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석
가을 정원(김정희)
노인이 기장 자리를 바라보는데
집안 가득 가을볕이 밝구나
닭은 풀벌레를 따라가서
국화밭 깊은 곳에서 울고 있네
■원문
秋庭(추정), 金正喜(김정희)
老人看黍席(노인간서석)
滿屋秋陽明(만옥추양명)
鷄逐草蟲去(계축초충거)
菊花深處鳴(국화심처명)
■글자풀이
- 黍: 기장
- 逐: 쫓다
- 蟲: 벌레
- 鳴: 울다
■감상
김정희(1786-1856)의 호는 추사(秋史)·완당(阮堂)·예당(禮堂), 자는 원춘(元春)이며, 경주가 본관입니다. 조선후기의 조선 금석학파를 성립하고 추사체라는 독보적인 서체를 완성한 문신, 실학자, 서화가이기도 합니다. 1819년 문과에 급제하여 암행어사, 예조참의 시강원 보덕 등을 지냈으며, 1830년에는 생부의 옥사에 연루되어 고금도에 유배를 가기도 했습니다. 순조의 특별 배려로 풀려난 이후, 병조참판, 성균관 대사성 등을 역임하였습니다.
김정희는 조선의 실학과 청나라의 학풍을 융합하여 경학, 금석학, 불교학 등 다방면의 학문 체계를 수립한 문인으로, 북학파의 실학자이자 추사체라는 서체를 창안해 냈습니다. 박제가의 제자로 고증학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고, 새로운 학문과 사상을 받아들여서 조선의 구문화 체제에서 신문화로의 전개를 가능하게 한 선각자로 19세기 최고의 학자로 평가받는 문인입니다.
이 시는 제목에 보이는 것처럼 시간적 배경은 가을, 공간적 배경은 정원임을 알 수 있는 오언절구의 작품입니다. 정원에서 노인은 기장으로 짠 멍석을 아무런 생각 없이 바라보고 있는데, 그러한 노인과 절묘하게 집안 가득히 가을볕이 밝게 비춰주고 있습니다. 닭은 풀벌레를 잡아먹기 위해서 열심히 쫒아가다가 국화가 피어 있는 밭의 깊은 곳에서 울고 있습니다. 가을날에 정원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상의 모습을 시각과 청각의 이미지로 잘 드러낸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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