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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한문

강세황, <노상유견(路上有見)>

by !)$@@!$ 2023. 5.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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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

길 위에서 보다(강세황)

 

사뿐사뿐 비단 버선을 신은 아낙네

한 번 중문으로 들어가고 자취가 묘연해졌네

오직 다정한 잔설만 남아 있어

나막신 자국만 뚜렷이 낮은 담장 가에 찍혀 있네

 

■원문

路上有見(노상유견), 姜世晃(강세황)

 

凌波羅襪去翩翩(능파라말거편편)

一入重門便杳然(일입중문편묘연)

惟有多情殘雪在(유유다정잔설재)

屐痕留印短墻邊(극흔류인단장변)

 

눈길

 

■글자풀이

  • 凌波: 여인의 가벼운 발걸음
  • 羅: 비단
  • 襪: 버선
  • 翩翩: 사물이 나부끼는 모양
  • 杳: 묘하다
  • 殘: 남다
  • 屐: 나막신
  • 痕: 자국, 흔적
  • 墻: 담

 

■감상

   강세황(1713-1791)의 자는 광지(光之), 호는 첨재(添齋)·산향재(山響齋)·의산자(宜山子)·표암(豹菴) 등이며, 진주가 본관입니다. 8세에 시를 짓고 10대 때 쓴 글씨도 인정을 받을 정도로 뛰어났으며, 형의 귀양살이하는 모습을 보면서 과거에 응시할 생각이 없다가 61세가 되던 해에 처음 벼슬길에 올랐습니다. 이후 영릉 참봉, 병조 참의, 한성부 판윤 등을 두루 거쳤습니다.

 

   시··(詩書畵) 삼절로 일컬어졌으며, 시는 육방옹(陸放翁)을 본받았고, 글씨는 이왕(왕희지, 왕헌지 부자)의 법을 따랐으며, 그림은 왕몽(王蒙황공망(黃公望)의 정신을 이었습니다. 사대부 화가로서 정조의 어진 제작의 감독을 맡았고, 당시의 화단에서 예원의 총수로 중추적인 역할을 하였습니다. 개성적이고 진취적인 서화풍을 보였고, 습기(習氣속기(俗氣)가 없는 참신하고 독자적인 서화관을 이루기도 했습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현정승집(玄亭勝集)>, <지상편도(池上篇圖)>, <벽오청서도(碧梧淸署圖)> 등이 있으며, 자서전 정춘루첩(靜春樓帖)에 <표옹자지(豹翁自誌)>와 함께 수록된 자화상 등을 남겼습니다.

 

   이 시는 길을 걷다가 우연히 마주친 어느 여인을 보고 노래한 작품입니다. 사뿐사뿐하게 비단 버선을 신은 여인이 길을 걷다가 화자와 마주치자 겹문으로 들어간 뒤로는 행방이 묘연해졌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여인을 기다려보지만 여인은 보이지 않고, 잔설이 남은 담장 가에 여인이 남기고 간 발자국만 또렷이 남아 있습니다. 낯선 여자와 마주친 순간의 만남이지만, 여인을 향한 묘한 감정이 흐르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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