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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한문

이규보, <대농부음>

by !)$@@!$ 2022. 9.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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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농부가 흘리는 땀방울의 가치를 기억해야 할 시기

 

■해석

농부를 대신하여 읊다(이규보)

 

밭이랑에 엎드려 비 맞으며 김을 매니

검고 추악한 몰골 어찌 사람의 모습이런가

왕손 공자여, 나를 업신여기지 말라

부귀와 호사가 모두 나로부터 나오느니

 

■원문

代農夫吟(대농부음), 李奎報(이규보)

 

對雨鋤禾伏畝中(대우서화복무중)

形容醜黑豈人容(형용추흑기인용)

王孫公子休輕侮(왕손공자휴경모)

富貴豪奢出自儂(부귀호사출자농)

 

■글자풀이

  • 對雨: 비를 맞다
  • 鋤: 김매다
  • 伏: 엎드리다
  • 畝: 밭이랑
  • 醜黑: 햇빛에 그을려 추하고 검다
  • 容: 용모, 얼굴
  • 休: ~하지 마라
  • 侮: 업신여기다, 모욕하다
  • 儂: 나, 우리

땀의 결실인 농산물

 

■감상

  이규보(1168-1241)는 백운거사(白雲居士)라는 호와 고구려의 건국신화를 다룬 <동명왕편>의 작가로 잘 알려진 고려시대 문인입니다. 호탕하고 활달한 시문을 지은 문장가로 평가받으며, 시, 술, 거문고를 즐겨서 삼혹호(三酷好) 선생이라 불리기도 했습니다.

 

  이 시는 7언절구의 작품으로 ≪대농부음≫ 2수 중에 첫째 수이며, 작가가 농부를 화자로 설정하여 농민들의 심정을 대변한 한시입니다. 농민들의 힘들고 고단한 삶을 검고 추악한 모습의 몰골로 묘사하였고, 이는 왕손 공자의 부귀호사와 선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규보는 당대 수탈의 피해를 입은 농민들을 대변하고자 이 시를 썼고, 왕손과 공자들의 부귀 또한 농민들의 힘든 삶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합니다. 그대들의 호사를 비롯한 모든 것들의 근원이 마치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고 말하는 농민들의 음성이 지금도 들리는 듯한 느낌을 주는 작품입니다.

 

  갈수록 농사를 짓는 것이 힘들다고 말합니다. 자연은 정직하다고 말하지만, 기상 이변과 인력난 등으로 인해 농가의 시름은 깊어만가고 있습니다. 이 가을, 우리 식탁에 오르는 모든 것들이 농민들이 흘린 땀의 대가라는 것을 기억하고, 그분들이 흘린 땀방울만큼 농산물 또한 소중하게 기억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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