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석
한강을 건너며(김일손)
한필의 말로 느릿하게 한강 나루를 건너는데
꽃잎은 물결 따라 흐르고 버들은 찡그린 것 같네
미천한 신하 이제 떠나면 언제 돌아올지
종남산을 돌아보니 봄은 이미 늦었구나
■원문
渡漢江(도한강), 金馹孫(김일손)
一馬遲遲渡漢津(일마지지도한진)
洛花隨水柳含嚬(낙화수수류함빈)
微臣此去歸何日(미신차거귀하일)
回首終南已暮春(회수종남이모춘)
■글자풀이
- 遲: 늦다, 더디다
- 津: 나루터
- 隨: 따르다
- 含: 머금다
- 嚬: 찡그리다
- 終南: 종남산(남산)
- 暮: 저물다
■감상
김일손(1464-1498)의 자는 계운(季雲), 호는 탁영(濯纓)이며, 김해가 본관입니다. 1486년 생원에 수석 합격하고, 진사시에 2등, 식년문과 갑과에 제2인으로 급제하였습니다. 관직생활을 하는 동안 사가독서(賜暇讀書)를 하여 학문과 문장의 깊이를 다질 수 있었고, 훈구파의 불의와 부패를 공격하고 사림파의 중앙 정계에 진출하는 것을 도왔습니다.
김종직의 문인으로 사장(詞章)을 중시하면서 치인(治人)하는 성향을 보였고, 과감하고 진취적인 현실 대응 자세를 보였습니다. 저서로는 ≪탁영집(濯纓集)≫이 있으며, 시호는 문민(文愍)이고, 자계서원과 도동서원 등에 제향되었습니다.
이 시는 사직하고 낙향하는 길에 한강을 건너면서 지은 작품입니다. 한 필의 말을 타고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한강을 건너는 화자의 모습에서 고향에 돌아가는 기쁨보다는 벼슬에 대한 미련감이 더욱 커 보입니다. 봄꽃은 한강 물결을 따라 흘러만 가고 버들은 괜히 화자의 심경을 대변해주는 것처럼 찡그린 듯 보입니다.
보잘것없는 미천한 신하이지만 이제 가면 언제 다시 돌아올 수 있을지 장담하기도 어렵습니다. 비록 지금은 낙향하고 있는 처지이지만, 다시 벼슬길로 돌아오고 싶다는 은근한 희망도 내비칩니다. 화자는 한양을 떠나면서 뒤돌아 남산을 돌아보니 봄도 서서히 저물어가는 풍경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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