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석
홍경사(백광훈)
가을 풀과 전 왕조의 절
남아 있는 비석엔 한림학사의 글이라네
천 년 동안 흘러온 물이 있어
지는 해에 돌아가는 구름을 보네
■원문
弘慶寺(홍경사), 白光勳(백광훈)
秋草前朝寺(추초전조사)
殘碑學士文(잔비학사문)
千年有流水(천년유류수)
落日見歸雲(낙일견귀운)
■글자풀이
- 殘: 남다
- 碑: 비석
- 學士: 한림학사
■감상
백광훈(1537-1582)의 호는 옥봉(玉峯), 자는 창경(彰卿)이며, 해미가 본관입니다. 형 백광안(白光顔)과 백광홍(白光弘), 사촌 동생인 백광성(白光城)과 함께 모두 문장으로 칭송을 받았으며, 삼당파(三唐派) 시인(이달, 최경창, 백광훈)의 한사람입니다.
이후백(李後白)과 박순(朴淳)에게 수학했으며, 28세에 진사시에 합격했으나 과거를 포기하고 정치 참여도 포기하면서 시와 서도(書道)를 즐기며 방랑생활을 즐겼습니다. 전원의 삶과 자연과 조화를 이룬 시풍을 즐겨했으며,, 현실의 고통과 관직에 대한 불만도 드러내는 작품들을 많이 지었습니다.
이 시는 홍경사를 지나며 회고적 감회를 읊은 오언절구의 작품입니다. 이 절은 고려 현종이 승려인 형긍(逈兢)에게 명하여 창건한 절입니다. 가을 풀이 우거진 고려시대 사찰인 홍경사의 모습을 이야기하면서 그곳에 최충(崔沖)의 비문이 쓸쓸하게 남아 있다고 말합니다. 천 년의 시간동안 물은 말없이 흐르고, 해질 무렵에 돌아가는 구름을 본다고 읊었습니다.
짧은 형식 속에 옛 고려시대 절에서 느끼는 정회와 그 주변의 경물을 조화롭게 연결해 낸 부분이 뛰어나서 인구(人口)에 많이 회자(膾炙)되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을 허균은 《국조시산》에서 더 이상의 군더더기 말이 필요 없는 ‘절창(絶唱)’이라 하였고, 홍만종은 《소화시평》에서 ‘우아하고 뛰어나 예로부터 이만한 것이 없다(雅節之古)’라고 찬사를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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