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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28

한식(寒食)의 의미를 되살리자 ■청명과 한식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잎이~' 만개한 사월입니다. 거리를 수놓은 벚꽃 사이로 바람에 묻어나는 향기와 함께 봄은 그렇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벚꽃을 예전에는 앵화(櫻花)라고 불렀는데, 당시는 보고 즐기는 완상(玩賞)의 대상은 아니었고, 옛 시인들은 봄의 전령사로 배꽃과 살구나무꽃을 의미하는 '이화풍(梨花風)'이나 '행화풍(杏花風)'을 대신하였습니다. 봄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에는 청명(淸明)과 한식(寒食)이 있습니다. 보통 청명과 한식이 같거나 하루 차이라서 '청명에 죽으나 한식에 죽으나'란 속담은 '별 차이가 없다'라는 의미로도 사용됩니다. 지금은 거의 같은 의미로 쓰이지만, 엄연히 말하면 청명은 24절기 중 하나이고, 한식은 4대 명절에 해당하여 출신 성분(?)이 다르다는 차이가 있.. 2023. 4. 3.
삼(三), 현대사회에 필요한 균형감각 ■'삼(三)'의 중요성 솥은 삼국시대부터 부엌살림의 가장 중요한 그릇 중 하나였습니다. 크기와 용도는 다양하지만, 보통 다리가 있으면 부(釜)라 하고 없으면 정(鼎)이라 합니다. 이 중에서 정은 다리가 셋이고 귀가 둘인 모양으로, 음식을 익히고 조리하는데 사용합니다. 하나라 우왕은 전국을 아홉 개의 주로 나누면서 각 중에서 거두어들인 쇠로 구정(九鼎)이란 청동솥을 주조하였는데, 이 솥이 상나라와 주나라에까지 계승되면서 후대에는 솥이 왕실을 상징하는 도구가 되었습니다. 솥은 조그만한 쇠붙이들을 수없이 녹여서 만들어야 하는 고된 작업이므로, 삼족정(三足鼎)은 최하 말직부터 순서대로 올라가 재상의 지위에 올랐다는 의미로도 쓰이게 되었습니다. 솥 안에 있는 국의 간을 맞춘다는 뜻의 조정(調鼎)이 재상의 국정 수.. 2023. 3. 3.
배움, 인생의 끝없는 여행 ■배움의 이유 졸업 시즌인 2월이 되면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에 선 사람들의 이야기가 매스컴에 오르곤 합니다. 일흔을 넘긴 연세로 학교에 입학하는 어르신들의 소식이 보도되거나 어려운 환경에서도 평생을 배움의 자세로 연필을 놓지 않고 만학도의 꿈을 이룬 사연들까지 다양합니다. 비록 늦게 시작했지만 그분들이 공부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결과는 노력을 배신하지 않는다'라는 진리를 새삼 깨닫게 해 줍니다. 학생들을 만나면서 변함없이 지켜오던 버릇(?)이 하나 있었습니다. 매시간 수업이 끝날 때마다 학생들과 문장 하나를 외치는 것이 그것입니다. 먼저 제가 "지지위지지"라고 선창을 하면, 학생들은 "부지위부지, 시지야"라고 후창을 하면 공식적으로 강의가 마무리되는 것입니다. 이는 ≪논어≫에 나오는 "아는 것을 안.. 2023. 2. 27.
배움, 평생의 업(業) ■'학'의 의미 사서(四書)의 유교 경전 중에서 단연 으뜸으로 치는 것은 ≪논어≫입니다. 이 책의 핵심은 '사람을 사랑하라[愛人]'는 '인(仁)' 사상이지만, 전체 20장의 구성 중에서 또 하나 눈여겨볼 부분이 1장의 첫 구절입니다. ≪논어≫를 접해 보지 않은 사람도 배우고 익히는 것의 즐거움을 표현한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로 시작하는 문장 정도는 귓등으로 들어서라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중적으로 회자되어 흔히 듣는 문장이지만,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부분이 바로 '학(學)'이라는 글자입니다. ≪논어≫에서 '학'은 모두 63회가 등장하는데, 뒤에 오는 '습(習)'과 합해져서 '학습'이라는 단어가 만들어졌습니다. 공자가 제자들과 나눈 대화들을 엮은 책에서 왜 제일 먼저 '학.. 2023. 2.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