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석
봄날(서거정)
금빛은 실버들에 들어오고 옥빛은 매화를 떠나는데
작은 연못의 새로운 물은 이끼보다 푸르네
봄 시름과 봄의 흥취 어느 것이 깊고 옅은가
제비가 오지 않아 꽃이 피지 않았네
■원문
春日(춘일), 徐居正(서거정)
金入垂楊玉謝梅(금입수양옥사매)
小池新水碧於苔(소지신수벽어태)
春愁春興誰深淺(춘수춘흥수심천)
燕子不來花未開(연자불래화미개)
■글자풀이
- 垂: 드리우다
- 楊: 버드나무
- 謝: 물러나다, 떠나다
- 梅; 매화
- 池: 연못
- 碧: 푸르다
- 苔: 이끼
- 深: 깊다
- 淺: 얕다
- 燕: 제비
■감상
서거정(1420-1488)의 자는 강중(剛中), 호는 사가정(四佳亭) 또는 정정정(亭亭亭)으로, 대구가 본관입니다. 조수(趙須)와 유방선(柳方善) 등에게 배웠으며, 천문(天文)과 지리(地理), 의약(醫藥)과 복서(卜筮), 성명(性命)과 풍수(風水) 등 다양한 학문세계를 이루었습니다.
문장과 시에 뛰어나 서거정의 학풍은 15세기 관학(官學)의 분위기를 대변해 주었고,, 정치적으로도 훈신(勳臣)의 입장을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동문선(東文選)≫을 편찬하여 우리나라 한문학의 독자성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형조판서, 좌참찬, 좌찬성 등을 역임하였으며, 시문집으로 ≪사가집(四佳集)≫이 전해집니다.
이 시는 제목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봄날의 경치를 읊고 있는 작품으로, 역대 모든 선집(選集)들에 거의 실려서 전해지는 작품입니다. 금빛을 띤 노란 버들과 겨울에 피었던 매화가 봄이 오자 서서히 지고 있습니다. 연못에 눈이 녹아 고인 물은 이끼보다 푸르고, 화자는 봄의 시름과 봄의 흥취 중에서 어느 것이 더 깊은 것인지 되묻기도 합니다. 아직은 봄이 오지 않아 꽃이 피지 않았으나 곧 제비도 날아오면 꽃이 필 것이고, 봄의 흥취 또한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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