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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28

말의 무서움을 아는 정치인이 돼야 막말과 설화(舌禍)가 난무하는 요즘의 현실을 통탄하며, 1432년 5월, 세종은 대신들과 한자리에 모여 참위설을 주제로 경연에 한창입니다. 참위설은 중국 한나라 때 유행한 '미래예언설'을 말합니다. 세종은 "지진은 천재지변 중에 큰 것이니, 우리나라에는 지진이 없는 해가 없었고, 특히 경상도에 많았다. 지진이 하삼도(下三道)에 많으니 오랑캐의 변란이 있지는 않을까 의심된다."라고 하였습니다. 이에 승지 권채가 답하기를, "반드시 어느 일을 잘하였으니 어느 좋은 징조가 감응(感應)하고, 어느 일을 잘못하였으니 어떤 좋지 못한 징조가 감응한다고 하는 것은 억지로 갖다 붙인 사리에 맞지 않는 언론입니다."라고 대답하였습니다. 이에 세종은 "경의 말이 옳으니 천재지이설(天災地異說)을 억지로 채택하지 않겠다."라.. 2022. 9. 27.
대통령, 언격(言格)을 높이자 대통령의 막말이 불러온 국격의 훼손과 국치(國恥) 조선왕조는 태조의 건국부터 1910년 한일합방까지 모두 519년 동안의 왕조를 지켜온 나라입니다. 500년이 넘는 왕조의 정통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데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지근거리에서 왕이 자경(自警)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준 사관(史官)이 있었기에 가능하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비록 낮은 벼슬의 직급이었지만, 지존 또한 두려워하는 존재였습니다. 2인 1조로 짝이 되어 각각 왕의 오디오와 비디오를 담당하면서 왕의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하였기 때문입니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 연산군도 세상에 그 누구도 무서울 것이 없었지만, 자신의 말과 행동을 기록하는 사관들만은 늘 껄끄러운 존재였음을 "오직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역사뿐이다(人君所畏者, 史而已)"라는 말.. 2022. 9. 23.
국민이 간신(諫臣)이다 고언하는 국민들이 많아져야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 지 백일이 지났습니다. 여느 정부처럼 국민의 여망을 실어 호기롭게 출범했지만, 어느 정부보다도 불안한 항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어퍼컷이 무색하게 대통령과 정권에 대한 우리의 목소리는 지지율의 저조로 이어지고, 이른바 '핵관'들의 몸값만 연일 높아지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처음(?)인 위정자를 위해서 충심으로 보좌하는 것이라고 믿고는 싶지만, 문고리 틈으로 들려오는 소식들은 그렇지 않은 모양새입니다. 이러한 측근 정치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인들 어련할까요. 한 나라의 흥망성쇠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는 지도자의 능력보다 주변에 현명한 신하가 있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우리가 바라는 지도자와 신하를 성군(聖君)과 현군(賢君), 간신(諫臣)과 쟁신(諍臣)이라고 칭.. 2022. 9. 16.
돈, 욕망으로 쩐 세상 돈, 누구나 원하지만 쉽게 가질 수는 없는 것 진나라 왕연은 고상한 인품을 지닌 인물입니다. 재능이 뛰어나 요직을 두루 거치고 용모도 출중하였으며, 세속의 속된 것들에 대한 거부감이 아주 심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돈'을 가장 속된 것으로 치부하여 돈이라는 말은 입에 담는 것조차 꺼렸습니다. 하루는 아내가 왕연의 입에서 돈이라는 말이 나오게 하도록 시험하고자 여종을 시켜서 그가 잠든 사이에 동전을 침상 주변에 가득 쌓아놓게 하였습니다. 다음날 잠에서 깬 왕연은 침상 주변에 가득한 동전들을 가리키면서 "거각아도물"이라고 외쳤습니다. 이 말은 "이것들을 모두 집어치워라"라는 의미로, 이때 '아도(阿堵)'는 당시의 속어로 '이것'이라는 의미입니다. 이후로 '이 물건'을 의미하는 '아도물'이 돈의 별칭으로 .. 2022. 9.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