 있습니다.

 

   객지에서 맞이하는 한식날은 고향의 봄을 더욱 또렷하게 떠오르게 하는데, 만 리 먼 곳으로 유배되어 온 자신의 처지는 시름과 병으로 흰머리만 더해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영락(零落)한 삶을 살아온 것도 자신의 등한함과 게으름이 만들어낸 결과이므로, 운명을 탓할 일은 아닐 것이라고 합니다. 유배지에서 느끼는 한 작가의 심회(心懷)가 잘 드러난 작품입니다.

 

반응형

'교양한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허난설헌, <채련곡(采蓮曲)>  (0) 2023.04.08
이수광, <도중(途中)>  (0) 2023.04.07
김굉필, <독소학(讀小學)>  (0) 2023.04.07
김굉필, <노방송(路傍松)>  (0) 2023.04.07
김일손, <도한강(渡漢江)>  (0) 2023.04.05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