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석
연밥을 따며 부른 노래(허난설헌)
가을날 깨끗하고 긴 호수는 푸른 옥이 흐르는 듯
연꽃 가득한 곳에 작은 배를 매어두었네
임을 만나고자 물 너머로 연밥을 던졌다가
멀리서 남에게 들켜서 반나절 동안 부끄러워했네
■원문
采蓮曲(채련곡), 許蘭雪軒(허난설헌)
秋淨長湖碧玉流(추정장호벽옥류)
荷花深處繫蘭舟(하화심처계란주)
逢郞隔水投蓮子(봉랑격수투연자)
遙被人知半日羞(요피인지반일수)
■글자풀이
- 采: 캐다
- 蓮: 연밥
- 淨: 깨끗하다
- 荷花: 연꽃
- 繫: 매다
- 蘭舟: 목란나무로 만든 배
- 逢: 만나다
- 隔: 사이, 거리
- 遙: 멀다
- 羞: 부끄럽다
■감상
허난설헌(1563-1589)의 본명은 초희(楚姬)이고, 자는 경번(景樊), 호는 난설헌(蘭雪軒)이며, 양천이 본관입니다. 강원도 강릉 출생으로, 문장가 가문에서 성장했으며, 오빠 봉(篈)과 동생(筠) 사이에서 글을 배웠습니다. 아름다운 외모에 문학적 기질까지 뛰어나서 어릴 때에 신동이라는 말을 들었고, 이달(李達)에게 한시도 배웠습니다.
15세 무렵에 안동 김씨 성립(誠立)과 결혼하였으나 남편은 가정보다는 기녀들과의 풍류를 즐기는 바람에 부부생활이 순탄치 못했습니다. 혼자서 고독한 시간을 보내는 삶을 살아야 했고, 남매와 아이까지 잃는 등 비극적 아픔의 계속되다가 27세의 나이로 요절하였습니다. 그녀의 작품은 중국 명나라 시인인 주지번(朱之蕃)에게도 문학적 소질을 인정받았고, 저서인 《蘭雪軒集》은 일본에서도 애송될 정도로, 조선을 대표하는 여류시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시는 연밥을 따며 부른 칠언절구의 노래입니다. 가을날의 호수는 맑기가 푸른 옥과 같은데, 화자는 호수에 연꽃 많은 곳에 임을 만나려고 배를 매어두었습니다. 물 너머로 연밥을 던지며 임에게 신호를 보냈건만, 주변에 있는 다른 사람에게 먼저 들키는 바람에 얼굴이 빨갛게 부끄러워졌다고 합니다. 임을 향한 여성의 애정 표현이 당대 분위기로 봐서는 파격적이고도 담대해 보이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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