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석
역수에서 이별하며(낙빈왕)
이곳에서 연 태자와 헤어질 때
장사의 머리털이 관을 찔렀네
옛날의 그 사람은 죽고 없지만
오늘까지 강물은 아직 차구나
■원문
易水送別(역수송별), 駱賓王(낙빈왕)
此地別燕丹(차지별연단)
壯士髮衝冠(장사발충관)
昔時人已沒(석시인이몰)
今日水猶寒(금일수유한)
■글자풀이
- 易水: 중국 하북성 이현(易縣) 경계에서 발원하여 서남쪽으로 흐르는 강
- 別: 이별하다
- 燕丹: 연나라 태자
- 髮: 머리카락
- 衝: 찌르다
- 沒: 죽다
- 猶: 오히려
■감상
낙빈왕(622-684)은 중국 당나라 초기의 시인으로, 왕발, 양형, 노조린과 어깨를 나란히 하여 초당사걸(初唐四傑)로도 불립니다. 성품이 호방하고 거만하며 강직한 모습이라고 전해지며, 이러한 기상이 시에서도 잘 전달된다는 평을 받습니다. 일곱 살 때부터 시를 지었고, 오언율시의 묘리를 터득하였으며, 그가 지은 <제경편(帝京篇)>은 고금의 절창이라고 합니다. 문집인 《낙빈왕집》은 일실되었지만, 청나라 진희보(陳熙普)가 편집한 《낙임해집전주》에 다량의 작품이 남아 전합니다.
이 시는 678년 시어사(侍御史)로 있을 때 무측천(武則天)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이유로 하옥되었다가 이듬해에 유연(幽燕) 지역을 떠돌 때 지은 작품으로, 태자 단(丹)과 형가(荊軻)의 이별장면을 노래한 작품입니다. 연나라 마지막 태자인 단이 진시황을 암살하기 위해 형가를 보냈지만 뜻을 이루지 못한 역사적 사실도 담고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시의 전반부는 형가가 연나라를 떠날 때 벗인 고점리(高漸離)가 거문고와 비슷한 축(筑)이라는 악기를 연주하며 송별하였는데, 형가는 “바람이 쓸쓸하게 불어 역수가 차가운데, 장사는 한번 가면 다시 오지 않으리라(風蕭蕭兮易水寒, 壯士一去兮不復還)”라고 하였다는 고사를 떠올리게 합니다. 비장하게 떠나는 형가를 떠올리며 후반부에서는 비록 옛날의 그 사람은 가고 없지만, 그때의 강물은 여전히 차다고 말합니다. 형가는 죽고 연나라도 망해서 인생은 덧없지만, 역수는 지금도 예대로 흐르고 있다면서 인생의 무상함을 떠올리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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