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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돈, 욕망으로 쩐 세상

by !)$@@!$ 2022. 9.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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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누구나 원하지만 쉽게 가질 수는 없는 것

 

  진나라 왕연은 고상한 인품을 지닌 인물입니다. 재능이 뛰어나 요직을 두루 거치고 용모도 출중하였으며, 세속의 속된 것들에 대한 거부감이 아주 심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돈'을 가장 속된 것으로 치부하여 돈이라는 말은 입에 담는 것조차 꺼렸습니다. 하루는 아내가 왕연의 입에서 돈이라는 말이 나오게 하도록 시험하고자 여종을 시켜서 그가 잠든 사이에 동전을 침상 주변에 가득 쌓아놓게 하였습니다.

 

  다음날 잠에서 깬 왕연은 침상 주변에 가득한 동전들을 가리키면서 "거각아도물"이라고 외쳤습니다. 이 말은 "이것들을 모두 집어치워라"라는 의미로, 이때 '아도(阿堵)'는 당시의 속어로 '이것'이라는 의미입니다. 이후로 '이 물건'을 의미하는 '아도물'이 돈의 별칭으로 쓰이게 되었습니다. ≪세설신어≫, <규잠>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진정으로 원하지만 대놓고 말하기도 민망한 것이라 그런지 예로부터 돈은 금기어 중에 하나였습니다. 입으로 돈을 말하지 않는 것(口不言錢)이 사람의 도리라 생각했고, 돈을 멀리하여 탐하지 않는 것이 청렴의 척도로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조선 후기 문신인 윤기는 "재물은 재앙이고, 재화는 불행이다(夫財者災也, 貨者禍也.)"라며 돈을 인간이 경계해야 할 대상이라고 노골적으로 폄하하기도 했습니다.

 

  누구나 원하는 욕망의 대상, 돌고 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바로 돈입니다. 돈을 의미하는 '전(錢)'은 재물을 뜻하는 '금(金)'과 창을 나타내는 '과(戈)' 두 개가 위아래로 겹쳐진 글자입니다. 이는 재물을 앞에 놓고 서로 창을 들어 싸우는 형상으로, 사람을 해칠 수도 있다는 부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재물[貝]을 앞에 놓고 서로 창을 들어 싸우는[戔] 모습이 천하게[賤] 여겨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인간에게 이로움을 주고자 생겨난 물건이지만 인욕(人慾)의 으뜸으로 치부되면서 재앙의 근원으로 여겼던 것입니다. 지닌 것의 행복함보다 부족한 것의 불안함으로 항상 노심초사하는 것입니다. 언제나 원하기만 할 뿐 채워진 것에 대한 감사가 없기 때문이겠죠.

 

 

  무시로 머니(money)타령, 코인 (coin)타령을 하는 돈에 쩐 세상입니다. 항상 남의 주머니에만 가득 차 있고 내 주머니에는 없다며 억울해합니다. 이들은 돈이 행복과 비례하다는 '재화제일주의'를 외치면서 사회를 혼탁한 지경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동산과 부동산 가릴 것 없이 긁어모으면서 '수수익선(收收益善)'을 지향하는 무리들이기 때문입니다. 돈은 아무런 덕이 없어도 높임의 대상이 되고, 권세가 없어도 누구나 뜨겁게 맞이해줍니다. 천한 사람도 귀하게 만들 수 있고, 산 사람도 죽음에 이르게 하는 막대한 위력도 지니고 있습니다. 부자는 돈을 쉽게 벌 수 있지만, 거지는 돈을 어렵게 번다며 역설하는 현실에 동조하지 못하면 루저로 전락한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되는 '쩐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죠.

 

  품격있는 돈이 요구되는 시대입니다. 누가 지니고 어떤 가치를 두느냐에 따라서 그 품격은 달라집니다. 돈이 가치의 1순위가 되는 순간, 우리는 인간의 가치를 잃게 됩니다. 오로지 부만 축적하고자 하는 삿된 마음이 사리분별 못하는 저속한 인간으로 만들어버리기 때문입니다. 부족해도 넉넉한 가치를 부여할 줄 알아야 합니다. 석가모니는 재물이 없어도 남에게 베풀 수 있는 일곱 가지의 무재칠시(無財七施)를 말하였는데,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정신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질보다 정신적 가치가 주는 베풂이 훨씬 더 소중하다는 의미입니다. 돈의 품격은 무게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난 사람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연봉이 오르는데 왜 삶의 질은 그대로인가?'라는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질문에 대한 답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연봉이 정수로 오를 때 욕심은 배수로 커지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연봉이 높아도 절대로 행복해질 수 없는 이유입니다. 앞으로 욕심은 줄이고 열심히 땀 흘린 노력의 대가로 돈의 가치를 인정받는 세상이라면 돈이 모이는 기회도 더욱 많아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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