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석
종남산에서 내려와 곡사산인의 집에서 술을 마시며(이백)
날이 저물어 푸른 산에서 내려오니
산 위의 달도 나를 따라오네
문득 지나온 길 돌아보니
무성한 산기운이 길게 뻗어 있네
다정하게 손잡고 농가에 이르니
어린아이가 사립문을 열어주네
녹색 대나무가 그윽한 길로 들어와
청라 덩굴이 내 옷을 잡아당기네
쉴 곳 찾아서 신나게 얘기하고
맛있는 술 잠시 함께 마시네
길게 <풍입송>을 읊조리고
노래 끝나니 은하수 별빛도 희미하네
나는 취하고 그대 또한 즐거워하니
거나하게 취해서 세상 근심 다 잊었다네
■원문
下終南山過斛斯山人宿置酒(하종남산과곡사산인숙치주), 李白(이백)
暮從碧山下(모종벽산하)
山月隨人歸(산월수인귀)
卻顧所來徑(각고소래경)
蒼蒼橫翠微(창창횡취미)
相攜及田家(상휴급전가)
童稚開荊扉(동치개형비)
綠竹入幽徑(녹죽입유경)
靑蘿拂行衣(청라불행의)
歡言得所憩(환언득소게)
美酒聊共揮(미주료공휘)
長歌吟松風(장가음송풍)
曲盡河星稀(곡진하성희)
我醉君復樂(아취군부락)
陶然共忘機(도연공망기)
■글자풀이
- 卻: 문득, 도리어(却의 본자)
- 顧: 돌아보다
- 徑: 길
- 蒼蒼: 초목이 푸르른 모양
- 翠: 푸르다
- 攜: 잡다, 끌다(携의 본자)
- 稚: 어리다
- 荊扉: 사립문
- 靑蘿: 이끼 식물
- 拂: 떨다
- 憩: 쉬다
- 聊: 잠시
- 松風: 금곡(琴曲)의 <풍입송(風入松)>을 말함
- 河星: 은하수
- 復: 다시
- 陶然: 기분이 좋은 모양
- 機: 기미
■감상
이백(701-762)의 자는 태백(太白), 호는 청련(靑蓮)으로 성당(盛唐) 때의 시인입니다. 두보와 함께 중국의 시종(詩宗)으로 추앙을 받아 '이두(李杜)'로 병칭되며, 방랑생활을 하면서 여행, 음주, 달빛 등의 자연을 소재로 한 작품들을 많이 남겼습니다. 저서에는 ≪이태백집≫ 30권이 있습니다.
종남산은 일명 남산, 태을산으로도 불리며, 당나라 때 선비들이 많이 은거하던 곳입니다. 넓은 의미로는 지금의 섬서성 서안 남쪽에 있는 진령(秦嶺)을 말하고, 좁은 의미로는 진령의 한 봉우리인 종남산을 가리키기도 합니다. 제목에서 보이는 것처럼 이백은 ‘곡사’라는 성씨를 가진 산에 사는 사람의 집에 들러서 술을 마신 감회를 읊은 시입니다.
화자는 날이 저물어 푸른 산에서 내려오니 달까지 떠 있을 정도로 어둠이 내려앉았습니다. 우연히 길에서 곡사산인을 만나 그와 손을 잡고 농가에 이르니, 어린아이가 사립문을 열어주며 반깁니다. 사랑채로 이르는 그윽한 길을 따라 걷는데, 청라 덩굴에 옷이 걸리기도 합니다. 자리를 잡고 앉아서 술 한잔에 <풍입송> 노래를 읊조리다 보니, 밤이 깊었습니다. 신이 나서 주고받았던 술잔에 화자와 산인이 모두 거나하게 취하고 나니 세상의 근심을 모두 잊은 듯 기분이 좋아졌다고 합니다. 세속의 이해득실을 초연한 화자의 심경이 잘 드러나 있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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