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석
골짜기 입구에서 보다(신광수)
푸른 치마 입은 여자가 목화밭은 나와
객을 보고 몸을 돌려 길가에 서 있네
흰 개는 멀리서 누런 개를 따라가다가
짝을 지어 다시 주인 앞으로 달려가네
■원문
峽口所見(협구소견), 申光洙(신광수)
靑裙女出木花田(청군녀출목화전)
見客回身立路邊(견객회신립로변)
白犬遠隨黃犬去(백견원수황견거)
雙還更走主人前(쌍환갱주주인전)
■글자풀이
- 峽: 골짜기
- 裙: 치마
- 隨: 따르다
- 雙: 짝, 쌍
- 更: 다시
■감상
신광수(1712-1775)의 자는 성연(聖淵), 호는 석북(石北)·오악산인(五嶽山人)이며, 고령이 본관입니다. 집안이 남인이라서 초기에는 향리에서 시작(詩作) 활동에만 힘썼으며, 채제공·이현경 등과 교유하였습니다. 39세에 진사에 올라 벼슬을 시작하였으며, 영릉참봉, 연천현감, 영월부사 등을 역임하였습니다. 그는 과시(科詩)에 능하여 시명(詩名)을 떨쳤고, <등악양루탄관산융마(登岳陽樓歎關山戎馬)>(약칭으로 ‘관산융마’)는 과시의 모범이 되었으며 창으로도 널리 불렸습니다.
사실적인 필치로 당시 사회상과 농촌의 피폐상, 관리의 부정과 횡포 등을 시의 소재로 택하였습니다. 시의 현실을 잘 담아내거나 우리의 신화나 역사를 소재로 한 민요풍의 한시를 잘 지어서 한문학사상의 의의도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서로는 《석북집》과 《석북과시집》이 전합니다.
이 시는 골짜기 입구에서 바라본 광경을 읊은 작품입니다. 푸른 치마를 입은 여자가 목화밭에서 목화를 따다가 나왔는데, 낯선 나그네를 보자 다시 몸을 돌려 길가에 서 있습니다. 흰 개는 멀리서 누런 개를 따라오다가 주인을 보자 다시 짝을 지어서 주인 앞으로 달려가는 모습입니다. 화자의 눈에 보이는 풍경을 시각적 이미지로 담담하게 서술한 7언절구의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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