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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28

주체적인 삶을 살자 ■주체가 없는 구관조의 말 구욕새는 남쪽 지방에서 나는 새로, 구관조(九官鳥)라고도 합니다. 사람들이 이 새를 그물로 잡아서 말하는 법을 훈련시키면 한참이 지나서 사람의 말을 흉내낼 줄 알게 됩니다. 그러나 단지 몇 마디 말만 흉내를 내는데 그칠 뿐이라서 하루종일 부르짖어도 그저 몇 가지 어휘에 불과할 정도로 사용량은 미미했습니다. 어느 날인가 매미가 뜰에서 울고 있는데, 구관조가 그 소리를 듣고는 비웃었습니다. 그러자 매미가 구관조에게 "네가 사람의 말을 할 줄 아니 참으로 좋구나. 그렇지만 네가 하는 말은 진정한 말이라고 할 수가 없어. 어떻게 내 생각대로 마음껏 우는 나만 같겠냐?"라고 하였습니다. 이 말은 들은 구관조는 머리를 숙이고 부끄러워하였으며, 이후로 죽을 때까지 다시는 사람의 말을 흉내내.. 2022. 11. 9.
법무부장관 VS 법대로장관 ■이리복검 춘추시대 진나라 문공 때에 이리라는 법무부 장관이 있었습니다. 그는 공평하고 엄정하게 법을 집행하는 장관이라고 소문이 났습니다. 하루는 지나간 재판의 기록들을 재검토하다가 본인의 잘못된 판결로 사람을 죽게 만들었다는 것을 뒤늦게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그는 곧 관복을 벗어던지고 죄인의 형상을 한 다음에 문공에게 나아가 자신을 사형에 처해달라고 자청하였습니다. 문공은 "관직에는 높고 낮음이 있고, 형벌에도 가볍고 무거움이 있기 마련이오. 이 사건은 아랫사람이 잘못한 것으로 그대가 책임질 일이 아니오."라며 이리를 위로하였습니다. 그러자 이리는 "제가 장관이라는 높은 자리에 있으면서 자리를 아랫사람에게 양보한 일이 없으며, 남보다 많은 월급을 받으면서도 아랫사람에게 나누어 준 적이 없었습니다.. 2022. 10. 25.
언로, 언론과 권력을 잇는 소통의 길 대간(臺諫)은 어사대의 관원이라는 의미의 '대관(臺官)'과 사간원의 '간관(諫官)'을 합해서 부르는 명칭으로, 임금에게 간쟁(諫諍)하는 관리를 말합니다. 오로지 임금 옆에서 왕을 비롯하여 관료들의 잘못을 간하거나 탄핵하고 인사의 역할을 수행하는 직책입니다. 지존에게 껄끄럽고 불편한 말을 올리는 것이 임무라서 자리의 긴장감은 더욱 클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왕과 대간과의 의사소통을 '언로(言路)'라고 합니다. ≪경제문감≫에서 말한 "대간이 비록 직책은 낮으나 역할은 재상과 동등하다. 궁궐에서 왕과 더불어 시비를 다툴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대간뿐이다."라고 했을 정도로, 왕의 의사와 배치될지라도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내놓아야 하는 자리입니다. 우리가 흔히 사극에서 본 적이 있는 "전하, 아니되옵니다."라.. 2022. 10. 25.
21세기 사관인 언론의 역할 ■연산군과 사관 조선왕조 오백 년의 정통성을 이끈 왕들은 모두 27명입니다. 이들이 죽으면 종묘에 신위를 모시는데, 이때 공덕을 칭송하는 차원에서 묘호(廟號)도 붙여 줍니다. ≪신당서≫에 '조유공, 종유덕(祖有功, 宗有德)'이라 하여 창업(創業)한 왕에게는 '조', 수성(守成)한 왕에게는 '종'을 붙인다고 하였습니다. 조선의 왕은 조는 7명, 종은 18명에게 주어졌는데, 후기에는 종보다 조를 좀 더 높게 여겼기 때문에 정치적인 논리도 많이 작용했습니다. 여기서 제외된 2명의 왕이 바로 광해군과 연산군인데, 이들은 폐위되어 묘호를 받지 못하고 비운과 폭군의 왕으로 역사에 기록되었습니다. 이중에서도 연산군은 조선왕조 최초로 신하에 의해서 쫓겨난 임금이기도 합니다. 폭군으로 기억되는 연산군의 폭정은 역사의 기.. 2022. 10.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