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석
왕소군의 원망(동방규)
(일)
한나라 바야흐로 성대한 때에
조정에 무신들이 많았네
어찌 모름지기 박명한 첩이
괴롭게 화친의 일을 하는가
(삼)
오랑캐 땅엔 꽃도 풀도 없어
봄이 와도 봄 같지가 않구나
옷에 맨 허리근이 절로 느슨해지니
가느다란 허리 몸매를 위함은 아니라네
■원문
昭君怨(소군원), 東方虯(동방규)
(一)
漢道方全盛(한도방전성)
朝廷足武臣(조정족무신)
何須薄命妾(하수박명첩)
辛苦事和親(신고사화친)
(三)
胡地無花草(호지무화초)
春來不似春(춘래불사춘)
自然衣帶緩(자연의대완)
非是爲腰身(비시위요신)
■글자풀이
- 怨: 원망하다
- 何: 어찌
- 須: 모름지기
- 薄: 얇다
- 妾: 첩
- 胡: 오랑캐
- 帶: 띠
- 緩: 느슨하다
- 腰: 허리
■감상
동방규(?-?)는 정확한 생몰년이 알려져 있지 않은 작가로 측천무후 때 좌사(左史)를 지냈다는 사실과 《전당시(全唐詩)》에 시 4수만 전해집니다. 왕소군은 중국의 4대 미인(서시, 왕소군, 초선, 양귀비)중에 한 사람으로, 중국 한나라 원제 때 흉노와 화친하기 위해 흉노의 추장에게 강제로 시집간 여인입니다. 그녀의 미모에 취한 기러기가 날갯짓을 멈추고 땅에 떨어졌다는 ‘낙안(落雁)’이라는 단어로도 유명합니다.
이 시는 ‘소군원(昭君怨)’이라는 오언절구의 3수 중에서 첫째와 셋째 작품입니다. 화자는 한나라가 융성한 때이고 조정에 무신 또한 많은데도 불구하고 어찌하여 박명한 자신이 화친의 일을 하게 되었는지 슬프고 괴롭다고 합니다. 무능한 한나라가 죄없는 한 여인을 흉노에 보냈다고 원망하고 있는 것입니다.
원제(元帝)의 명령으로 흉노(匈奴)와의 화친을 위해 북방 흉노인 선우(單于)에게 볼모로 시집간 왕소군의 처지도 불쌍한데, 그에 더해 유명세를 탄 부분이 바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는 구절입니다. 남쪽 땅에는 봄이 와서 꽃이 피는 좋은 시기이겠지만, 북쪽 흉노 땅에는 그런 봄기운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저절로 허리띠가 느슨해지는 것이 몸매를 관리해서가 아니라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자신의 처지로 인한 괴로움으로 인해서 야위어만 가고 있다는 표현을 통해 가련하고도 불쌍한 그의 처지를 느낄 수가 있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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