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석
조령에 올라(유호인)
이른 새벽 눈 내린 고개에 오르니
봄뜻이 참으로 흐릿하구나
북쪽을 바라보니 군신이 막히었고
남쪽으로 오니 모자가 함께 하네
흐릿한 밤 지난 안개에 헷갈리고
높고도 험한 층층 하늘에 기대고 있네
다시 편지를 쓰려 하지만
시름 가에 북으로 가는 기러기 있네
■원문
登鳥嶺(등조령), 俞好仁(유호인)
凌晨登雪嶺(능신등설령)
春意正濛濛(춘의정몽몽)
北望君臣隔(북망군신격)
南來母子同(남래모자동)
蒼茫迷宿霧(창망미숙무)
迢遞倚層空(초체의층공)
更欲裁書札(갱욕재서찰)
愁邊有北鴻(수변유북홍)
■글자풀이
- 凌晨: 이른 새벽
- 濛: 흐릿하다
- 蒼茫: 흐릿한 모양
- 迷: 헤매다
- 霧: 안개
- 迢: 높은 모양
- 遞: 번갈아, 교대로
- 倚: 의지하다
- 層: 층층이
- 更: 다시
- 愁: 근심
- 邊: 가장자리
- 鴻: 기러기
■감상
유호인(1445-1494)의 자는 극기(克己), 호는 임계(林溪)이며, 고령이 본관입니다. 1462년에 생원이 되고, 1475년에 식년문과에 급제하였습니다. 의성현령, 공조좌랑 등을 역임하였고, ≪동국여지승람≫ 편찬에도 참여하였습니다.
1490년에 ≪유호인시고(俞好仁詩藁)≫를 편찬하여 왕이 신하에게 내리는 옷인 표리(表裏)를 하사 받기도 했습니다. 김종직의 문인이며, 성종의 총애를 받을 정도로 본래 글을 좋아하여 문장으로 이름이 높았습니다. 장수의 창계서원(蒼溪書院)과 함양의 남계서원(藍溪書院)에 제향 되어 있습니다.
이 시는 조령에 올라 임금에 대한 충성과 부모에 대한 효도의 마음을 노래한 작품입니다. 조령은 ‘새재’라고도 불리며 경북 문경과 충북 괴산 사이에 있는 고개 이름으로, 이곳을 넘어야 한양을 갈 수 있었다고 합니다. 시인은 높은 조령에 오르면 멀리 임금과 부모님을 향한 답답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해소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스스로에 대한 위로의 행위일지도 모릅니다.
두련에서는 이른 새벽 눈 내린 아침에 조령을 오른 화자가 아직 봄기운은 멀게만 느껴져 봄은 아득하기만 하다고 말하며, 함련에서는 임금과 부모를 향한 충효의 마음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후반부에서는 임금이 계신 한양으로 가는 길도 안개에 싸여 보이지도 않고, 편지를 써보려 하지만 편지를 전해줄 기러기도 제대로 보이지가 않는다며 시름에 겨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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